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6

2009.10.13

부잣집 아들, 대기업 여사원 인기 ‘짱’ 재혼식도 초혼식처럼 ‘시끌벅적’

2009 요지경 결혼시장 트렌드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입력2009-10-07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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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잣집 아들, 대기업 여사원 인기 ‘짱’ 재혼식도 초혼식처럼 ‘시끌벅적’
    앞서 이 세상을 살았던 현인(賢人)들은 결혼의 본질을 이렇게 간파했다.

    “결혼은 새장과 같다. 밖에 있는 새들은 안으로 들어가보려 애쓰고, 안에 있는 새들은 밖에 나가보려고 애쓴다.”(몽테뉴)
    “결혼은 겁쟁이라도 할 수 있는 유일한 모험이다.”(볼테르)
    “서둘러 결혼하면 천천히 후회한다.”(영국 속담)

    성급히 결정할수록 후회가 쌓인다는 인륜대사 결혼.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이 역사적 ‘빅 이벤트’의 트렌드가 유독 한국사회에서는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전하는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들은 결혼 상대자의 최고 ‘스펙’도 항목별로 부동(不動)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일부 집단을 제외하고는 매년 발 빠르게 새로운 선호도를 반영한다고 말한다.

    ‘A업체가 경영난에 빠졌다’ ‘B업종에 대한 미래 전망이 밝아졌다’는 등의 기사 한 줄만으로도 결혼상대 이상형 그래프가 코스피지수 움직이듯 광란의 춤을 추는 시대다. 결혼 적령기의 대한민국 젊은 남녀가 그만큼 ‘세상 이치’에 밝고 영악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2009년 대한민국의 결혼 트렌드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를 계기로 또 다른 변곡점을 맞았다. ‘안정지향적 직업’ ‘부동의 자산’ 등을 화두로 ‘평생직장을 담보할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오랫동안 풍족히 먹고살 만한 안정된 자산을 가진 사람’을 ‘1등 신랑감’ ‘1등 신붓감’으로 꼽는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된 것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 선우, 메리티스, 에스노블의 대표와 베테랑 커플매니저 30인에게서 광속으로 변해가는 최신 결혼 트렌드를 들어봤다.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이들의 상당수가 ‘조건’과 ‘스펙’에 큰 가중치를 두는 만큼 연애지상주의자들에게는 이들이 추구하는 결혼 트렌드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듯도 하다.

    그러나 이들이 솔직하게 내거는 ‘조건’에는 대한민국 현대사회의 트렌드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진화하는 사회적 가치관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 결혼시장의 ‘불편한 진실’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Father-in-law 남편보다 시아버지 ‘스펙’이 더 중요

    부잣집 아들, 대기업 여사원 인기 ‘짱’ 재혼식도 초혼식처럼 ‘시끌벅적’
    몇 달 전, 한 결혼정보회사를 찾은 명문대 출신 치과의사 A씨는 커플매니저에게 시아버지의 직업과 경제력을 최우선 조건으로 내걸었다.
    “남편 직업이나 학력은 어디 내놔서 창피하지 않을 정도면 돼요. 대신 시아버지가 주택 마련이나 자녀교육 등에 도움을 많이 주실 수 있으면 해요.”

    A씨는 원하던 대로 ‘웬만한 수준’의 4년제 대학에, ‘웬만한 수준’의 중견기업에서 대리로 근무하는 B씨를 만나 결혼에 성공했다. 수백억원대의 자산가로 알려진 B씨의 부모는 학벌, 직업이 사회적 통념상 자신의 아들보다 훨씬 나은 상대와 결혼해 기쁘다며 만족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명문 여대 출신의 회계사 C씨 역시 지방대학을 졸업한 띠동갑 남성과 최근 결혼에 골인했다. C씨의 결혼 조건도 ‘결혼 상대자의 스펙보다 시아버지의 스펙이 훌륭할 것’. ‘알부자’로 소문난 C씨의 시부모는 ‘명문대 출신의 어린 전문직 며느리’를 봤다며 싱글벙글했다.

    전문직 전문 결혼정보업체 메리티스의 권량 대표는 특히 고학력 여성들 사이에서 시아버지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위치를 꼼꼼히 따져 결혼하려는 ‘실속파’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집안, 학벌, 외모, 직업 등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들은 일찌감치 ‘품절남’이 됐거나 여자 쪽에 엄청난 혼수를 요구하기 십상이라는 사실을 이미 간파한 것. 다른 조건 하나를 양보하는 대신 ‘달걀노른자’ 같은 실속은 챙기겠다는 심리가 엿보인다.

    “여자들이 정말 똑똑해진 거죠. 요즘 1등 신랑감은 상위 10위권 수준의 4년제 대학 출신 + 100대 기업 정규직 직원 + 서울시내 주요 지역에 본인 명의의 30평형대 아파트 소유 + 유산 20억~30억’의 조합이라고 하거든요. 모든 걸 다 갖춘 남편에게 시집가봤자 기 펴고 살 수 없으니 한두 조건을 희생해도 확실한 길을 택하겠다는 뜻입니다.”(권 대표)

    Trophy Husband ‘내조형 외조’ 해줄 ‘예쁜’ 남편 찾아요

    ‘주간동아’가 입수한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객관적 배우자 지수 구성’ 자료에 따르면 결혼 상대자를 평가하는 세 가지 큰 기준은 사회경제지수(직업·학력 등), 신체매력지수(인상·체형), 가정환경지수(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 등)다. 이 세 기준에 각기 매겨진 가중치와 회원의 점수를 곱한 뒤 이를 합산한 것이 객관적 배우자 지수가 된다.

    눈여겨볼 부분은 남녀별로 기준별 가중치가 달라진다는 대목. 가중치의 총점을 1점으로 봤을 때 여성의 신체매력지수는 0.495로 사회경제지수(0.278)나 가정환경지수(0.227)보다 훨씬 높고, 반대로 남성의 신체매력지수는 0.243으로 사회경제지수(0.521)보다 훨씬 낮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특히 전문직이나 이에 준하는 직업을 가진 ‘똑똑한’ 여성들 가운데 남성의 외모라는 ‘옵션’을 강조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커플매니저들의 공통된 귀띔.

    듀오 노블레스팀 김미정 커플매니저는 “여자 의사들 가운데 미남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전했다. 그는 “남자가 예쁜 여자를 선호하는 것처럼 여자에게도 잘생긴 남자에 끌리는 ‘본능’이 있는데, 과거에 비해 이를 더 적극적으로 표출하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전문직 여성 가운데는 학교와 도서관만 오가느라 제대로 연애를 못해본 사람도 많죠. 그래서 결혼 상대를 연애 상대처럼 고르고 싶어 해요. ‘잘생긴 사람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조르는 회원들도 있죠.”(김 매니저)

    아직까지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트로피 허즈번드(trophy husband)’를 원하는 여성도 종종 눈에 띈다. 성공한 남성이 선택한 젊고 예쁜 전업주부 아내를 일컫는 신조어 ‘트로피 와이프’에서 파생된 ‘트로피 허즈번드’는 성공한 아내를 위해 가사와 육아를 대신 책임지는 남편을 뜻한다. 듀오 노블레스팀 장현정 커플매니저는 “전적으로 살림을 맡지는 않더라도 가사를 적극 분담하고 일하는 아내를 지지해주는 잘생기고 상냥한 남편을 원하는 여성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선우 대전센터 김은정 커플매니저도 “사회활동 증가로 경제력을 갖춘 여성이 늘면서 남성의 경제력, 학벌에 매달리지 않고 오히려 외모나 나이(되도록 젊은 남성)를 따지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혼정보업계에서는 바쁜 커리어우먼이 ‘내조형 외조’를 해줄 결혼 상대자를 찾는 현상을 ‘워크홀릭녀와 머슴남의 만남’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부잣집 아들, 대기업 여사원 인기 ‘짱’ 재혼식도 초혼식처럼 ‘시끌벅적’
    Minimize Risk 예술 전공자, 해외유학파 기피

    몇 해 전만 해도 음악이나 미술을 전공한 부잣집 딸들은 전문직 남성의 1등 신붓감으로 주로 거론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예술 전공 여성들의 인기가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다. 남성 회원의 상당수가 의사인 메리티스는 회원가입 조건에 ‘3無’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첫 번째는 해외 전문직 출신, 두 번째는 해외 대학 학부 출신, 마지막이 예체능 출신이다.

    영상의학과 전문의이기도 한 메리티스 권량 대표는 ‘불확실한 조건’을 가진 상대는 피한다는 일종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차원에서 △해외 전문직의 경우 해외에서 취득한 자격증이 국내에서 통용되기 힘들거나, 국내에서 취업 또는 창업을 하더라도 학연으로 얽힌 국내 업계에서 ‘왕따’가 되기 쉽다 △해외 학부 출신이거나 해외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 중 상당수는 ‘도피성 유학’이어서 지적 능력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가입을 우회적으로 거절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예술 전공자들은 왜 ‘3無’에 포함됐을까.

    “과거 전문직 남성들이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예술 전공 여성을 찾았던 이유는 이들이 옷 입는 센스나 매너가 뛰어나다는 점 외에도 괜찮은 집안 배경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력 있는 집안인 데다 예쁘고 성격까지 좋다면 이미 비슷한 경제적 배경의 ‘이너 서클’ 안에서 소화됐겠죠. 이렇게 자연 흡수되고 남은 처자들 가운데 찾자니 뭔가가 부족한 상대일 가능성이 많고, 막상 결혼하고 보면 씀씀이가 남다르다는 얘기를 선배들에게서 많이 들었던 탓에 이들을 꺼리게 된 겁니다.”(권 대표)

    선우 강남센터 조정연 커플매니저 역시 입사 초기인 6년 전만 해도 남다른 인기를 누리던 예술 전공 여성들에 대한 선호도가 급락해 남성 회원들을 통해 그 이유를 조사해봤다며 “대개 프리랜서로 일해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감수성이 예민한 만큼 성격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커플매니저는 “재테크니 자녀교육이니 엄마들의 능력이 중시되는 시대라서 그런지, 예술 전공자들은 이러한 능력을 발휘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선입견을 가진 남성도 많아 적잖이 놀랐다”고 했다.

    Office Women “여의사도 싫어, 1등 신붓감은 대기업 사원!”

    25~42세 남성 의사들이 가입하는 인터넷 사이트 ‘스카이닥터’를 통해 메리티스가 지난해 11월21일~12월20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남성 의사들이 선호하는 결혼 상대자 직업 1위는 대기업 직원이었다. 총 408명이 참여한 이 조사에서 대기업 직원에 외모까지 수려한 결혼 상대자를 원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47%로 전문직 여성을 선호하는 비중 26%보다 높았다.

    △본인의 능력이 다소 부족하나 집안이 윤택한 상대를 원하는 경우는 10% △본인의 능력은 다소 부족하나 수려한 외모를 갖춘 경우는 7%를 차지했다. 배우자의 사회적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남성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결과다. 대기업 직원이 전문직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는 이들의 지적, 사회적 능력과 외모가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믿기 때문.

    까다롭게 직원을 선발하는 대기업의 잣대를 통과할 정도면 웬만한 학벌에 호감을 주는 외모를 갖춘 것은 물론, 남편의 사회생활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회성까지 갖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조직문화를 경험해봤기에 인간관계와 불가피한 갈등상황에 익숙하고, 이를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능력까지 체득한 여성이라면 시댁과의 관계는 물론 결혼생활 속 크고 작은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깃들어 있다.

    선우 강남센터 강나영 커플매니저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취업의 대안으로 결혼을 선택한 ‘취집족’이나 특별한 목적 없이 ‘가방끈’만 늘리는 여성을 기피하는 남성이 많다”고 전했다. 프리랜서나 학원강사, 교사처럼 직업은 있지만 동료 집단이 없거나 활동범위가 매우 제한적인 경우, 같은 이유로 기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기업 직원에 비해 전문직을 덜 선호하는 것은 수입의 불안정성 때문이라고 권 대표는 해석했다. 그는 “심지어 여의사는 국공립병원에 들어가거나 대학병원 교수가 되지 않는 한 40대 중반에 일찌감치 정년을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 의사가 적지 않다”며 “이들은 자신의 이름이 브랜드가 되는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여성의 경우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잔존하는 사회구조상 오랫동안 안정된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잣집 아들, 대기업 여사원 인기 ‘짱’ 재혼식도 초혼식처럼 ‘시끌벅적’
    Double Income 맞벌이 동상이몽

    맞벌이에 대한 남성들의 수요는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여성들도 결혼 후까지 커리어를 유지하는 것을 결혼의 제1조건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19년 전 결혼정보회사를 설립한 선우 이웅진 대표는 지난 19년간 가장 크게 변화한 결혼 트렌드로 맞벌이를 꼽았다.

    “19년 전만 해도 대다수의 여성이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뒀고, 남성도 이를 요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남자 혼자 버는 수입으로 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남자 쪽에서 먼저 맞벌이를 요구하는 일이 많아졌죠. 가장으로 집안 경제를 모두 책임져야 했던 남자는 여성의 협력을 얻은 대신 권위를 잃었고, 여자는 평등을 얻은 대신 노동의 고통을 분담해야 된 셈입니다.”

    커플매니저들은 그러나 최근 여성 가운데 오히려 결혼과 함께 일을 그만두고 싶어 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견된다고 전한다.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여성 회원 중 결혼 후에도 일을 계속할 의지가 있던 사람 가운데서도 막상 결혼 상대자가 적극적으로 맞벌이를 원하거나, 남편의 연봉이 적어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생계형’이라면 이를 기피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듀오 김미정 커플매니저는 “반면 남성은 집안 살림만 하겠다고 선언한 아내가 자신에게 집착할까봐 또는 외모 등 자기관리에 소홀하면 매력이 떨어질까봐 등의 이유를 내세워 아내의 사회생활을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Dragon Man? 전문직 ‘개룡남’은 기피대상 1위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친 지난해 이후, 결혼시장에서 주가가 급하락한 대표적인 직업은 한의사와 변호사다. 한의대만 다녀도, 사법연수원에만 있어도 곧장 ‘1등 신랑감’으로 통했던 이들의 ‘봄날’이 사라진 셈. 집안은 어려워도 입신양명에 성공한 전문직 남성과 이들을 내조하며 ‘사모님’으로 살고 싶은 부잣집 딸의 조합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완벽한 커플로 여겨졌다.

    “경기침체에 개업한 변호사와 한의사들이 큰 타격을 받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런 직업의 ‘리스크’를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이죠. 요즘 젊은 여성들은 선배 세대들의 사례를 통해 이미 간접적인 학습효과로 무장한 경우가 많아요.”(선우 조정연 매니저)

    듀오 장현정 매니저는 현재는 사법시험보다 행정고시 출신이 훨씬 더 ‘1등 신랑감’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검사, 판사로 임용되거나 10대 로펌에 입사하지 못하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시 출신과 달리, 행시 출신은 안정된 공무원 신분으로 연금까지 보장되기 때문. 장 매니저는 “의대나 법대 졸업 자체가 결혼의 성공을 보장하는 ‘보증수표’인 세상은 지났다”며 “요즘은 치과, 성형외과, 피부과, 이비인후과처럼 구체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전공인지, 또 판·검사 임관 가능성이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선우 이웅진 대표는 ‘개룡남(개천에서 용 된 남자)’ 사위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 역시 ‘개룡남’ 기피 붐에 불을 지폈다고 진단했다. 돈은 많은데 학벌과 사회적 지위가 낮은, 1970년대 ‘졸부’들이 이후 아낌없는 투자로 자녀교육에 성공하면서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됐다는 것이다.
    “자녀를 통해 이미 집안의 약점을 극복했으니, 사무실을 차려주는 등 거액을 투자하면서까지 사위를 모셔올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 겁니다.”

    My House 집 한 채는 기본?

    선우 조정연 매니저는 본인 소유의 집 한 채는 가지고 있어야 결혼상대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요즘 젊은 여성들의 심리에 격세지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5~6년 전만 해도 직업이 괜찮으면 자가 주택 보유 여부를 크게 따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집이 있는지부터 물어요. 결혼 적령기의 30대 초반 남성이 서울 시내에 집을 구입한다는 것은 자기 힘만으로 불가능한 일인데, 이것 또한 집안의 배경을 먼저 본다는 뜻이겠죠.”

    에스노블 이윤희 대표는 “재력을 갖춘 상류층일수록 결혼 상대자의 재산 정도를 중시한다”고 덧붙였다. “요즘 강남 집값이 얼마나 비싸요. 월급만으로 몇 억을 모으기가 쉽지 않으니까 부모님 재산에 기대려고 하는 거죠.”(이 대표) 선우 이웅진 대표는 이를 핵가족화와 분가(分家) 현상이 빚은 사회 트렌드로 해석했다. 부모 형제와 함께 사는 대가족 체제에서는 시쳇말로 ‘수저 한 벌’만 더 놓으면 손쉽게 결혼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으나 분가가 확산되면서 따로 살 집 한 채가 필요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Re-born 날아라 ‘리본’족 … 죽지 않은 ‘돌싱’ 인기

    이혼 경험이 있는 ‘돌싱(돌아온 싱글)’ 남성은 재혼 상대자로 이왕이면 초혼 여성을 선호하지 않을까. 결혼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아이가 없는 재혼의 경우, 능력만 있으면 원하는 상대는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초혼, 재혼 케이스를 모두 만나볼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생각하죠. 30대 후반의 나이에 결혼도, 제대로 된 연애도 한번 못해본 여자는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잠시 ‘갔다 왔더라’도 젊고 예쁘다면 ‘돌싱’을 훨씬 선호합니다.”(에스노블 이윤희 대표)

    메리티스 권량 대표는 좀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재혼남들의 ‘돌싱’ 선호 현상을 설명했다. “처녀장가 들었다는 이유로 아내에, 또 처가에 저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게 싫은 거죠. 골드미스들이 나이가 들면서 ‘돌싱남이라도 한번 만나주지’라고 눈높이를 한 단계 낮추는데, 정작 남성들은 이런 상대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으니 또다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일어납니다.”

    양가 어른만 모셔놓고 간단히 예식을 치르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재혼식도 초혼 때와 비슷한 규모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만큼 재혼을 ‘특이하고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듀오웨드 고미란 실장은 “하객 수 정도만 조금씩 차이를 보일 뿐, 재혼식과 초혼식 풍경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트렌드”라고 전했다.

    부잣집 아들, 대기업 여사원 인기 ‘짱’ 재혼식도 초혼식처럼 ‘시끌벅적’
    Gold Miss 골드미스 vs 골든 에이지 27세

    혼기 꽉 찬 고소득 커리어우먼을 일컫는 ‘골드미스’의 확산은 이미 대세다. 궁합도 안 보고 결혼한다는 ‘4살 차’ 룰을 적용한다면 35세 노처녀는 39세 노총각과, 38세 노처녀는 42세 노총각과 결혼해야 마땅하나 남자들의 기준치는 세월이 흘러도 27~28세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문제다.

    “남자들은 25세에는 연상녀의 매력에 빠져 27세 여성을, 27세 때는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동갑 여성을 좋아하고 30대, 심지어 40대에 접어들어서도 어린 27세 여성을 결혼 상대자로 선호해요. 연예인들이 띠동갑과 결혼했다는 소식이 종종 전해지면서 남성들에게 ‘어린 여자’와 결혼할 수 있다는 판타지를 심는 데 일조한 것도 있고요.”(듀오 장현정 매니저)

    골드미스 가운데는 직업, 학벌, 외모 등 모든 ‘스펙’을 따져 결혼하려다 혼기를 놓친 경우도 적지 않다. 메리티스 권량 대표는 이를 결혼시장의 ‘룰’을 잊은 ‘한가한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골드미스들이 선호하는 전문직 수준의 남성들은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과 맞물려 그 수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의대만 해도 현재 남녀 학생 비율이 6:4 정도로, 8:2 안팎이던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고 전했다.

    “상대방 출신 학교까지 가리는 전문직 골드미스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가톨릭의대 출신 의사를 만날 확률을 계산해봅시다. 한 해 이 네 학교에서 배출되는 인력 약 530명, 그중 남자 60%, 그 가운데 태생적으로 전문직 여성을 꺼리는 인원 30%, 과 커플로 맺어져 일찌감치 ‘품절남’이 되는 경우 20% 등을 가려낸 뒤 확률상 나를 좋아할 만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추려내면 불과 10명 안팎이에요. 문제는 이들을 놓고 ‘젊은’ 여성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죠.”(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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