4월23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김문수(왼쪽), 진대제 후보.
당연히 진 후보 측은 “우리는 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당은 “보랏빛을 띄워 보랏빛 우산 속에 서면 된다”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강풍(康風)이 스러지면서 진 후보는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뒤늦게 독자적인 캐릭터를 설정해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중학교 친구인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는 추격권을 벗어난 듯 가물가물하다. 결국 홀로서기로는 반전을 모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강금실-진대제-최기선 연합전략을 세웠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진 후보는 김 후보와의 격돌을 의식적으로 피했다. 김 후보도 부담스러워했다.
중학교 동창들이 나서 진 후보의 경기지사 출전을 가로막고 그에게 “서울로 가라”고 권유했다. 진 후보도 당과 여권 요로에 여러 차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서울에는 강금실이 있다”는 당의 원칙에 막혀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진 후보가 마을을 정하지 못하고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김 후보는 경기의 요충지를 하나씩 공략, 기선을 제압했다. 그들의 빅매치가 현실로 드러나자 친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양쪽의 눈치를 보고 있다.
진 후보와 김 후보가 TV토론장이나 행사장에서 만나면 다른 후보들과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얼굴이 안 좋다”거나 “밥은 먹었냐”는 등 안부를 묻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말은 놓는다. 밖에서 볼 때는 신경전 같지만, 두 사람은 아직 서로에 대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소문난 40년 지기 … 인신공격 없는 점잖은(?) 승부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진 후보 진영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친구라고 봐주기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지지율도 고민거리다. 진 후보 캠프 측에서도 “우리 후보가 경력이나 그동안 이뤄놓은 업적 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도 왜 지지율에서는 열세인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표한다.
참모들이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당의 낮은 지지도는 전국적 현상이니 별개로 치더라도 기본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다. 생각보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 반도체 신화를 창조하고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진 후보는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 후보보다 인물 경쟁력에서 앞선다는 판단에 중대한 오류가 발생했다. 인물론 중심의 선거전략은 결국 무용지물. 필승카드로 거론되던 강금실 후보도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전선을 재정비한 진 후보 측은 막연한 신화의 주인공이 아니라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이미지를 형상화하려 한다.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 삼성전자 사장 때 처음으로 일본의 대표적 전자업체인 ‘소니’를 앞질렀다는 식이다. 진 후보 측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면 경기도민의 3만 달러 시대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장밋빛 비전이지만 그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진대제 후보가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경기도 중소기업 지원센터에서 열린 입당식을 마친 뒤 당 지도부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 후보는 친구인 진 후보와의 난타전을 부담스러워한다. 측근들에게 “네거티브를 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린 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김 후보 측은 한때 5·31 지방선거를 노무현 정부의 중간평가로 방향을 맞췄다. 지방선거 단체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2007년 대통령 선거 전초전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가급적 단순구도로 선거전을 끌고 가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김 후보 측은 여기에 ‘경기도를 아는 김문수가 경기도를 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권자의 마음을 파고들 계획이다. 김 후보 측은 경기도 전역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 후보 측은 또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보조를 맞추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잡는 선거, 한나라당 지지자들만의 선거가 아니라 외연을 확대해 시민과 함께하는 선거판을 만들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진 후보가 따라올 수 없는 경기도 운영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준비된 후보라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김 후보 측은 네거티브전에도 자신감을 보인다. 대여 ‘저격수’ 구실을 하면서 여당의 역공에 대비하다 보니 주변을 깨끗이 관리했다는 것. 김 후보 측은 무리를 하지 않더라도 초반 승기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권력을 놓고 벌이는 40년 지기의 한판 승부가 무르익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