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6

2006.12.26

삶의 질 끌어내리는 ‘불면의 고통’

  • 홍승철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입력2006-12-19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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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질 끌어내리는 ‘불면의 고통’
    회사원 김윤희(가명·31) 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괴롭다. 밤 12시경에 잠들어 아침 7시에 일어나는 비교적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만, 회사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퇴근할 때까지 머리와 눈꺼풀이 무겁다. 오후가 되면 증상은 더욱 심하다. 집중력이 떨어져 업무능률도 상당히 저하됐다. 잠자리에 들면 금세 잠이 드는데도 새벽 2~3시부터 깨기 시작해 하룻밤에 보통 4~5회 잠이 깬다. 이러니 하루 종일 머리가 멍하고, 오후가 되면 쏟아지는 잠을 참을 수가 없는 날이 많다.

    몇 개월 전 업무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밤에 한두 번씩 잠이 깨는 증상이 시작되더니 최근엔 증상이 더 심해진 것이다.

    삶의 질 끌어내리는 ‘불면의 고통’

    수면다원검사를 받고 있는 불면증 환자.

    김씨의 사례처럼 밤중에 자주 깨고, 너무 일찍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거나 아침에 상쾌한 기분을 갖지 못하는 것은 모두 불면증의 증상이다. 국내의 불면증 유병률은 17%로, 한국인 5명 중 1명은 일주일에 3일 이상 불면증을 겪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불면증이 지속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지는 등 낮에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어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장기적인 수면 부족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수준을 넘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비만,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은 물론 당뇨병이나 우울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전체 불면증 환자 중 병원을 찾는 경우는 30% 정도에 불과하다. 많은 환자들이 스스로 불면증을 해결하려 노력하면서도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려고는 하지 않는다. 치료를 꺼리는 이유는 수면 문제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 수면제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나 한번 복용하면 끊을 수 없다는 인식, 수면제가 정상적인 수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오해들은 정작 약물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불면증 환자들의 병원 방문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면전문의들은 일반적으로 불면증 증상이 일주일에 3일 이상, 3주를 넘길 경우 빠른 시일 안에 전문의와 상담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권고한다.

    삶의 질 끌어내리는 ‘불면의 고통’
    불면증의 치료는 자연적인 수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데, 최근 부작용은 적고 효과가 뛰어난 치료제가 개발되어 널리 쓰이고 있다. 이상적인 수면제의 요건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자연 수면 상태와 가장 유사한 수면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요건을 충족하면서 널리 쓰이고 있는 약물은 비(非)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수면제로, 복용한 다음 날 아침에 졸음이나 두통 등의 잔여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제 개발에서 세계적인 추세는 수면제의 잔여 효과, 두통 등의 부작용이나 내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정상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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