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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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공간에 오래 머문다면 1급 발암물질 라돈 농도 측정해봐야

[이광렬의 화학 생활] 주차장 등 지면과 접한 공간서 라돈 농도 높을 가능성… 환기가 효과적

  • 이광렬 고려대 화학과 교수

    입력2026-03-04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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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고도 어려운 단어 ‘화학’. 그러나 우리 일상의 모든 순간에는 화학이 크고 작은 마법을 부리고 있다. 이광렬 교수가 간단한 화학 상식으로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법, 안전·산업에 얽힌 화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차장, 지하실, 반지하 등 지면과 접한 공간이나 지하에 지은 구조물일수록 발암물질인 라돈 농도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주차장, 지하실, 반지하 등 지면과 접한 공간이나 지하에 지은 구조물일수록 발암물질인 라돈 농도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한때 모나자이트라는 광물이 사용된 침대, 베개, 팔찌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음이온을 방출해 건강에 좋다”며 판매됐지만 사실은 1급 발암물질을 내뿜는 제품들이었다. 모나자이트는 우라늄이라는 방사성원소(Radioactive Element)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 우라늄에서는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라돈(Rn)’ 기체가 자연적으로 생성돼 지속적으로 방출된다.

    과학적 근거가 하나도 없는 음이온 효과를 홍보한 업체와 그것을 맹신한 일반인의 무지가 합쳐져 모나자이트 제품은 큰 인기를 끌었다. 건강해지려고 큰돈 들여 구입한 침대에서 잠을 잔 사람들은 발암물질인 라돈에 장시간 노출됐다. 모나자이트가 우라늄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라늄이 라돈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라돈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사람들은 모나자이트 제품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돈을 벌려고 사람들을 속이는 업체에 속아 넘어가지 않고 합리적 소비를 하려면 라돈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라돈 공기 계속 마시면 폐 세포 손상

    방사성원소는 원자핵이 불안정해 스스로 붕괴하면서 방사선을 방출하고 그 결과 다른 원소로 변환된다. 원소 변환 과정은 다양하고 메커니즘 또한 복잡하다. 양성자 수에 비해 중성자 수가 너무 많아 원자핵이 불안정할 경우 중성자 하나가 양성자나 전자, 즉 베타입자로 바뀌고 일부 질량이 에너지로 방출되는데, 이를 ‘베타 붕괴’라고 부른다. 원자핵이 헬륨 원자핵인 알파입자를 방출하면서 질량 수와 원자번호가 모두 감소하는 ‘알파 붕괴’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방사성원소는 불안정한 원자핵을 안정화하는 붕괴 과정에서 방사선을 내뿜는다.

    땅속 광물에는 우라늄-238이라는 성분이 있다. 이 우라늄은 방사성원소라서 붕괴해 라듐이 된다. 라듐도 역시 원자핵이 불안정해 알파 붕괴를 통해 라돈으로 변한다. 고체 상태 우라늄이 기체인 라돈이 되는 것이다. 라돈도 불안정한 방사성원소라 또 붕괴해 폴로늄 등 고체 자손 핵종으로 변한다. 이 자손 핵종들은 짧은 반감기를 거쳐 납으로까지 변할 수 있다.

    라돈은 기체라서 들숨으로 들어왔다가 대부분 날숨으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일부는 폐에 남아 폴로늄 등 고체 자손 핵종으로 변한다. 이 자손 핵종들은 폐 조직에 붙어 붕괴하면서 위험한 고에너지 알파선을 내뿜는다. 라돈이 섞인 공기를 계속 마시면 이 고체 자손 핵종들이 내뿜는 방사선에 의해 폐 세포 핵이 손상될 수 있다. 돌연변이 세포가 만들어지고 결국 암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폴로늄이 변해 생긴 납이 폐에 쌓이는 것도 건강에 해롭다.



    학창 시절 배운 화학 지식을 어렴풋이 기억하는 사람은 라돈이 불안정해 방사선을 방출한다는 사실이 의아할 수 있다. 라돈은 주기율표 가장 오른쪽에 있는 비활성 기체이며 헬륨(He), 네온(Ne), 아르곤(Ar), 크립톤(Kr), 제논(Xe) 등 다른 비활성 기체들은 라돈과 달리 안정된 원소들이기 때문이다. 라돈은 비활성 기체이지만 방사성원소라는 특이성을 갖고 있다.

    라돈은 주기율표 가장 오른쪽에 있는 비활성 기체이지만 불안정한 방사성원소라는 특이성을 갖고 있다. GETTYIMAGES

    라돈은 주기율표 가장 오른쪽에 있는 비활성 기체이지만 불안정한 방사성원소라는 특이성을 갖고 있다. GETTYIMAGES

    지자체에서 라돈 측정기 대여 가능

    라돈 기체는 토양이나 암석에서 생성된다. 건물 벽에 존재하는 작은 틈을 통해 라돈 기체가 토양에서 건물 내부로 스며들어올 수 있다. 특히 주차장, 지하실, 반지하 등 지면과 접한 공간이나 지하에 지은 구조물일수록 라돈 농도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공간에 주로 머문다면 발암물질인 라돈 농도를 한 번 확인해보는 게 좋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라돈 측정기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장비를 우편으로 받는 것도 가능하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라돈 저감 방법은 충분한 환기다. 실내 공기를 외부 공기와 수시로 교환해주는 것만으로도 라돈 농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특히 난방을 위해 창문을 오래 닫고 지내는 겨울철에는 라돈 농도가 높아지기 쉬운 만큼 짧게라도 여러 번 환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창문이 없는 공간은 환풍기를 수시로 틀어 실내 공기를 강제로 환기해야 한다. 

    이광렬 교수는… KAIST 화학과 학사, 일리노이 주립대 화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3년부터 고려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저서로 ‘게으른 자를 위한 아찔한 화학책’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초등일타과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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