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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 30년 장악 ‘김수현의 힘’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socio94@cbs.co.kr

안방극장 30년 장악 ‘김수현의 힘’

안방극장 30년 장악 ‘김수현의 힘’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며 숱한 히트작을 내놓은 김수현 작가.

SBS에서 방영 중인 김수현 극본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가 장안의 화제다. ‘뻔한 소재인 불륜도 김수현이 쓰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멜로 주인공, 그중에서도 선한 캐릭터를 도맡아온 김희애가 가장 친한 친구의 남편을 유혹해 파괴하는 팜므파탈로 변신한 것은 놀랍다. 더구나 ‘김수현 사단’의 일원이랄 수 있는 배종옥이 남편을 빼앗기는 주부 역을 맡았다.

착한 여자로 나오던 김희애가 친구 남편을 빼앗고 똑부러지는 여자 배종옥이 ‘바보 같은’ 조강지처로 역할을 바꾼 것이 재미있다. 김 작가의 깊이 있는 인물묘사와 가슴에 탁 꽂히며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도는 대사도 ‘역시 김수현답다’는 평이다.

경쟁사 드라마 시청률이 순식간에 곤두박질할 정도로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 채널을 고정하고 있다.

우리 나이로 올해 예순넷인 김 작가를 수식하는 표현은 ‘시청률 제조기’ ‘언어의 마술사’ 등 화려하기 그지 없다. 1968년 라디오 연속극 공모에 당선되면서 데뷔한 그의 작가 인생은 40년에 이르지만 감각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집요한 인물 분석·시대성 반영한 대사가 대박 비결

김수현 드라마의 강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현실을 반영한 대사’‘상황묘사’ ‘집요한 인물분석’이라고 지적한다. 한 중견 드라마 PD는 “같은 내용이라도 김 작가가 쓰는 대사는 실생활을 보는 듯, 그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이 하고 싶은 바로 그 말처럼 생생한 맛이 살아 있다”며 “그것이 시청자들을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 같은 힘을 지닌다”고 평했다.

회당 최고 원고료를 받는 김 작가의 그간 기록을 살펴보자. ‘수도꼭지 시청률’이라고 하는 50% 넘긴 드라마가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청춘의 덫’까지 세 작품이나 된다. 이 밖에도 평균 20%를 넘긴 드라마들은 즐비하다. ‘모래성’ ‘완전한 사랑’ ‘불꽃’ ‘부모님 전상서’ ‘사랑과 야망’ ‘사랑과 진실’ 등 거의 대부분이 성공작이다.

안방극장 30년 장악 ‘김수현의 힘’

‘뻔한 소재인 불륜도 김수현 작가가 쓰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SBS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이 같은 드라마 장악의 배경에는 이른바 ‘김수현 사단’이 있다는 말도 있다. 영화가 감독의 작품이라면 TV 드라마는 온전히 작가의 힘으로 끌고 간다. 스타급 작가들이 드라마 편성과 캐스팅에서 막강한 힘을 보여온 지 오래다.

김 작가와 오래 호흡을 맞춰온 연출자와 사랑받는 연기자들은 가히 김수현 사단이라 불릴 만하다. 곽영범 PD와 정을영 PD, 정세호 PD 등이 대표적인 연출자들. 김수현의 배우라고 평가받는 윤여정도 있다. 윤여정의 뒤를 잇는 후계자는 단연 김희애다. 두 사람은 마치 김 작가의 페르소나 같다. 김희애가 ‘내 남자의 여자’에서 팜므파탈로 변신한 것도 김 작가의 뜻에 따른 것. 배종옥 김상중 이순재 김혜자 장용 등도 이 사단에 속한다.

김 작가를 ‘선생님’이라고 따르며 연기를 몇 단계 업그레이드한 연기자들도 있다. 동성애 커밍아웃으로 연예계 활동이 힘들어 보였던 홍석천은 ‘완전한 사랑’으로 복귀했다. 종군위안부를 소재로 한 누드사진 촬영으로 방송 복귀가 힘들 것처럼 보였던 이승연도 ‘사랑과 야망’을 통해 성공적으로 돌아왔다. ‘연기가 매번 그 자리’라고 폄훼됐던 이훈이나 한고은도 김수현의 손끝을 통해 ‘진정한 연기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지금도 대본 리딩에 참석해 9~10시간씩 집중지도하는 김 작가. 배우가 대본에 나온 쉼표 하나라도 그대로 표현해내지 않으면 ‘요절’이 날 정도로 정확성을 요구하고, 어설픈 애드리브를 했다가는 호통이 날아온다. 하지만 누구도 김 작가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에게 혼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독재자 같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를 함께 만드는 사람들은 그것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김수현 드라마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일까? 그것은 오직 김 작가의 집필 의욕에 달렸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주간동아 2007.05.29 587호 (p78~79)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socio9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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