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7

2007.05.29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공사와 전시 ‘동시 관람’의 즐거움

  • 뉴욕=황진영 전시기획자

    입력2007-05-28 12: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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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공사와 전시 ‘동시 관람’의 즐거움

    보수공사 중인 구겐하임미술관.

    지금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은 한창 보수공사 중이다. 건물 외벽의 콘크리트 균열로 2005년부터 시작된 공사는 페인트를 벗겨내 균열 상태를 확인하고 이런저런 보수를 마친 뒤, 2009년 미술관 개관 50주년에 맞춰 끝날 예정이다.

    이 미술관은 1992년에도 한 차례 대대적인 공사를 했다. 막대한 빚을 떠안고 시작한 당시의 확장공사가 결과적으로 미술관의 상업화를 가속화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

    미술관은 넓게 펼쳐진 센트럴파크 맞은편에 고대 계단식 신전의 형태를 역으로 도입해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유기적 나선형 구조로 세워졌다. 자연환경과의 조화, 유기적 구조를 중시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정신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평가다.

    미술관은 59년 지어질 때부터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찬사와 건축물이 전시할 예술작품을 압도한다는 비판이 충돌한 것. 일각에선 미술관이라기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라는 천재 건축가를 위한 기념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쪽도 이 미술관이 기존 전시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단박에 뒤집어버렸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미술관은 입구와 출구가 같은 기존 미술관과 관람하는 동선부터 다르다. 건물 꼭대기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나선형 복도를 따라 내려오면서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돼 있다.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전시 주제로 삼기에도 손색이 없다. 실제 요즘 미술관에서는 공사와 함께 그 과정과 건물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를 동시에 진행한다. 한국에도 이런 미술관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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