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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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상쇠 김용배 역 욕심 커요”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6-05-10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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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의 상쇠 김용배 역 욕심 커요”
    2006년은 상쇠 김용배가 생을 마감한 지 꼭 20년이 되는 해다. 김덕수, 이광수, 최종실 등과 함께 결성한 원조 ‘사물놀이’패에서 상쇠로 전설적인 명연을 들려주던 그는 서른네 살이란 젊은 나이에 돌연한 자살로 생을 등졌다.

    서울예술단은 5월20일과 21일에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그의 삶을 재조명하는 창작극 ‘김용배입니다’를 공연한다. 연출자 한태숙이 주인공 김용배 역으로 지목한 이는 서울예술단의 풍물주자 고석진(32). 본격적인 연극은 처음이라는 고석진은 “첫 연극에서 주인공을, 그것도 예술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김용배 선생님 역을 맡게 되어 솔직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첫 연습에서는 연출자 선생님의 말씀을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요. 연극적인 움직임을 구사해야 하는 부분에서 무용 동작처럼 해 핀잔을 듣기도 했죠. 하지만 연습하면 할수록 이 역에 대한 욕심이 커집니다.”

    고석진이 보는 김용배는 상쇠로는 최고의 경지에 올랐지만 삶의 질곡을 뛰어넘지 못했던 사람이다. “김 선생님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글도 몰랐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다 남사당패에 합류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셨던 거죠. 사물놀이패를 결성해서 최초의 상쇠가 되셨지만 전통적 음악을 재창조하려는 본인의 의지에 비해 대중은 더 빠르고 격렬한 사물놀이를 원했습니다. 그 괴리가 우울증을 불러왔고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게 아닌가 싶어요.”

    서울예술대에서 무용을 전공한 고석진은 소리와 풍물, 탈춤을 모두 익힌 만능 예인이다. “저는 몸이 약해서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사물을 배우면서 예술의 세계에 눈뜨게 되어 여기까지 왔죠.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김용배 선생님의 슬픔과 외로움이 조금은 이해되는 것 같아요. 뭐랄까, 연습을 하면서 조금씩 그분께 다가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처음 주인공을 맡은 연극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고인이 오랜 한을 풀 수 있기를 바란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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