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적당한 운동과 정기적인 건강검a진이 필수다.
최근 급속히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은 이미 80세를 넘었고 남성도 곧 80세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아흔 살을 넘어 백수를 바라보는 노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은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 생활을 영위하고 있을까? ‘누워서 백수’하는 분들도 많지 않을까? ‘8899 234’는 이뤄질 수 있는 바람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8899만 된다면 234는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필자의 병원에 오시던 공인중개사 주모 할아버지는 99세 나이에도 생활습관병뿐 아니라 노인성 질환도 전혀 없는 분이었다. 1년에 한두 번 가벼운 감기 때문에 찾아오셨는데 어느 날 아주 미세하게 말투가 바뀐 것 같아 검사를 해보자고 했더니 “괜찮아, 나 건강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하셨다. 그런데 일주일 뒤 주무시는 도중에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생각해보니 주위에서 “건강하던 90대 노인이 주무시다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왔고, 평소 즐겁게 생활하던 최장수 노인이 갑자기 숨졌다는 해외 토픽을 접한 기억이 떠올랐다.
노인의학 문헌에 따르면 건강하게 90세 이상 살았던 노인들이 병에 걸려 죽기까지의 기간은 매우 짧다. 이는 다시 말해 60~80대 노인이 병으로 누울 경우 상당히 오랫동안 고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8899는 가능할까? 그렇다고 본다. 의료전문가인 필자도 평균수명이 지금처럼 높아질 것이라고 짐작하지 못했다. 그러니 앞으로 8899가 88120(팔팔하게 120세)으로 바뀐다 해도 손사래를 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망률 수위를 달리는 암은 규칙적인 검사로 조기 발견하면 된다(암 수술을 받았다고 8899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안전사고를 최대한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8899를 실천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혈관의 건강이다. 나이 들어서 혈관 건강을 챙기면 늦을 수 있다. 어려서부터 관리해야 한다.
최근엔 비만으로 인한 대사증후군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그 결과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적절한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뇌졸중(뇌중풍), 허혈성 심장질환, 만성 신부전증 등을 줄이면 8899가 가능해진다.
과거에는 생활의 양을 따졌다. 따라서 환갑 및 칠순 잔치는 필수 행사로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질을 따지는 시대다. 가장 좋은 것은 양과 질 모두를 겸비하는 것이다. ‘8899 234’는 술자리의 우스개 유행어가 아닌 실천 가능한 목표임이 틀림없다.
이승주 이승주내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