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0

2006.08.29

빠를수록 유리한 ‘老테크’

  • 김현정 커리어디시젼 대표 hjkim@careerdecision.co.kr

    입력2006-08-23 17: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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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를수록 유리한 ‘老테크’
    고령화 사회는 우리 시대 사회, 경제 문제의 화두가 될 것이다. 외환위기가 터지자 한 지인이 “미국에서는 30년 후에 연금이 바닥난다고 난리라는데, 우리는 어떻게 나라가 쫄딱 망하는데 일주일 전에도 몰랐냐”며 탄식을 한 적이 있다. 국민은 몰라도 나라 살림 하는 사람들이 설마 몰랐겠는가? 알아도 ‘어떻게 되겠지’라며 손 놓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 남성이 돈을 계속 벌어야 하는 평균 연령은 68세이고, 여성 역시 60대 초반이다. 하지만 직장 문을 나서는 평균 연령은 30대 중반이다. 그러나 평균 수명은 80세에 달한다. 이는 곧 직장생활을 마치고 나서도 30년은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을 해야 하고 그 후 20여 년은 경제활동 없이 버텨야 한다는 얘기다. 과연 이것이 십수 년 모은 월급으로 감당이 되는 수치인가?

    인생 이모작 꼼꼼하고 체계적인 준비 필요

    가끔 재테크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노후자금’은 말 그대로 직장인을 아득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무시하면서 살아가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던 명예 퇴직자들은 퇴직 후 대부분 극빈자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직 국회의원들도 매한가지라고 하니, 참 ‘어떻게’ 안 되나 보다.

    9살, 12살 자녀를 둔 직장생활 13년차의 김 차장(38)은 자신도 40살이 되면 회사를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회사에서 쌓은 전문성도 그 분야 전문가에 비하면 미비하고, 경쟁력에서도 그다지 자신이 없다고 한다. 또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회사를 대거 나오는 시기에는 중소기업이나 외국계 회사 임원자리 얻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에게 앞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냐고 묻자 ‘공인중개사’를 고려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다. 설령 공인중개사가 된다고 치자. 40살에 회사를 떠나면 대기업 직장생활은 15년이다. 하지만 통계로 따져볼 때 공인중개사는 30년을 해야 한다. 대충 해서는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 대기도 어렵다. 정신없이 뛰어야 한다. 개업한 공인중개사 절반의 월수입이 0원이다. 경쟁은 치열하고, 자신이 대기업에 젊음을 바쳤듯 이 분야에도 젊음을 바치는 똑똑한 인재들이 많다. 이런 선택이 중소기업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보다 과연 쉬울까?

    15년 직장생활을 위해 대학도 졸업하고 자신의 젊음을 다 바쳤다. 그러나 30년 할 공인중개사가 되기 위한 준비는 미비하기 짝이 없다. 열정도 남아 있지 않고 쌓아놓은 인맥도 노하우도 없다. 새내기라고 봐주는 것도 없다. 직장에서라면 시말서 쓰고 끝날 일도 자칫 ‘실패’로 이어지기 쉽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일 당한 뒤에 즉흥적으로 내리는 결정이 아니라 체계적인 노후 경력계획을 세워야 한다. 어떤 일로 내 인생의 이모작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는지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물음과 그를 위한 준비과정이 최소한 3~4년은 필요하며, 미리 하면 할수록 유리하다.

    얼마 전 김 차장에게서 e메일이 왔다. 그나마 여력이 있을 때 지방에 있는 약대에 지원할 생각이라고 한다. 우선 직장을 다니면서 수능 공부를 해보고, 맞는다 싶으면 회사를 그만두겠단다. 7~8년이 걸리겠지만, 그렇게 되면 죽을 때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고, 공인중개사보다는 약사가 자신의 적성에도 맞고 성공 가능성도 높은 것 같아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가끔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이런 사례를 접하면 참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찬찬히 따져보니 그들이 진짜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단다.

    일어날 일을 다 예측하면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 더 비현실적인 것은 없다. 대비하지 않고 ‘어떻게든’ 되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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