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6

2009.10.13

코리안 푸드, 원더풀!

런던 韓食축제서 한식 세계화 가능성 발견 …‘건강식’으로 홍보 외국인 입맛 잡기

  • 런던=성기영 통신원 sung.kiyoung@gmail.com

    입력2009-10-05 1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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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안 푸드, 원더풀!

    <B>1</B> 9월12~1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템스 페스티벌을 찾은 관람객들이 한식을 맛보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B>2</B> 행사를 주최한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이 관람객에게 닭고기행인냉채를 직접 먹여주고 있다. <B>3</B> 한국음식 전시코너를 유심히 살펴보는 관람객들. <B>4</B> 화양적, 무쌈밥 등을 직접 시연해 관람객들이 시식하도록 했다.

    토요일 오후인 9월12일, 영국 런던을 상징하는 타워브리지가 건너다보이는 템스강 주변에서는 한국음식을 둘러싸고 탄성이 터져 나왔다. 런던을 대표하는 최대 야외축제 ‘템스 페스티벌(The Mayor’s Thames Festival)’에서 한국음식을 소개하는 특별행사가 열린 것. 12, 13일 이틀간 열린 이번 페스티벌은 화창한 늦여름 날씨 덕분에 연인원 70만명 이상이 몰릴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총연장 346km나 되는 템스강 중 런던 통과 구간, 그중에서도 런던시청 바로 앞에 설치한 한국음식 전시관에는 이틀 내내 페스티벌을 찾은 전 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시식코너 앞에 길게 이어진 줄

    이들은 김치전과 주먹밥, 인삼차 등 간단한 한국음식을 시식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또 이들은 바로 옆 한국음식 만들기 체험관에서 다식(茶食)이나 떡 등을 직접 만들어보며 한국음식의 맛과 멋에 취하기도 했다. 특히 살구씨를 갈아 만든 소스로 버무린 채소에 닭고기를 얹은 ‘닭고기행인냉채’는 큰 인기를 누렸다. 또한 ‘저칼로리, 저지방 건강식’이라는 한식 이미지에 어울리게 평소 식생활 습관을 상담해주고, 사상체질을 진단해주는 코너까지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다국적 도시’ 혹은 ‘다문화 도시’라고 불리는 런던답게 템스 페스티벌에서 만나는 사람 중 절반은 외국인이다. 또 현재 런던에 거주하는 사람이라 해도 출생과 성장배경은 제각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런던에서 열린 한국음식 행사가 영국인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인을 상대로 한 이벤트가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한국음식 행사장을 찾은 홍콩 출신의 미셸 응(32) 씨가 한국음식을 처음 접한 것은 영국도, 홍콩도 아닌 호주 시드니에서였다고. 6년 전 영국인과 결혼해 런던에 살고 있는 응씨는 호주에서 나고 자랐는데, 어린 시절 시드니 한식당에서 먹어본 불고기와 비빔밥을 정확히 기억했다.



    “불고기를 눈앞에서 구워 잘라주는 게 얼마나 신기했는지 몰라요. 그 달콤한 양념맛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스티븐 햄프셔(50) 씨 부부는 휴가차 방문한 런던에 두 달째 머무르고 있었다. 햄프셔 부부가 이날 첫 방문지로 꼽은 곳 역시 한국음식 행사장. 이들은 한국음식 체험코너에서 직접 팥고물을 넣어 만든 떡을 입에 넣고는 연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햄프셔 씨는 동생이 한국인 여자친구를 사귄 덕분에 김치와 비빔밥을 맛본 적이 있다고 했다.

    또 이들이 사는 채플힐의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 다니는 한인 유학생들을 통해 몇 가지 한국음식에 대해 들어봤다고 했다. 그만큼 한국음식에 관심이 많아 그는 인터뷰를 요청한 필자에게 오히려 “김치 재료는 뭐냐” “어느 정도 익혀야 가장 맛있느냐”며 캐물었다. 또 런던의 맛있는 한국음식점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의 아내 역시 곧 한국음식 마니아가 될 것 같아 보였다.

    “20년 전 한국인 학생을 통해 전기밥솥이란 걸 처음 알게 됐어요. 그땐 ‘세상에 별게 다 있다’며 깔깔 웃었는데, 지금은 우리 집 주방에도 전기밥솥이 있답니다. 적어도 보름에 한 번 이상 전기밥솥으로 밥을 해먹지요.”

    그러나 이렇게 직간접적으로 한국음식을 경험해본 사람보다는 금시초문인 사람이 훨씬 많았다. 영국에서 특별히 인기가 높은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음식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소스 이름까지 외우는 영국인도 대부분 한국음식에 대해서는 그동안 전혀 들어보지 못한 상태. 주말 오후 햇볕을 즐기기 위해 템스강변을 찾았다가 우연히 한국음식 전시관에 들렀다는 런던 토박이 잭 헤스(75) 씨 부부도 그런 경우다.

    코리안 푸드, 원더풀!

    <B>5</B> 전통한복을 입은 행사 안내자와 기념촬영을 하는 어린이들.

    이들이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어 있다는 게 전부였다. 시식코너에서 받아든 김치전을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 문 헤스 씨는 “양파와 고추 맛이 약간 맵지만 다른 나라 음식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난생처음 한국음식을 먹어보고는 “런던에도 한국음식점이 있느냐?”고 물어볼 만큼 큰 관심을 보였다. 약간 씁쓸한 맛의 인삼차도 ‘특히 노인 건강에 좋다’는 설명을 듣고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몇 모금 더 홀짝거렸다.

    한국음식의 첫인상에 대해 참석자 대부분은 인도나 중국 음식에서 느낄 수 없는 담백한 맛이 돋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거주 외국인 중 한국인 숫자가 캐나다나 미국 등에 비해 훨씬 적은 영국 같은 유럽 국가에서 한국음식을 널리 알리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문화관광부의 후원으로 이날 행사를 주관한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은 조리사 활용 문제를 한식 세계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알리기 위해서는 해외 한식당들이 현지인 조리사 비중을 줄이고, 한식 교육을 제대로 받은 한국인 조리사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한식의 우수성을 알려나가야 한다”라는 게 윤 소장의 진단이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중국, 인도 등의 음식보다 브랜드 이미지가 약한 한국음식을 하루라도 빨리 현지인의 입맛에 다가가게 하려면 선택과 집중에 따른 ‘개념 홍보’ 전략도 중요해 보였다.

    이날 행사에서 내건 주제처럼 한식은 ‘건강식’ ‘약이 되는 음식’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것도 중요 전략 가운데 하나다. 윤 소장은 “비만인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럽인에게 식이섬유 비중이 높은 한국음식을 다이어트 식품으로 강조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매운맛’ 차별화도 관건

    한국음식의 특성 중 하나인 ‘매운맛’은 이미 인도나 태국 음식의 특성으로 유럽인에게 각인돼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도 과제로 떠올랐다. 이날 행사에서 한국음식을 처음 접한 외국인들은 주로 마늘 향에 관심을 보였다. 또 김치 만드는 법을 알려주면서 ‘발효 효과’에 대해 설명하자 놀랍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음식 세계화의 잠재력은 충분해 보였다.

    한국관광공사 런던지사에 따르면, 영국에서 열린 한국관광 홍보행사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분야 역시 한국음식이라고 한다. 어떠한 홍보 전략과 범정부적 지원체계를 갖추느냐에 따라 발전 가능성이 크게 열려 있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김갑수 런던지사장은 “11월에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여행산업박람회에 한식 소개 코너를 별도로 만들어 한식 문화를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이 박람회는 참석인원이 50만명에 이를 정도로 여행산업 분야의 유럽 내 최대 행사 중 하나다.

    한국음식을 구성하는 다양한 양념과 외국인들이 접해보지 못한 식재료 등을 어떻게 세련되게 번역해 그들이 한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지도 과제로 남는다. 실제 이번 행사에서도 외국인들이 시식코너에서 한식을 접하고 호평한 데 비해, 정작 한식조리 시연행사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통역을 내세워 수백명의 외국인 관람객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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