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네이비실·데브그루 발진 기지, 이란 앞바다로 이동 중

유조선 개조한 초대형 ‘원정이동기지’ 함정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6-02-24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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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해군 원정이동기지(ESB) ‘미겔 키스’.  미국 국방영상정보배포스시템

    미국 해군 원정이동기지(ESB) ‘미겔 키스’. 미국 국방영상정보배포스시템

    지난해부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한 달이 멀다 하고 미국을 찾고 있다. 최근에도 2월 11일(이하 현지 시간) 워싱턴 DC로 날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네타냐후 총리의 방미는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13개월 동안 무려 7번이나 이뤄졌다. 그는 지난해 12월 말에는 마라라고 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신년을 맞기도 했다. 외국 정상이 이처럼 미국을 자주 찾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양국 장관·대사급 인사나 실무 책임자의 왕래는 더 잦다.

    이라크전쟁 이후 최대 규모 美 함대 집결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요원.  위키피디아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요원. 위키피디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렇게 자주 만나는 이유는 이란 때문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부터 줄곧 앙숙이었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고 나선 더 험악한 사이가 됐다. 네타냐후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핵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과 협상을 우선하되 여차하면 무력 사용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9일 “열흘, 길어야 보름”이라며 이란에 핵무기 포기 시한까지 제시하고 나섰다. 현재 미국은 이란에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폐기 △고농축 우라늄 보유분 전량 포기 △탄도미사일 사거리 및 보유량 제한 △해외 대리 세력 지원 중단 △1월 시위 참가자 살해 및 탄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이란은 “핵과 미사일은 국가 주권의 문제”라며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대(對) 이란 압박의 첫수는 항공모함 전단 전개다. 이미 중동에는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 전단과 이지스 구축함 9척, 연안전투함 3척 등이 배치돼 있다. 여기에 카리브해에 있던 제럴드 R. 포드 전단이 추가 배치된 데 이어 미국 동부 해안에서 배치 전 최종 훈련(COMPTUEX)을 진행 중인 조지 H.W 부시 전단도 3월 중으로 중동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들 두 항모 전단이 추가되면 중동에는 미국 항모 3척과 이지스 구축함 15척, 연안전투함 3척 등이 집결하게 된다.

    국내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미국은 태평양함대에서도 전력을 차출해 중동에 보냈다. 2월 1일 이지스 구축함 ‘존핀’, 2월 6일에는 ‘핑크니’가 말라카해협을 통과해 서쪽으로 갔다. 이들까지 가세하면 중동에 배치되는 미국 해군 이지스함은 무려 17척이나 된다. 미국이 단일 전구(戰區)에 이 정도 규모 함대를 집결시킨 것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23년 만이다. 올해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 때 카리브해에 배치된 미국 이지스함이 4척이었다. 현재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얼마나 대규모 군사 작전을 구상 중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외신에서 “미국이 이란과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만 있는 군함 원정이동기지(ESB)

    미국 육군 MH-60 특수전 헬기가 ESB에 착함하고 있다.  미국 국방영상정보배포스시템

    미국 육군 MH-60 특수전 헬기가 ESB에 착함하고 있다. 미국 국방영상정보배포스시템

    최근 미국 해군 함대의 움직임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이 있다. 2월 1일 이지스 구축함 존핀이 말라카해협을 통과할 때 또 다른 군함 한 척이 동행한 사실이다. 일견 화물선이나 군수지원 선박처럼 보이는 원정이동기지(ESB) ‘미겔 키스’다. 미겔 키스는 길이 239m, 폭 50m에 항공모함에 필적하는 만재배수량 9만t을 자랑하는 초대형 함정이다. 1월 16일 일본 사세보 해군기지에서 출항한 이 함정은 말라카해협을 지나는 과정에서 잠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켰다가 안다만해에 진입한 후 다시 껐다. 미국은 미겔 키스의 이동을 공표하진 않았지만, 2월 9일 인도양에서 이뤄진 제재 위반 유조선 나포 작전에 해당 함정이 투입됐음을 은근슬쩍 밝혔다. 유조선 나포 이후 미국이 공개한 작전 당시 영상을 보면 거대한 비행갑판에서 MH-60 헬기에 탑승한 특수부대 병력이 출격한다. 여기서 특수부대의 발진 기지로 쓰인 함정이 바로 미겔 키스다.



    미겔 키스는 민간 유조선인 알래스카급을 개조해 상륙 작전 지원용으로 만든 기동상륙지원선(MLP)에서 파생된 특수 목적 군함이다. 미국은 태평양과 인도양에 각각 해상 사전 배치 전대(MPSRON)를 운용하고 있다. MPSRON에는 전차와 장갑차 등 최대 900대의 차량이 실려있는 왓슨급(Watson-class) 수송선이 편성돼 있다. 이 배는 대형 화물선 계류가 가능한 부두에서만 차량을 선적 또는 하역할 수 있다. 부두가 없는 곳에도 대규모 지상군을 신속 투입할 수 있도록 왓슨급과 해안을 연결해 주는 ‘어댑터’ 역할을 할 배가 필요하다. 이런 필요성에서 개발된 것이 바로 MLP다.

    당초 미국은 몬트퍼드 포인트급으로 명명된 MLP를 5척 건조하려 했지만 2010년대 들어 도입 계획을 수정했다. 더 이상 해군이 대규모 상륙 작전을 할 일이 없어졌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전통적 개념의 상륙전을 위해 고안된 몬트퍼트 포인트급은 특수작전 지원에 초점을 두고 설계가 대폭 변경된 루이스 B. 풀러급으로 전환됐다. 바다에서 특수부대를 적진에 투입하는 데 필요한 원정이동기지, 즉 ESB의 탄생이다.

    미국은 ESB 6척을 발주해 현재 4척이 실전 배치됐다. ESB는 길이 239m, 폭 50m에 만재배수량이 9만t에 달하는 거대한 배다. 한국 해군에서 가장 큰 함정인 독도급 대형수송함(길이 199m, 폭 31.4m, 만재배수량 1만8800t), 미 해군의 대형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급(길이 257m, 폭 32m, 만재배수량 4만5700t)보다 큰 덩치다. ESB는 오직 미 해군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유형의 군함이다. 미국이 이 거대한 배를 6척이나 발주한 것은 그만큼 특수작전 소요가 많다는 의미다.

    이미 미군에는 넓은 비행갑판을 가진 상륙함이 32척이나 있다. 각각 대형 강습상륙함 9척, 수송상륙함(LPD) 13척, 상륙선거함(LSD) 10척이다. 하지만 이들 상륙함은 획득·유지비가 워낙 비싼 데다 누가 봐도 군함처럼 생겨서 발각될 가능성이 높다. 특수부대 발진 거점으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반면 ESB는 비전문가가 보면 군함인지 유조선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격납고와 비행갑판도 워낙 넓어 침투 작전용 대형 헬기나 침투용 보트를 동시에 여러 대 실을 수 있다. 미군에서 가장 큰 CH-53 계열이나 CH-47 계열 헬기 4대가 동시에 이착함할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틸트로터기인 V-22 계열 항공기와 AH-1Z·UH-1Y 등 해병대 헬기는 물론, 미국 해군 특수침투조(SWCC)의 침투용 스텔스 보트나 무장 보트도 운용할 수 있다.

    이란 인접 국가에 美 특수부대 배치 정황

    2월 1일(현지 시간) 말라카해협을 통과한 ESB 미겔 키스가 표시된 선박 운항 정보 사이트.  마린 트래픽 캡처

    2월 1일(현지 시간) 말라카해협을 통과한 ESB 미겔 키스가 표시된 선박 운항 정보 사이트. 마린 트래픽 캡처

    미국은 현역 ESB 4척 중 2척을 항상 중동·아프리카 인근 해역에 띄워놓고 특수전 지원 용도로 사용해 왔다. 루이스 B. 풀러는 아예 취역식을 바레인에서 했을 정도로 중동 ‘붙박이’ 전력으로 운용됐다. 허셸 우디 윌리엄스는 제6함대 소속으로 북아프리카와 레바논 지역 작전에 주로 투입됐다. 다만 2월 중순 현재 루이스 B. 풀러는 크로아티아, 허셸 우디 윌리엄스는 미국 본토 노퍽 해군기지에서 수리·정비 중이라서 이란 투입이 어렵다. 따라서 태평양에 있던 미겔 키스가 대체 전력으로서 중동에 배치되는 것으로 보인다.

    ESB 미겔 키스가 이란 앞바다로 향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미국은 2월 초부터 이란 주변 국가에 특수부대를 대거 배치하고 있다. 필자가 ADS-B 신호와 현지 언론 보도를 살펴본 결과 2월 4∼8일 아르메니아에 12편, 아제르바이잔에 9편의 C-17A 수송기가 착륙했다. 이들 21편 수송기의 출발지는 미국 최대의 특수부대 거점인 포트 브래그였다. 포트 브래그에는 제18공수군단과 육군특수작전사령부, 합동특수작전사령부가 있다. 그런 점에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으로 날아간 수송기에는 육군 특수부대 병력과 장비가 실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수송기의 움직임에 대해 미국 정부는 “JD 밴스 부통령의 유럽 순방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설득력이 낮다. 만일 순방 지원 임무였다면 C-17들은 포트 브래그가 아니라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이륙하는 게 자연스럽다. 게다가 2월 9일에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도 최소 3편의 C-17A 운항이 확인됐다. 이는 미국이 이란과 국경을 접한 나라들에 상당한 규모의 특수부대를 배치하고 있는 정황으로 읽힌다.

    이란 북쪽에서 육군 특수부대 움직임이 포착됐다면, 이란 남쪽에선 해군 특수부대 움직임이 식별된다. 2월 2일부터 디에고 가르시아에 MC-130J 특수전기 2대가 배치됐다. 여기에 맞춰 미겔 키스도 인도양으로 들어왔다. 특수전기와 ESB 모두 특수부대 침투를 지원하는 자산이다. 이들 자산을 이용해 바다로부터 시작될 침투 작전에는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이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

    중동에서 작전 경험만 따지고 보면 네이비실은 다른 특수부대보다 월등히 많다. 네이비실은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예멘, 파키스탄 등 지역에서 요인 암살, 인질 구출, 시설 폭파, 전략 정찰 등 다양한 임무에 투입됐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에 돌입할 경우, 미겔 키스에서 발진한 네이비실은 이란 전역에서 사보타주나 폭격 유도 등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사보타주, 요인 암살 임무 수행할 듯

    미겔 키스는 바레인이나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미군 육상 기지와 달리 이란의 탄도미사일에 피격당할 걱정이 없다. 이곳에서 암살 특화 부대인 데브그루를 출격시켜 테헤란이나 이스파한, 쿰 등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도주할 거점을 습격하는 작전이 이뤄질 여지도 있다. 미겔 키스의 이란 앞바다 출현이 하메네이에겐 악몽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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