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카이크 탈황 석유시설. [뉴시스]
최초 폭발 직후, 사우디는 단순한 화재나 사고라고 생각했지만 불과 몇 분 사이에 서로 다른 곳에서 17차례나 폭발과 화염이 치솟자 외부의 공격에 의한 폭발이라 생각하고 병력과 장비를 투입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공격자는 찾을 수 없었다.
드론에 의한 국가전략시설 피습
쿠라이스 유전. [AP=뉴시스]
날이 밝고 폭발 현장을 수습하면서 사우디는 이 공격이 드론에 의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외곽 경계를 맡은 초병들이 어둠 속 하늘을 날아다니는 뭔가에 대해 기관총 사격을 했다는 보고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드론에 의한 국가전략시설 피습이 있었던 것이다.
이날 공격 이후 중동은 그야말로 드론 전쟁 시대로 접어들었다. 아라비아반도와 호르무즈 해협 인근은 물론, 시리아와 북아프리카 일대까지 드론이 하늘을 뒤덮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량의 드론이 군사작전에 동원됐다.
미군은 MQ-4 글로벌호크로 정찰을 하고, MQ-9 리퍼로 미사일을 날려 테러리스트나 적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고 있고,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과 이란, 북아프리카 무장 단체들은 중국제 드론으로 적 지휘소나 공항, 심지어 민간인 거주구역에 대한 무차별 공습을 벌이고 있다.
중국 드론. [이매진 차이나 제공]
중국의 드론 판매 정책은 이른바 3P로 불린다. 가격(Price), 비밀유지(Privacy), 제품(Product)이 그것이다. 파격적인 가격으로 팔면서 구매자의 신원을 비밀에 붙여주고, 제품의 성능도 확실하다는 의미다. 중국은 그 대상이 합법적 정부든 불법 무장단체든 가리지 않고 무장 드론을 팔았고, 일대일로 등 중국의 대외 영향력 확대에 도움이 된다면 무상으로 제공하기까지 했다.
중국제 드론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드론은 이제 세계 각국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부상했다. 2014년 우리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청와대 무인기 사건과 백령도 무인기 사건 당시 발견된 드론은 중국제를 바탕으로 제작된 물건이었고, 2016년 1월 티그리스 강변 이슬람 사원을 폭격한 것도 중국제 드론이었다.
저고도 방공망 사각지대 파고든 드론
중국DJI-열감지 카메라 장착 드론. [AP=뉴시스]
1990년대 이후 등장한 저고도 방공 시스템은 포와 미사일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구성은 기본이고 고성능 레이더와 보조 센서, 사격통제컴퓨터까지 모두 갖춘 형태로 등장했다.
2010년 이후 저고도 방공 시스템은 다시 포와 미사일을 분리해 전문화하기 시작했다. 포는 적의 항공기는 물론 로켓, 포탄까지 요격할 수 있는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으로 발전했고, 미사일은 BAMSE나 VL-MICA, IRIS-T SLM과 같이 사거리가 10km 이상으로 연장되고 여러 개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형태로 등장했다. 당연히 가격은 폭등했고 배치 수량은 크게 줄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 드론의 대량 보급과 함께 저고도 방공 체계의 1순위 표적은 적 공격헬기나 공격기가 아닌 드론이 됐다. 드론은 느리지만 매우 작아 레이더로 탐지하기 어려웠고, 값이 쌌기 때문에 대량으로 운용해 적의 저고도 방공망의 사각지대로 파고들기 용이했다.
선진국들은 이를 이용해 최근 군집 드론(Drone Swarm)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 말 그대로 대량의 드론을 이용해 표적을 타격하는 전술이다. 이러한 군집 드론은 지상에서 발사할 수도, 항공기에서 투발될 수도 있는데 드론 하나하나의 가격이 싸기 때문에 물량을 내세워 적 방공망을 제압하기 용이하다.
중국DJI-드론. [AP=뉴시스]
1대에 기껏해야 수십, 수백 만원짜리 드론에 1발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미사일을 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최근 각광 받는 레이저 무기는 사거리도 짧을뿐더러 동시 대응 능력이 크게 떨어져 대량의 드론을 상대로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이 도입한 개념이 바로 C2A(Command Control and Alert), 이른바 방공 자동화 시스템과 차륜형 대공포다.
C2A는 우리 군의 모든 방공 탐지 자산을 하나의 네트워크에 묶는 것이다. 공군의 장거리 레이더나 E-737 조기경보기가 수집해 MCRC로 보낸 데이터는 물론, 육군의 저고도 탐지 레이더나 국지방공레이더가 탐지한 데이터는 모두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공유된 정보는 각 군단 방공대대의 대대통제기(C2)에 전송되며, 이 대대 통제기는 표적의 위치, 이동 방향, 고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표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대공포 포반이나 지대공 미사일 포반에 표적 정보와 공격 명령을 자동으로 전파한다. 즉, 각각의 대공포는 값비싼 레이더나 적외선 센서 등을 개별적으로 갖출 필요 없이 유·무선 연동만 되면 효과적으로 적 드론을 공격할 수 있다.
발칸포 대체하기 위해 개발
30mm 차륜형대공포-발사사진. [방위사업청 제공]
차륜형 대공포는 K-30 비호 자주대공포의 부품을 최대한 활용해 제작됐다. 주포인 30mm 기관포와 사격통제시스템은 거의 동형이고, 포탑 형상도 유사해 개발비를 크게 절감했다. 이 때문에 대당 양산 가격이 기존 비호 대공포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가격이 싸다는 것은 대량 양산이 용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덕분에 차륜형 대공포는 비호보다 많은 300대 가량의 물량이 양산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량의 드론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양적 인프라를 갖출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격이 저렴한 차륜형 대공포는 자체 탐색 및 추적 레이더가 없고 C2A를 통해 수신한 표적 정보를 이용해 표적을 조준하고 공격한다. 극심한 통신 교란으로 네트워크 연결이 불가능할 경우 전자광학추적장치(EOTS)를 이용해 표적을 식별하고 공격할 수 있다. 매복한 차륜형 대공포가 C2A를 통해 수신한 데이터로 교전하거나 EOTS로 조준하고 사격할 경우 레이더 전파를 전혀 방사하지 않기 때문에 공격받는 적 항공기는 레이더경보수신기(RWR) 경보를 들을 새도 없이 무엇에 맞았는지도 모르고 격추된다.
차륜형 대공포의 30mm 기관포는 1문이 각각 분당 600발의 발사 속도를 가지며, 기본적으로 고폭소이탄(HEI)와 고폭소이 예광탄(HEI-T)를 사용해 직격 방식으로 표적을 파괴한다. 명중하면 불이 붙는 HEI탄을 사용하는 이유는 표적에 명중해 적기의 연료탱크의 유폭을 일으키는데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차륜형 대공포는 현재 풍산에서 개발한 30mm 전방비산탄약, 일명 AHEAD(Advanced Hit Efficiency And Destruction)도 사용 가능하다. AHEAD는 정밀 시한 신관을 이용해 표적 전방 5~10m 거리에서 폭발해 60~150개의 텅스텐 화살을 매우 좁은 각도로 날리는 포탄이다.
AHEAD탄의 장점은 확실한 단발 살상력이다. 기존의 파편탄은 표적 주변에서 사방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에 100개의 파편이 들어 있어도 극히 일부의 파편만 표적에 맞지만, AHEAD탄은 대부분의 파편이 매우 높은 속도로 표적에 명중하기 때문에 1발로도 확실하게 표적을 파괴할 수 있다. 표적 하나를 파괴하는데 소요되는 포탄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30mm 차륜형대공포. [한화디펜스 제공]
육군은 이미 구축에 들어간 C2A와 내년부터 배치되는 차륜형 대공포의 전력화를 2025년까지는 마칠 계획이다. 이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북한의 소형 무인기가 우리 수도권이나 국가전략시설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