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주 상승세에 국내 증시가 들썩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HBM 산업의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면서다. HBM 산업 기술 패권을 놓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기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8월 21일 SK하이닉스는 역대 최고 수준의 고성능 D램인 5세대 HBM3E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4세대 HBM3를 독점 양산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5세대 HBM3E까지 선점하면서 삼성전자의 반격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5세대 HBM을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HBM 시장을 놓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발 빠른 투자자는 HBM 관련주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HBM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SK하이닉스뿐 아니라 한미반도체, 이수페타시스, 피에스케이홀딩스 등도 주가가 연초 대비 급등해 신중한 투자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8월 21일 기술적 분석전문가 김정환 GB투자자문 대표를 만나 HBM 관련주에 대한 투자전략을 물었다.
김정환 GB투자자문 대표. [지호영 기자]
SK하이닉스 5세대 HBM 개발
하반기 국내 반도체 시장은 어떤 흐름을 보일까.“최근 증시는 AI 공급망 병목에 따른 하향 리스크를 우려하지만,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는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따라서 HBM 관련 기업 실적은 개선될 전망이며, 주가도 조정 이후 우상향할 것으로 예측된다.”
SK하이닉스가 5세대 HBM3E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는데.
“SK하이닉스는 HBM3를 지난해 말 양산하기 시작해 올해 본격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8월 21일에는 SK하이닉스가 5세대 HBM3E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엔비디아에 샘플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아마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HBM3E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4세대 HBM3도 SK하이닉스만 양산하고 있어 올해까지는 선점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은 자명해 보인다.
“HBM은 일반 D램 대비 8~10배 비싼 프리미엄 제품이다. SK하이닉스 매출에서 HBM과 DDR(Double Date Rate)5 비중이 증가해 평균매매단가(ASP)가 예상보다 상승할 경우 3분기부터 D램은 흑자 전환이 가능해 보인다. 다만, 낸드플래시 업황은 D램 대비 3~6개월 후에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열풍에 SK하이닉스 주가도 상승세다.
“SK하이닉스 주간 차트를 보면 2021년 12월과 지난해 2월 고점으로 ‘2중 천장’을 형성한 후 조정을 보였다(그래프1 참조). 이후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바닥 신호인 역머리어깨형을 완성하고 상승 흐름으로 전환됐다. 현재는 단기 상승에 따른 호흡 조절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 약간의 기간 조정을 거친 후 다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판단된다. 주간 차트에서 나타나는 주요 저항선은 2중 천장인 13만4000원 수준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6월 초부터 현재까지 11만~12만 9000원 박스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1만 원대에서는 조정 시 분할매수하면 유의미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1차 매도 시기는 박스권 상단인 12만9000원 내외, 2차는 2중 천장 지점인 13만4000원 내외로 판단된다.”
한미반도체 주가 계단식 상승
HBM 생산에 필수적인 실리콘관통전극(TSV) TC본더 장비 생산 기업인 한미반도체에 대한 관심도 높은데.“시장조사 전문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올해 39억 달러(약 5조2300억 원)에서 2024년 89억 달러(약 12조 원)로 127%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한미반도체는 3D(3차원) 패키징 본딩 기업으로 체질 개선이 기대되며, 매출에서도 TSV TC본더 기여분이 확대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2017년부터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꾸준히 납품하고 있는데, SK하이닉스의 HBM 케파(capa) 확대에 따른 TC본더 수주가 증가할 경우 주가는 한 단계 더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연초 대비 6배가량 상승했다.
“한미반도체의 일간 차트를 보면 3월 24일 볼린저밴드 상한선을 강하게 돌파했다(그래프2 참조). 이때 거래량이 평소 대비 20배가 넘었다. 이후 1~2달 주기로 볼린저밴드 상한선을 돌파하면서 계단식 상승을 이어왔다. 8월 18일에도 볼린저밴드 상한선을 돌파하며 추가 상승했는데, 이런 주가 흐름은 전형적인 성장주 패턴이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연초 1만1000원대에서 8개월 만에 6만 원대까지 상승했다. 현재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를 넘어선 상황이다. 단기간에 급등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이 꾸준히 매수하고 있고, 외국인투자자들도 최근 매수에 가세해 상승세가 좀 더 지속될 전망이다. 상승N자형으로 판단한 1차 목표가는 7만~7만2000원 이다.”
이수페타시스 한 단계 도약 가능
인쇄회로기판(PCB) 업체 이수페타시스도 AI 반도체 열풍의 수혜주로 꼽히는데.“이수페타시스의 주력 상품인 고다층기판(MLB)은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적합해 AI 반도체를 비롯해 서버·네트워크 장비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특히 2021년 이수페타시스 매출에서 유선통신장비용 MLB 비중은 71%, 데이터센터장비용 비중은 26%였는데, 올해는 데이터센터장비용 MLB 비중이 50%에 이를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장비용 MLB 점유율이 상승할 경우 또 한 번 실적 도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6월 이후 급등한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최근 박스권을 형성 중인데.
“이수페타시스는 지난해까지 주가가 5000원 전후에서 움직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올해 들어 AI 수혜주로 분류되면서 급등했다(그래프3 참조). 이런 주가 흐름은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하며 환골탈태한 회사에서 나타난다. 다만 7월 이후 박스권에서 움직이며 단기 상승에 따른 호흡 조절을 하고 있다. 넓은 범위의 박스권은 2만6850~4만3300원 이며, 좁은 범위의 박스권은 2만9000~4만650원이다.”
“이수페타시스는 박스권 매매전략이 유용해 보인다. 매수는 박스권 하단인 3만5000원 이하에서 저점매수를 노려볼 만하다. 매도가는 1차적으로는 4만650원 내외, 2차적으로는 4만3300원 내외로 판단된다. 4만3300원에서 조정을 보이지 않고 강하게 돌파된다면 매도는 보류하길 권한다.”
피에스케이홀딩스 전고점 돌파가 관건
리플로 장비 업체 피에스케이홀딩스도 HBM 수혜주로 꼽힌다.“피에스케이홀딩스는 반도체 접합에 필요한 매스리플로(레이저 대신 열과 압력을 활용) 장비를 제조·공급하는 회사다. 자회사 피에스케이는 반도체 전공정 장비만 독립해 설립한 반도체 장비 회사다. 따라서 피에스케이홀딩스는 반도체 전공정과 후공정 모두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OSAT(패키징 외주기업)를 고객사로 안정적으로 확보한 것이 장점이다.”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 피에스케이홀딩스 주가의 특이한 흐름이 있나.
“피에스케이홀딩스는 6월 13일 거래량이 급증하며 볼린저밴드 상한선을 강하게 돌파했다(그래프4 참조). 이때 강력한 상승 신호가 나타났다. 이후 등락을 반복해 7월 말까지 상승N자형 진행을 보였다. 이후 V자형 반등이 진행 중이다. 다만 최근 거래량이 수반되지 않아 전고점을 돌파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 3만 원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 같다. V자형 상승이 진행되려면 거래량이 수반돼야 하는데 거래량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섣부른 추격매수보다는 조정 시 3만 원 아래에서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단기적으로 주요 저항선은 3만6000원 내외로 판단된다.”
최종적으로 상승 여력이 가장 큰 HBM 관련주는 무엇인가.
“당분간 HBM3를 독점 양산하는 SK하이닉스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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