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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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망 전멸한 이란, 풍선으로 만든 가짜 무기 궁여지책

2024년 공습으로 파괴된 ‘S-300 방공시스템’ 재등장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6-03-02 15: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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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이란군 열병식에 등장한 S-300 방공시스템을 모사한 디코이. 이란 메흐르통신 홈페이지 캡처

    2022년 이란군 열병식에 등장한 S-300 방공시스템을 모사한 디코이. 이란 메흐르통신 홈페이지 캡처

    동서고금 전쟁사에선 ‘가짜’를 만들어 ‘진짜’를 위장하는 기만전술이 자주 쓰였다. 고대 전장에선 군복 입힌 허수아비를 세우거나, 말꼬리에 나뭇가지를 단 채 달려 흙먼지를 일으킴으로써 병력을 실제보다 많게 보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아프리카 전선에서 영국군 버나드 몽고메리 장군은 야자수와 천으로 만든 가짜 탱크와 차량으로 독일군을 속였다. 유럽 전선에서 미군은 아예 ‘고스트 아미’라는 전문 기만작전 부대를 만들기도 했다. 이 부대는 풍선으로 만든 탱크, 비행기로 독일군을 감쪽같이 속여 전쟁 승리에 일조했다.

    이란의 블러핑용 무기 국산화

    러시아군 S-300 방공시스템. 위키피디아

    러시아군 S-300 방공시스템. 위키피디아

    현대전에서도 기만전술, 특히 진짜 무기와 비슷한 ‘디코이(decoy·미끼)’로 적을 속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아군 핵심 자산을 보존하는 동시에 적의 미사일이나 드론 등 장비를 낭비하게 만들어 아군에 유리한 전투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기만용 미끼 무기 개발과 보급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배경이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숨진 이란이 폭격에 대비하고자 ‘가짜’ S-300 방공시스템을 배치했던 정황이 드러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란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아 신무기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소총부터 전차, 장갑차는 물론 전투기와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온갖 무기를 자체 개발했다. 러시아의 최신형 T-90MS 전차 성능을 능가한다는 ‘카라르’ 주력전차, 레이더 회피 능력을 갖춘 스텔스 전투기 ‘카헤르-313’, 이란판 S-400으로 선전되는 ‘바바르-373’ 방공시스템, 드론 항공모함 ‘샤히드 바게리’ 등 라인업이 일견 화려하다.

    하지만 이들 무기의 실상을 살펴보면 전형적인 ‘블러핑’ 전술의 일환으로 의심된다. 예를 들어 카라르는 이란이 오래전 도입한 T-72 전차를 껍데기만 바꾼 것이다. 카헤르-313은 지상 전시·활주용 모형만 있는 가짜로 밝혀졌다. 바바르-373은 이슬람 혁명 이전에 미국에서 도입한 SM-1 함대공 미사일을 복제·개량한 무기다. 드론 항모를 자처한 샤히드 바게리는 2000년 현대중공업이 수출한 컨테이너선을 개조한 후 소형 드론 몇 대를 얹은 괴이한 선박에 불과하다. ‘무기 국산화’를 자랑하던 이란은 앞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이 높아지자 중국·러시아에서 급히 전투기와 방공무기를 들여왔다. 자국산 무기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제 무기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 대신 이란이 중국·러시아에서 수입한 무기들을 면밀하게 감시·추적하고 있다. 최근 미국 미들버리대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소(CNS)가 상업용 위성을 이용해 테헤란 남부 군사기지 두 곳에서 찾아낸 S-300 방공시스템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2월 16일, 20일(이하 현지 시간) 촬영된 위성사진을 보면 S-300 미사일 발사 차량인 5P85가 확인된다. 이 차량은 통제소·사격통제레이더·탐색레이더 등과 함께 S-300 방공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다. 사거리 150㎞인 48N6 미사일 4발이 실린다.



    이스라엘 “이란군 S-300 포대 모두 파괴”

    이 위성사진이 공개되자 군사 전문가 사이에서 사진 속 S-300 방공시스템이 ‘진짜’인지 논쟁이 벌어졌다. 당초 이란이 보유한 S-300 4개 포대는 2024년 10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모두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전투기에서 발사한 공대지 미사일을 사용해 테헤란·쿠제스탄·일람 등에 배치된 이란군 S-300 포대를 모두 파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해당 발표 이란의 S-300은 자취를 감췄는데 갑작스레 다시 등장한 것이다.

    최근 위성에 포착된 S-300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측은 미국이 이란 공습에 앞서 방공망을 제압하고자 막대한 전력을 집결한 것을 근거로 삼는다. 공습 직전 미국이 이란을 겨냥해 전진 배치한 방공망 제압용 항공기는 60여대에 이른다. 요르단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와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에 총 54대의 F-16이 전진 배치됐다. 이중 30대가 주독미군과 주일미군에서 차출된 F-16CM ‘와일드위즐’이다. 아라비아해에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전단과 동지중해의 제럴드 R. 포드 항모 전단에는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가 각각 7대, 6대 배치됐다. 무와파크 살티 기지에 EA-18G 6대가 전개됐다. 테헤란 남부에서 발견된 S-300이 진짜이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이 대규모의 방공망 제압 전력을 집결시켰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S-300이 가짜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이번에 S-300이 발견된 곳에선 5P85 발사차량만 식별됐다. 진짜 방공 임무를 수행하려면 이 차량 옆에 반드시 함께 있어야 하는 30N6 사격통제레이더는 보이지 않았다. 이란이 도입한 5P85 발사차량은 48N6 지대공 미사일 4발을 싣는다. 48N6는 TVM 유도방식을 쓰는 미사일이다. 사격통제레이더가 표적에 레이더 전파를 조사(照射)→ 그 반사파를 미사일에 달린 수신기가 받아 지상통제소로 전달→ 지상통제소의 사격통제컴퓨터가 표적과 미사일의 속도, 위치 등을 계산해 다시 유도 명령을 미사일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30N6 사격통제레이더가 근처에 없는 5P85 발사차량은 미사일을 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이번에 발견된 S-300 발사차량은 가짜일 공산이 크다.

    이란은 실제 S-300을 인수하기 전부터 그 모형을 만들어 공개적으로 과시한 바 있다. 예를 들어 2010년 4월 18일 이란 육군 창설 기념 열병식 당시 자국산 트럭 위에 미사일 발사 튜브 모형을 붙인 가짜 S-300을 선보였다. 2022년 9월 22일 열린 이란-이라크 전쟁 승전 기념 열병식 때는 아예 풍선으로 만든 미사일 발사 튜브를 붙인 가짜 S-300을 공개한 적이 있었다. 이란 스스로 가짜 S-300 존재를 여러 번 공개한 전적이 있다는 점에서 최근 테헤란 인근에서 발견된 S-300도 미끼용 모형일 가능성이 높다.

    디코이 시연장 된 우크라이나 전장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고기동 다연장 로켓 시스템 ‘하이마스’를 파괴했다”며 공개한 영상. 실제로는 우크라이나군이 설치한 디코이로 추정된다. 러시아 국방부 X(옛 트위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고기동 다연장 로켓 시스템 ‘하이마스’를 파괴했다”며 공개한 영상. 실제로는 우크라이나군이 설치한 디코이로 추정된다. 러시아 국방부 X(옛 트위터)

    가짜 무기로 만들어 적의 전략적 오판을 유도하거나 값비싼 미사일을 소모시키는 전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교묘해지고 있다. 기존에 기만용 가짜 무기는 저해상도 위성이나 정찰기 정도를 속이는 데 그치는 저열한 품질이었다. 고해상도 카메라, 적외선 센서가 탑재된 고성능 정찰 드론이 대량 보급된 우크라이나 전장에선 가짜 무기도 더 똑똑해졌다. 외형상 실물과 매우 유사한 것은 물론, 발열 장비를 갖춘 덕에 실제 무기와 비슷한 적외선 신호를 방출하는 디코이가 적극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짜 무기가 활발하게 쓰인 계기는 고기동 다연장 로켓 시스템, ‘하이마스’였다. 미국은 2022년 6월 우크라이나에 하이마스와 GMLRS 정밀유도로켓을 대량 공급하기 시작했다. 긴 사거리와 높은 정밀도를 갖춘 이들 로켓은 러시아군 전방 지휘소와 보급소를 강타하며 러시아군을 마비시켰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러시아는 하이마스를 잡기 위해 장거리 로켓과 순항미사일, 전투기와 공격헬기를 집중 투입했다. 이내 러시아는 하이마스를 다수 파괴했다며 선전 영상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영상 속 하이마스는 하나같이 디코이였다. 2022년 9월까지 러시아는 44문의 하이마스를 파괴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우크라이나에 공급된 하이마스는 16문뿐이었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가 인수한 하이마스는 통산 38문이다. 러시아가 진짜 하이마스를 처음으로 파괴하는 데 성공한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러시아가 디코이에 속아 고가의 미사일과 드론을 낭비한 사례는 더 많다. 러시아 최정예 드론 부대인 ‘루비콘 그룹’은 1월 26일 우크라이나 중부 키로보흐라드주의 크로피브니츠키 카나토베 비행장에서 우크라이나군 F-16 전투기를 파괴했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러시아는 “스타링크 시스템을 탑재해 영상 송신 기능을 갖춘 BM-35 장거리 자폭 드론으로 F-16 전투기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영상 속 F-16은 우크라이나가 전국 각지의 비행장에 깔아 놓은 풍선형 디코이였다. 얼핏 F-16 같지만 영상 속 물체를 자세히 보면 공기흡입구처럼 생긴 부분 모양이 다르다. 러시아 드론 조종사는 이를 분간하지 못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노릴 만한 서방제 무기를 본뜬 디코이를 대량 배치했다. 러시아의 정밀유도 무기를 고갈시기키 위해서다. 현재까지 확인된 디코이는 레오파르트 2A4 전차, M777 곡사포 같은 지상군 장비부터 패트리엇 미사일용 AN/MPQ-53 레이더, IRIS-T SLM 지대공 미사일 발사 차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풍선형 디코이는 500달러(약 72만 원), 목재와 철재가 사용된 전차나 레이더 디코이는 1000달러(약 144만 원), 금속으로 완벽하게 외형을 모사한 패트리엇·IRIS-T SLM 발사기는 1만 달러(약 1440만 원)에 불과하다. 반면 러시아는 이들 디코이를 잡는 데 BM-35 드론(5만5000달러·약 7900만 원), 스타링크 장착 게란-2 드론(8만 달러·약 1억1500만 원), 칼리브르 순항미사일(150만 달러·약 22억 원),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300만 달러·약 44억 원) 등 고가 무기를 쓰고 있다.

    저가 디코이에 속아 수십억 무기 펑펑

    디코이는 방위산업의 새로운 총아로 각광받으며 그 기술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직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풍선을 이용한 팽창식 디코이 시장은 2023년 이미 11억 달러(약 1조6000억 원)를 넘어섰고 2030년 19억 달러(약 2조7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군도 국내 기업이 개발한 K1A2 전차, K9 자주포 팽창식 디코이를 도입했다. 이 장비는 실물과 외형상 비슷한 것은 물론 적외선 신호까지 방출해 적 미사일이나 드론의 센서를 효과적으로 기만할 수 있다. 같은 업체가 개발한 하이마스 디코이의 경우 원격 주행은 물론, 포탑 회전과 연막탄 발사를 통한 로켓 사격까지 연출할 수 있다.

    지난해 외신 보도로 유명해진 또 다른 국내 업체의 F-35 디코이는 더 놀랍다. 이 디코이는 트레일러 형태로 보관하다가 필요시 공기를 주입하면 10분만에 F-35A 전투기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신한다. 크기와 형상이 실제 F-35A와 똑같은 것은 물론, 레이더 반사·적외선 방사 특성까지 모방해 레이더·전자광학·적외선 센서를 모두 속일 수 있다. 최근 등장하는 디코이는 다양한 센서 정보를 종합해 표적을 분석하는 인공지능(AI)까지 속이는 경지에 이르렀다. 사람을 보내 직접 만져보지 않는 한 진짜 무기인지 가짜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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