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9

2007.01.16

시애틀 공항 크리스마스트리 촛대 설치 시비로 모두 제거

  • 입력2007-01-10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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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교도가 건국의 기초를 세운 미국은 누가 뭐래도 기독교 색채가 짙은 나라다. 동전에 “우리는 신을 믿는다(In god we trust)”라는 말이 적혀 있고, 정치인들은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America)”라는 말을 자주 한다. 유럽은 이미 매주 일요일 교회에 가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미국은 여전히 많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만 되면 미국에서는 빠지지 않는 논쟁이 하나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와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s)’ 논쟁이다. 과거 크리스마스 인사는 당연히 ‘메리 크리스마스’였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에 포함된 ‘Christ(예수)’라는 말 때문에 다른 종교들이 반발하면서 언제부턴가 중립적인 ‘해피 홀리데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메리 크리스마스’가 미국의 건국 정신이자 헌법에 명시된 종교 자유에 어긋난다는 취지였다. 그래서 이제 TV에서는 일제히 ‘메리 홀리데이’라는 공식 용어가 정착됐다.

    그런데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때 아닌 크리스마스 트리 때문에 미국 사회가 또 한 번 크리스마스 논쟁에 휩싸였다. 워싱턴주 시애틀 공항의 크리스마스트리가 논쟁의 출발점이었다. 시애틀 공항은 매년 크리스마스 때 공항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했다. 그런데 유대인 랍비 한 명이 유대인이 명절 때 사용하는 촛대 등을 포함하는 트리를 추가로 설치하지 않으면 공항을 상대로 소송을 걸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유대인들은 대부분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유대인을 상징하는 파란색 전등으로 장식한 트리를 설치할 만큼 전통을 중시한다.

    그러자 공항 측은 유대인을 위한 트리를 설치하면 불교, 이슬람교 등으로부터 비슷한 요청이 들어오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고 판단해 아예 공항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를 모두 치워버렸다. 그러자 폭스TV 등 보수적인 매체와 미국인들이 “이제는 크리스마스트리도 마음대로 세울 수 없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양한 민족과 종교, 인종이 섞여서 살아가는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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