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6

2009.10.13

안 ‘해’보고 살겠다고? 그런 결혼이 미친 짓!

남녀 연애칼럼니스트의 ‘속궁합’ 조언

  • 입력2009-10-07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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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해’보고 살겠다고? 그런 결혼이 미친 짓!
    “결혼 결심한 그대, ‘해’보았는가?” 名器, 페니스 환상보다 ‘취향 확인’이 먼저

    최근 ‘혼인빙자간음죄(婚姻憑藉姦淫罪)’ 존폐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나는 이런 시대착오적인 법률은 없어지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이런 법이 있다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의 삶에 대책이 없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혼인빙자간음죄라는 한자어를 21세기식 우리말로 바꾸면 ‘결혼을 염두에 두고 섹스를 한 후 결혼하지 않는 죄’가 된다.

    이 죄목에 대한 유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재판장에서 오갈 대화만 생각해도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다. 아니, 평생을 함께 살 배우자를 고르는데 섹스도 안 해보고 고른다고? 정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지를 알려면, 연봉이나 가정 배경 외에 침대에서 두 사람의 몸과 마음이 잘 맞아떨어지는지도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이 유교사상 충만한 조선시대도 아니고, 현대의 대한민국에서 그런 발상을 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20대 대학생이나 30대 초반의 결혼 적령기 남녀까지 갈 것 없이, 요즘 고등학생들이 글을 남기는 인터넷 사이트에만 가봐도 ‘혼전순결’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알 수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섹스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런 건 나이 들어서 해라” “결혼하고 나서 해야지”라는 건 자식과의 사고 격차를 더 벌리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차라리 섹스할 때 조심할 점이라든지, 충동을 억제하는 법을 알려주는 편이 맞다. 아니면 아예 콘돔을 쥐어주거나. 정확히 말하면 예나 지금이나 청춘남녀가 섹스를 나누는 건 마찬가지인데, 요즘 아이들은 좀더 솔직해졌다고 하는 게 맞을 거다. 그들은 각자의 본능에 충실할 줄도 알고, 적어도 기성세대보다 자신들의 행위에 책임질 줄 안다. 헤어진 남자친구를 ‘혼인빙자간음죄’로 고소하겠다는 20대 여성이 있다면, 우선 주변 친구들이 배를 잡고 웃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이 글을 읽으면서 “딸 가진 부모는 그런 소리 못한다”는 속 터지는 얘기하는 분도 계시리라. 그러나 ‘혼전 섹스’는 어떤 의미에서 여자들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전통적인 우리 사고방식(혹은 고정관념)에 따르면, 남녀는 결혼을 하고 첫 성관계를 맺는다. 그럴 경우 남자는 생리학적으로 첫 관계부터 쾌감을 얻을 수 있다. 남자의 쾌감은 사정을 통해 느껴지는 것이니, 어떻게든 사정만 하면 쾌감은 100% 얻을 수 있다.

    안 ‘해’보고 살겠다고? 그런 결혼이 미친 짓!
    그러나 여자는 어떤가. 고통과 어색함 속에 첫 경험을 한 후, 꽤 오랜 시간과 경험이 쌓여야 섹스의 즐거움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섹스에 관해 꽉 막힌 사회에서는 십수 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 시기가 오면 이미 남편은 성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뒤다. 아내는 “예전에는 그렇게 밝히더니 애정이 식은 거냐”며 닦달하고, 남편은 집에 들어가기 무섭다는 말을 하는 낯익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난센스 같은 시차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수십 년 반복돼왔다(신부가 연상인 경우가 많던 조선시대는 오히려 현명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속궁합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자들은 조선시대 우화에나 나올 법한 ‘명기(名器)’를 찾고, 여자들은 커다란 페니스에 대한 환상을 늘어놓는다. 예전처럼 부모님이 혼사를 결정하고 결혼식 날 평생 배필의 얼굴을 처음 보는 시대였다면야 모르겠지만, 현대 사회에서 아직도 속궁합을 확인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건 일종의 미스터리다.

    언제까지 우리나라 최고의 이혼 사유가 ‘성(sex)격차’여야 하는가. 결혼 후에 더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려면 서로의 섹스 취향이 맞는지 알아보는 게 현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자의 과거에 집착하는 남자들의 태도도 바뀌어야 하고, 질질 끌려가듯 원치 않는 섹스를 반복하는 여자들의 수동적인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번식이 아닌 쾌락을 위해 섹스를 하는 유일한 동물, 인간으로 태어나 그 즐거움을 제대로 누리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모든 일이 마찬가지지만, 경험은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 결혼 전 속궁합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은 남자뿐 아니라 여자의 삶도 긍정적으로 바꾼다. 경험이 많은 커플은 만약 나이가 들어 육체적인 능력이 떨어져도, 어떻게 하면 서로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지 알기 때문에 금실이 좋을 수밖에 없다. 여자의 ‘첫 경험’을 고집하는 남자나, ‘혼인빙자간음’으로 남자를 협박하는 여자는 정말 덜 떨어진 사람이라는 이야기다.

    신동헌 남성지 ‘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섹스칼럼니스트 drag@kayamedia.com

    안 ‘해’보고 살겠다고? 그런 결혼이 미친 짓!
    “헉, 내가 ‘수컷’을 잘못 골랐나?” 새색시들이여 느긋이 기다려라!

    여자의 아파트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차창에 습기가 차오르도록 뺨을 비벼대던 두 사람의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뿐이다. ‘같이 있고 싶다, 헤어지기 싫다’. 싸우고 토라지는 날도 많았지만 사랑한 날이 더 많았고,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사랑하며 보내고 싶은 그들이었다. 남녀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 극에 달하는 관계는 목청껏 사랑찬가를 부르짖는 연인 사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명백한 착각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자꾸 신경이 쓰이는걸’ ‘오호라, 당신도?’의 다리를 건너 구름 위를 걷는 황홀경에 이르면 두 사람은 각자의 감정과 그 감정이 상대방에게 주는 영향에 집중한 나머지 주야장천 ‘생각’과 ‘착각’을 오간다. 그런 그들이 첫 키스의 긴장감과 두근거림을 지나 한마음이 되는 순간! 그것은 익숙하고 평화로운 스킨십을 나눌 때다. 이런 설렘과 안정감이 반반으로 녹아드는 시점이 되면 결혼 말고는 사랑이라는 화학작용을 공식적으로 풀어낼 방법이 없다.

    그들은 결혼하면 거리낌 없이, 더욱 뜨겁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종종 이러한 착각과 함께 예상치 못한 동상이몽의 뼈아픈 밤이 시작된다. 결혼 전 눈빛만 마주쳐도 동공과 입술이 벌어지던 그들의 잠자리는 뭔가 어긋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데, 신혼일 경우 여자의 머릿속엔 ‘내가 ‘수컷’을 잘못 골랐나?’ 싶은 경박한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척’하면 ‘빠직’하고 들어맞을 줄 알았던 섹스는 오리무중이요, 갓 결혼한 새댁의 속은 타들어간다.

    속궁합의 문제다. ‘속궁합을 맞추다’라는 표현은 절묘하고 야하면서 정중하다. ‘우리 한번 하자’ 같은 경박함에 댈 바가 아니다. 되도록 결혼 전에 속궁합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바, 무엇보다 끙끙대며 교전하듯 치르는 ‘신혼 초-서로의 몸에 길들이기’ 과정에서 오는 오해를 불식할 수 있어 좋다. ‘애걔, 이 정도밖에 안 돼?’ ‘이 여자, 내숭이었군’ 같은 거 말이다.

    하지만 밤을 지내보지 않은 상태로 결혼하는 커플의 동상이몽은 차라리 건강하다. 함께 노력하면 어느새 광명의 빛이 비추리니, 남자는 서두르지 말고 여자는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뜻밖의 난관은 결혼 전 ‘할 만큼 한’ 커플이 결혼한 지 반년이 안 돼 섹스리스 커플에 동참하게 되는 경우다. 여자가 밀어내는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의 문제는 남자에게서 비롯된다.

    이건 성차별이 아니라 오히려 성차이를 인식하는 차원인데, 결혼이라는 인륜대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여성의 스트레스보다 남성의 스트레스는 존중받지 못했다는 대목이 첫 번째다. 결혼과 동시에 여자친구는 더 이상 여자친구가 아니라 안주인이 돼 있고, 그녀의 위풍당당한 지위와 반대로 자신은 책임감만 잔뜩 주어져 있더라는 고백은 먼 얘기가 아니다.

    아이 같은 칭얼거림이 아니다. 남자는 사회제도에 깃들수록 자신감 한 덩이씩을 내놓아야 하는 유약한 존재라는 인식이 두 번째다. 이런 속마음을 알 길 없으니 여자는 답답하다 못해 서러울 지경이다. 시쳇말로 안 해본 것도 아니고, 달뜬 숨결로 품고 안아주더니 이게 웬일이냐 싶다. 이 경우 여자는 안방마님 놀이를 접고 결혼 전 여자친구처럼 굴어줄 일이다. 남편의 늘어진 자존심을 ‘빳빳하게’ 풀어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겉보기에 사이좋게 닮아가는 오누이 같은 신혼커플에겐 종종 이런 속사정이 숨어 있다. 신혼이니 당연히 줄기차게 ‘하면서’ 살 줄 알았던, 그들의 머리맡에 옅은 한숨이 늘어가는 이유다. 이들에게 예식과 이사, 신혼여행, 2배로 불어난 친척 어른에게 인사하기 등 결혼 절차를 조금 덜 공격적으로, 가볍게 준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A커플, B커플 할 것 없이 결혼 준비는 롤러코스터처럼 격렬하게 진행되고, 정작 두 사람의 마음은 뒷전에 밀려나 있다.

    젊은 부부들이여, 나는 당신들이 베개 사이에 딴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틈 없이 완벽하게 속궁합을 맞추며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이 세상 모든 신부의 얼굴에 탐스러운 복사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안은영 연애칼럼니스트·‘여자생활백서’ ‘이지연과 이지연’ 작가 eve0524@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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