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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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이 던진 K팝의 고민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6-03-02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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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아티스트들이 K팝 히트곡을 커버하는 ‘K팝 포에버!’ 공연 포스터. 인스타그램 ‘kpopforevertour’ 계정 캡처

    해외 아티스트들이 K팝 히트곡을 커버하는 ‘K팝 포에버!’ 공연 포스터. 인스타그램 ‘kpopforevertour’ 계정 캡처

    2월 19일(현지 시간) 아일랜드에서 ‘K팝 포에버!(K-Pop Forever!)’라는 제목의 공연이 열렸다. K팝 아티스트가 출연하지는 않고, 가수와 댄서들이 K팝 히트곡을 커버한 ‘트리뷰트’ 공연이었다. 1980년대부터 세계 팝 시장에서는 트리뷰트 공연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K팝을 주제로 한 공연도 적잖이 진행됐다. 다만 ‘K팝 포에버!’는 1만1000석 규모 공연장에서 여러 회차에 걸쳐 열렸고, 이어 프랑스·독일·네덜란드 등으로 자리를 옮겨 연말까지 40회 넘는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게 특징이다. 특정 아티스트가 아니라 K팝이라는 ‘장르’의 팬이 모이는 이벤트로서 제법 규모 있게 준비된 셈이다.

    그런데 막이 오른 뒤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공연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K팝이 한 곡도 안 나왔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 공연은 블랙핑크, BTS(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캣츠아이 등의 히트곡으로 구성됐는데 어찌 된 일일까. 알고 보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관련 공연을 기대하고 온 이들이 있었던 듯하다. K팝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공연명의 ‘K팝’이 곧 케데헌을 지칭하는 줄 알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SNS 후기에 따르면 케데헌을 사랑하는 자녀와 공연장을 찾았다가 ‘엉뚱한 노래들’이 나와 당혹스러웠다고들 한다. “아이가 울었다”는 이도 있다. 노래가 저속하고 욕설이 많으며 선정적이라 아동에게 부적절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세계 팝 시장에서 K팝은 예의 바르고 건전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아동 콘텐츠를 기대한 사람 눈에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더는 ‘한국 것’이 아닌 K팝

    일부에서는 이 공연을 옹호하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아이를 데려간’ 무책임한 부모를 비난하기도 한다. 사실 국내에서 보기에 이 사건은 우스운 해프닝일 수 있다. 하지만 해외 팬들은 민감하다. 그들은 현지에서 서브 컬처로서 K팝을 향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케데헌이 K팝의 범주 및 정체성에 혼선과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창작되지 않은 이 애니메이션이 K팝을 대표하는 콘텐츠처럼 여겨지면서 한국 음악산업과 K팝의 개념적인 연결 고리가 느슨해졌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K팝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음을 절감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미 K팝 창작자도, 소비자도 한국 국경을 넘어서고 있다. 심지어 K팝 정체성에 대한 고민마저 해외 팬들이 하는 상황이다. K팝은 더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한국 상품’이라는 관념에 갇히지 않는다. K팝 당사자가 누구냐는 질문에도 더는 “한국인”이라고 답할 수 없게 되고 있다. ‘세계 속 K팝’이 무슨 의미인지, 본질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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