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7

2007.05.29

사생활 보호냐, 범죄 예방이냐

  • 이명우 광주 종로학원 논술연구소장

    입력2007-05-28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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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정부는 지난해 가을 경찰의 개인 컴퓨터에 대한 온라인 접근을 위해 1억 유로(약 1250억원)의 비용을 들여 속칭 ‘연방 트로이목마’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스파이 소프트웨어의 임무는 인터넷을 통해 개인 컴퓨터에 잠입, 하드디스크를 수색해 폭탄제조법 같은 의심스런 자료를 찾아내는 것이다. 다행히 독일 법원이 “컴퓨터 하드웨어 자료수색은 가택수색과 마찬가지로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쇼이블레 연방 내무부 장관은 “치안 유지를 위한 개인 컴퓨터 비밀수색 권한이 경찰에 주어져야 한다”면서 “헌법 개정까지 추진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또한 독일 내각은 4월 초 ‘통신 데이터 보존법안’을 승인했다. 이 법안은 통신업체에 가입자의 통화내용과 인터넷 사용기록을 6개월간 보존할 의무를 부과한다. 이는 범죄 혐의자뿐 아니라 모든 통신 이용자에게 예외 없이 적용된다. 결국 전 국민을 ‘잠재적 범인’으로 취급하는 셈이다.

    -‘주간동아’ 2007년 5월29일자 587호, 52쪽, 안윤기 슈투트가르트 통신원

    1. ‘빅 브라더’ 시대의 도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절대권력으로 표상되는 빅브라더(big brother)는 텔레스크린과 도청장치를 통해 개인의 일상은 물론 사회 전체를 끊임없이 감시한다. 또한 정보 독점과 일상적 감시로 통제를 일삼는 동시에,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시민에게 주입한다.



    죄수를 교화할 목적으로 설계된 파놉티콘이 죄수로 하여금 규율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들고 규율을 ‘내면화’해 스스로를 감시하게 하듯, 이제는 전자·정보 파놉티콘에 의해 개인의 모든 일상이 감시 및 통제되고 있다. ‘1984년’의 암울한 미래가 지금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2. CCTV 설치와 프라이버시 침해

    정보화 사회는 인간을 각종 노동에서 해방시켰고, 시간·공간·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줬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측면과 함께 정보 공해, 프라이버시 침해, 정체성 상실 등의 부정적 결과도 가져왔다. 부정적 측면 중에서도 가장 큰 사회문제는 바로 정보 독점과 프라이버시 침해다.

    독일 정부가 테러를 비롯한 각종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승인한 ‘통신 데이터 보존법안’은 독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서울 강남구청이 강남 일대의 강력범죄 예방을 이유로 유흥가, 주택, 원룸 밀집지역 같은 범죄 우발지역에 ‘폐쇄회로 TV(CCTV)’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강남구청은 ‘범죄 예방과 범죄 수사 목적’이라는 ‘치안 행정의 효율성’을 이유로 CCTV 설치 확대를 주장했다. CCTV의 설치는 프라이버시 보호 같은 국민의 기본 인권을 침해할 수 있음에도, 서울시의 다른 구들로 확대될 전망이다. 범죄 예방이라는 목적하에서는 프라이버시 침해가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3. 프라이버시 보호와 범죄 예방, 무엇이 먼저인가

    독일의 ‘통신 데이터 보존법안’과 강남구의 CCTV 설치는 범죄와 테러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범죄 예방이라는 공익이 먼저인지, 아니면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개인의 인권보호가 먼저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시민사회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자율적인 상호계약적 관계를 통해 기본 권리와 자유를 최대한 유지하고 향유하는 곳이다. 사회는 자율적인 개인의 성장을 통해 발전하므로,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기본 권리와 자유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이런 견해에서 봤을 때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CCTV 설치는 중단돼야 한다. 반면 개인의 권리와 자유는 사회의 안정과 평화 속에서 지켜지는 만큼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한 행위는 마땅히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에서 본다면, CCTV 설치는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개인과 사회는 대립관계가 아닌 변화와 발전의 변증법적 관계이므로 개인과 사회가 함께 발전하는 방향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4. 기출 문제

    -정보사회의 윤리 문제(경희대 2002년 정시 논술)

    -사회 유지를 위한 개인·집단적 동의의 유형과 우리 현실(연세대 2001년 정시 논술)

    -개인의 자유 신장과 사회적 공익 확장(서강대 2004년 정시 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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