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 80년대 한국 전쟁영화에 공통적으로 나오던 장면 하나. 국군은 비 오듯 쏟아지는 총알을 잘도 피하고 북한군은 대충 쏘는 듯한 총알에도 마구 쓰러진다.
장면 둘. 국군은 총에 맞아도 쉽게 죽지 않는다. 그리고 총에 맞아 숨을 헐떡이면서도 할 말은 다 하고 죽는다.
장면 셋. 주인공은 죽으면서 전우에게 가족사진이나 편지 같은 물건을 꼭 남긴다.
그 시절 우리의 전쟁영화는 어설픈 전쟁 장면과 구성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냉전의 엄혹한 현실이 전쟁영화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쏘고 부수는 것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욕구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전쟁이 그렇게 흥미로울까? 전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할 것이다.
어쨌든 전쟁영화는 놀랍게 발전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태극기 휘날리며’에서의 실감나는 전투 장면을 떠올려보라.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부어 인적, 물량 공세를 퍼붓고 컴퓨터 그래픽이 눈부시게 발전한 덕분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전쟁영화의 기술적 발전을 따지지는 않는다. 20세기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통해 전쟁의 본성과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려고 했을 따름이다. 또한 재미와 작품성을 갖춘 ‘잘된’ 전쟁영화를 추천하고 있다.
국제분쟁 전문가인 저자는 우선 전쟁에 대해 설명한다. 전쟁이 발발하게 된 역사적 배경에서부터 전쟁의 과정, 피해 규모, 국제정세에 끼친 영향 등까지 다룬다. 그리고 그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를 소개한다.
가장 먼저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 전쟁이 인류 역사상 최초의 총력전이자 전면전 성격을 띠었으며, 미국이 전쟁물자를 팔아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는 다양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리고 이 전쟁을 소재로 한 ‘서부전선 이상 없다’‘영광의 길’‘참호’‘갈리폴리’ 등의 영화 소개가 뒤따른다.
전쟁영화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고 있는 것은 역시 베트남전쟁이다. 제목만 들어도 “아하~” 하고 무릎을 칠 만한 영화들이 많다. ‘지옥의 묵시록’ ‘풀 메탈 자켓’ ‘플래툰’ ‘햄버거 힐’ ‘하얀 전쟁’ 등등. 특히 올리버 스톤 감독의 작품 ‘플래툰’ ‘7월4일생’ ‘하늘과 땅’은 ‘베트남 3부작’으로 불린다. 저자는 이들 영화에 스톤 감독의 베트남전 참전 경험이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스톤 감독은 베트남전에 참가해 15개월 동안 25회의 전투를 치렀고, 두 차례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저자는 6·25전쟁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6·25전쟁을 다룬 영화는 많지 않다. 그중에서 손꼽은 작품은 이만희 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과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다. 6·25전쟁을 소재로 삼은 외국영화는 60편에 달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는 드물다. 루이스 마일스턴 감독이 1959년에 만든 ‘포크 촙 힐’이 그나마 수작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스페인내전, 제2차 세계대전, 제3세계 독립전쟁, 걸프전쟁, 테러전쟁과 이를 다룬 수많은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전쟁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전쟁영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전쟁에 관한 역사책일 수도, 또 한편으론 영화 서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하나로 통일된다. “전쟁 No, 평화 Yes.”
김재명 지음/ 웅진씽크빅 펴냄/ 192쪽/ 9000원
장면 둘. 국군은 총에 맞아도 쉽게 죽지 않는다. 그리고 총에 맞아 숨을 헐떡이면서도 할 말은 다 하고 죽는다.
장면 셋. 주인공은 죽으면서 전우에게 가족사진이나 편지 같은 물건을 꼭 남긴다.
그 시절 우리의 전쟁영화는 어설픈 전쟁 장면과 구성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냉전의 엄혹한 현실이 전쟁영화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쏘고 부수는 것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욕구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전쟁이 그렇게 흥미로울까? 전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할 것이다.
어쨌든 전쟁영화는 놀랍게 발전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태극기 휘날리며’에서의 실감나는 전투 장면을 떠올려보라.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부어 인적, 물량 공세를 퍼붓고 컴퓨터 그래픽이 눈부시게 발전한 덕분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전쟁영화의 기술적 발전을 따지지는 않는다. 20세기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통해 전쟁의 본성과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려고 했을 따름이다. 또한 재미와 작품성을 갖춘 ‘잘된’ 전쟁영화를 추천하고 있다.
국제분쟁 전문가인 저자는 우선 전쟁에 대해 설명한다. 전쟁이 발발하게 된 역사적 배경에서부터 전쟁의 과정, 피해 규모, 국제정세에 끼친 영향 등까지 다룬다. 그리고 그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를 소개한다.
가장 먼저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 전쟁이 인류 역사상 최초의 총력전이자 전면전 성격을 띠었으며, 미국이 전쟁물자를 팔아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는 다양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리고 이 전쟁을 소재로 한 ‘서부전선 이상 없다’‘영광의 길’‘참호’‘갈리폴리’ 등의 영화 소개가 뒤따른다.
전쟁영화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고 있는 것은 역시 베트남전쟁이다. 제목만 들어도 “아하~” 하고 무릎을 칠 만한 영화들이 많다. ‘지옥의 묵시록’ ‘풀 메탈 자켓’ ‘플래툰’ ‘햄버거 힐’ ‘하얀 전쟁’ 등등. 특히 올리버 스톤 감독의 작품 ‘플래툰’ ‘7월4일생’ ‘하늘과 땅’은 ‘베트남 3부작’으로 불린다. 저자는 이들 영화에 스톤 감독의 베트남전 참전 경험이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스톤 감독은 베트남전에 참가해 15개월 동안 25회의 전투를 치렀고, 두 차례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저자는 6·25전쟁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6·25전쟁을 다룬 영화는 많지 않다. 그중에서 손꼽은 작품은 이만희 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과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다. 6·25전쟁을 소재로 삼은 외국영화는 60편에 달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는 드물다. 루이스 마일스턴 감독이 1959년에 만든 ‘포크 촙 힐’이 그나마 수작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스페인내전, 제2차 세계대전, 제3세계 독립전쟁, 걸프전쟁, 테러전쟁과 이를 다룬 수많은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전쟁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전쟁영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전쟁에 관한 역사책일 수도, 또 한편으론 영화 서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하나로 통일된다. “전쟁 No, 평화 Yes.”
김재명 지음/ 웅진씽크빅 펴냄/ 192쪽/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