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해군 원정이동기지(ESB) ‘미겔 키스’. 미국 국방영상정보배포스시템
이라크전쟁 이후 최대 규모 美 함대 집결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요원. 위키피디아
미국의 대(對) 이란 압박의 첫수는 항공모함 전단 전개다. 이미 중동에는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 전단과 이지스 구축함 9척, 연안전투함 3척 등이 배치돼 있다. 여기에 카리브해에 있던 제럴드 R. 포드 전단이 추가 배치된 데 이어 미국 동부 해안에서 배치 전 최종 훈련(COMPTUEX)을 진행 중인 조지 H.W 부시 전단도 3월 중으로 중동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들 두 항모 전단이 추가되면 중동에는 미국 항모 3척과 이지스 구축함 15척, 연안전투함 3척 등이 집결하게 된다.
국내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미국은 태평양함대에서도 전력을 차출해 중동에 보냈다. 2월 1일 이지스 구축함 ‘존핀’, 2월 6일에는 ‘핑크니’가 말라카해협을 통과해 서쪽으로 갔다. 이들까지 가세하면 중동에 배치되는 미국 해군 이지스함은 무려 17척이나 된다. 미국이 단일 전구(戰區)에 이 정도 규모 함대를 집결시킨 것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23년 만이다. 올해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 때 카리브해에 배치된 미국 이지스함이 4척이었다. 현재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얼마나 대규모 군사 작전을 구상 중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외신에서 “미국이 이란과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만 있는 군함 원정이동기지(ESB)

미국 육군 MH-60 특수전 헬기가 ESB에 착함하고 있다. 미국 국방영상정보배포스시템
미겔 키스는 민간 유조선인 알래스카급을 개조해 상륙 작전 지원용으로 만든 기동상륙지원선(MLP)에서 파생된 특수 목적 군함이다. 미국은 태평양과 인도양에 각각 해상 사전 배치 전대(MPSRON)를 운용하고 있다. MPSRON에는 전차와 장갑차 등 최대 900대의 차량이 실려있는 왓슨급(Watson-class) 수송선이 편성돼 있다. 이 배는 대형 화물선 계류가 가능한 부두에서만 차량을 선적 또는 하역할 수 있다. 부두가 없는 곳에도 대규모 지상군을 신속 투입할 수 있도록 왓슨급과 해안을 연결해 주는 ‘어댑터’ 역할을 할 배가 필요하다. 이런 필요성에서 개발된 것이 바로 MLP다.
당초 미국은 몬트퍼드 포인트급으로 명명된 MLP를 5척 건조하려 했지만 2010년대 들어 도입 계획을 수정했다. 더 이상 해군이 대규모 상륙 작전을 할 일이 없어졌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전통적 개념의 상륙전을 위해 고안된 몬트퍼트 포인트급은 특수작전 지원에 초점을 두고 설계가 대폭 변경된 루이스 B. 풀러급으로 전환됐다. 바다에서 특수부대를 적진에 투입하는 데 필요한 원정이동기지, 즉 ESB의 탄생이다.
미국은 ESB 6척을 발주해 현재 4척이 실전 배치됐다. ESB는 길이 239m, 폭 50m에 만재배수량이 9만t에 달하는 거대한 배다. 한국 해군에서 가장 큰 함정인 독도급 대형수송함(길이 199m, 폭 31.4m, 만재배수량 1만8800t), 미 해군의 대형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급(길이 257m, 폭 32m, 만재배수량 4만5700t)보다 큰 덩치다. ESB는 오직 미 해군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유형의 군함이다. 미국이 이 거대한 배를 6척이나 발주한 것은 그만큼 특수작전 소요가 많다는 의미다.
이미 미군에는 넓은 비행갑판을 가진 상륙함이 32척이나 있다. 각각 대형 강습상륙함 9척, 수송상륙함(LPD) 13척, 상륙선거함(LSD) 10척이다. 하지만 이들 상륙함은 획득·유지비가 워낙 비싼 데다 누가 봐도 군함처럼 생겨서 발각될 가능성이 높다. 특수부대 발진 거점으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반면 ESB는 비전문가가 보면 군함인지 유조선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격납고와 비행갑판도 워낙 넓어 침투 작전용 대형 헬기나 침투용 보트를 동시에 여러 대 실을 수 있다. 미군에서 가장 큰 CH-53 계열이나 CH-47 계열 헬기 4대가 동시에 이착함할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틸트로터기인 V-22 계열 항공기와 AH-1Z·UH-1Y 등 해병대 헬기는 물론, 미국 해군 특수침투조(SWCC)의 침투용 스텔스 보트나 무장 보트도 운용할 수 있다.
이란 인접 국가에 美 특수부대 배치 정황

2월 1일(현지 시간) 말라카해협을 통과한 ESB 미겔 키스가 표시된 선박 운항 정보 사이트. 마린 트래픽 캡처
ESB 미겔 키스가 이란 앞바다로 향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미국은 2월 초부터 이란 주변 국가에 특수부대를 대거 배치하고 있다. 필자가 ADS-B 신호와 현지 언론 보도를 살펴본 결과 2월 4∼8일 아르메니아에 12편, 아제르바이잔에 9편의 C-17A 수송기가 착륙했다. 이들 21편 수송기의 출발지는 미국 최대의 특수부대 거점인 포트 브래그였다. 포트 브래그에는 제18공수군단과 육군특수작전사령부, 합동특수작전사령부가 있다. 그런 점에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으로 날아간 수송기에는 육군 특수부대 병력과 장비가 실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수송기의 움직임에 대해 미국 정부는 “JD 밴스 부통령의 유럽 순방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설득력이 낮다. 만일 순방 지원 임무였다면 C-17들은 포트 브래그가 아니라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이륙하는 게 자연스럽다. 게다가 2월 9일에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도 최소 3편의 C-17A 운항이 확인됐다. 이는 미국이 이란과 국경을 접한 나라들에 상당한 규모의 특수부대를 배치하고 있는 정황으로 읽힌다.
이란 북쪽에서 육군 특수부대 움직임이 포착됐다면, 이란 남쪽에선 해군 특수부대 움직임이 식별된다. 2월 2일부터 디에고 가르시아에 MC-130J 특수전기 2대가 배치됐다. 여기에 맞춰 미겔 키스도 인도양으로 들어왔다. 특수전기와 ESB 모두 특수부대 침투를 지원하는 자산이다. 이들 자산을 이용해 바다로부터 시작될 침투 작전에는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이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
중동에서 작전 경험만 따지고 보면 네이비실은 다른 특수부대보다 월등히 많다. 네이비실은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예멘, 파키스탄 등 지역에서 요인 암살, 인질 구출, 시설 폭파, 전략 정찰 등 다양한 임무에 투입됐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에 돌입할 경우, 미겔 키스에서 발진한 네이비실은 이란 전역에서 사보타주나 폭격 유도 등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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