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이 2월 10일(현지 시간)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GETTYIMAGES
지난해 여름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끈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결별했다. 그가 1991년 FA컵 우승 후 34년 만에 트로피를 안겨줬지만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부진한 리그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 시간 팀 얼굴이던 손흥민도 토트넘을 떠났다. 토트넘으로선 유로파리그 우승과 레전드 손흥민의 이적을 계기로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된 것이다.
토트넘은 1950년대 이후 꾸준히 1부 리그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잉글랜드 전통 강호는 아니다. 과거 토트넘에 ‘스퍼시’(spursy: 들쑥날쑥한 경기력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거두는 토트넘을 조롱하는 말)라는 불명예스러운 비아냥거림이 따라붙었을 정도다. 21세기 들어 위상이 높아진 토트넘은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첼시, 아스널과 함께 잉글랜드 빅6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영표가 입단한 2005년만 해도 토트넘은 중위권에서 중상위권을 노크하는 가운데 챔피언스리그보다 UEFA컵(현 유로파리그) 진출을 노리는 실정이었다.
전통 강호 아님에도 빅6 도약

이고르 투도르 토트넘 홋스퍼 임시 감독. GETTYIMAGES
하지만 빅6에 오른 후 토트넘은 더 큰 도전과 난제에 직면했다. 명문 구단으로 계속 발전하려면 리그 상위권을 계속 유지하는 동시에 크고 작은 우승 트로피를 늘려야 한다. 또한 자기만의 전술 등 확실한 팀 정체성을 확보하면서 화려한 스타 선수진을 갖출 필요도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실력 있는 선수 누구나 가고 싶은 명문 팀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꾸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토트넘은 당장 수익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투자에는 인색한 편이었다. 한동안 기존 선수를 시장가보다 비싸게 보내고, 데려오고 싶은 자원은 싼값에 영입하려고만 했다. 결국 선수단 순환이 이뤄지지 않았고 좋은 선수들은 토트넘행을 꺼렸다. 경쟁 팀에 비해 낮은 연봉도 팀 발전에 걸림돌이었다. 공격적 투자가 필요할 때 구단 지갑이 닫히면 성적은 하락하기 마련이다.
물론 현실과 이상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한다. “누구나 탐내는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쉽다. 구단이 영입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문제는 거물 선수 영입이 말처럼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토트넘 같은 후발 주자가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려면 경쟁 팀보다 많은 이적료와 연봉을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 이는 즉시 전력감이 아닌 유망주를 영입할 때도 마찬가지다. 당장 전력 부족을 해결하고자 선수들을 무리하게 영입하는 과정에서 ‘오버페이’가 벌어질 여지가 큰 것이다. 그렇게 품은 전력이 모두 활약을 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구단 운영 측면에선 재정난 위험성도 높아진다. 오랫동안 지갑을 여는 데 인색했던 토트넘은 몇 년 사이 어린 선수 영입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관성 없는 무분별한 영입에 그쳤다. 몇 시즌 동안 적잖은 이적료를 투자했음에도 지금 토트넘에는 팀을 상징할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팀 수익은 세계 9위 기록했지만…
토트넘의 감독 선구안도 신통치 않다. 리그에서 좋은 평가를 받던 토마스 프랑크 감독을 선임했지만 프랑크 감독 체제는 8개월 만에 실패로 끝났다. 프랑크 감독은 브렌트퍼드 FC를 장기간 이끈 경험이 있긴 해도 토트넘 같은 빅클럽에는 걸맞지 않은 사령탑이었다. 결국 2월 11일(현지 시간) 프랑크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고 이고르 투도르 감독이 임시 감독으로 선임됐다.최근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발표한 ‘풋볼 머니 리그’ 보고서에 따르면 토트넘은 2024∼2025시즌 6억7260만 유로(약 1조1400억 원) 수익을 기록해 세계 축구팀 중 9위에 올랐다. 잉글랜드에선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은 5위다. 여러 지표상 이제 토트넘은 빅클럽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리그 순위를 올리지 못해 강등 위기에 처하고 유럽 대항전에서 계속 멀어진다면 스폰서 이탈과 팬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 토트넘이 빅클럽이라는 왕관의 무게를 견디고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지 세계 축구팬들이 우려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