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교과서 뒤적뒤적, 통합논술 찾았다!

논리적 사고의 핵심은 비판력

  • 최진규 충남 서령고등학교 국어 교사·‘교과서로 배우는 통합논술’ 저자

논리적 사고의 핵심은 비판력

논술은 반드시 문제 상황이 주어지게 마련입니다.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상이한 태도나 관점을 주고 수험생들로 하여금 치밀한 분석을 통해 적절한 대안을 끌어내도록 요구합니다. 그래서 제시문을 읽을 때는 의도적으로 어떤 문제 상황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 상황이란 곧 논쟁(‘논리적 쟁점’의 준말)을 의미합니다. 논리라는 말은 ‘사물의 이치나 법칙 따위를 풀어나가는 조리(條理)’를 뜻하고, 쟁점은 ‘서로 다투는 중심이 되는 점’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논쟁 당사자들은 나름의 이치나 법칙을 통해 논리를 펼친다는 점에서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평소 학습과정에서부터 문제의식을 갖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실 논리적인 시각은 하루아침에 갖추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객관식 문제풀이에 익숙한 학생들이 치열한 사고활동을 필요로 하는 논술시험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지요. 논리적인 사고능력은 사물을 대충 살피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질서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과 함께 현상의 원인을 짚어내는 ‘분석력’, 객관적인 근거를 들어 따질 수 있는 ‘비판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면 현재의 고등학교 교육과정 수준에서 통찰력, 분석력, 비판력을 아우르는 개념은 무엇일까요? 다시 말하면 한 가지 요소에 집중하면 나머지 요소는 저절로 갖춰질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얘기입니다. 필자는 당연히 ‘비판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찰력이나 분석력도 궁극적으로는 비판력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비판’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옳고 그름을 따져 말함’이라고 나옵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다 보면 통찰력과 분석력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평소 학습과정에서 비판적인 시각을 갖추라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물론 비판과 비난은 구분해야 합니다. 비판은 말 그대로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지만, 비난은 남의 잘못을 무조건 나쁘게 말한다는 측면에서 개인적인 감정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 이제 비판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막상 시작하려고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지요?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쟁점’을 만들어보기 바랍니다. 쟁점은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우리가 배우는 교과서에도 얼마든지 널려 있습니다. 물론 교과서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가장 모범적인 글이 실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으로 교과서의 글을 대상으로 논쟁을 벌일 수 있다면, 다른 글은 훨씬 더 수월하게 비판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말처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고등학교 국어(상) 교과서를 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글이 바로 최재천 교수가 쓴 ‘황소개구리와 우리말’(도서출판 늘품미디어의 홈페이지(http://www.nlpum.com) 공지사항에 전문 게재)이라는 논설문입니다. 논설문은 논리적인 근거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는 글입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글쓴이의 주장이 움직일 수 없는 진리라고 생각하면 더 이상의 사고 확장은 불가능합니다. 글쓴이가 주장하는 내용도 따지고 보면 개인 의견에 불과하다는 점을 전제로 해야 뭔가 따질 수 있는 안목도 생기는 법이지요. 지금부터 이 글을 제대로 한번 따져보기로 하겠습니다.



논제)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첫 단원에 나오는 ‘황소개구리와 우리말’을 읽고 필자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가정하에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비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시오.

설명) 이 글에서 글쓴이는 미국 중심의 세계화가 갖는 의미를 통해 우리말을 굳건히 지켜내기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든 몇 가지 사례의 경우 논리적인 모순이 드러나며 은근히 영어 공용화를 인정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을 읽고 필자가 정리한 ‘논쟁거리’와 이를 토대로 ‘작성한 글’을 사례로 제시하겠습니다. 다만 작성한 글은 지면 관계상 도서출판 늘품미디어의 홈페이지에 게시해 놓겠습니다.


논쟁거리

1. 부적절한 비유

① 토종을 잠식한 유럽산 찌르레기- 적자생존의 제국주의적 속성

② 외래종(황소개구리, 블루길)과 토종(청개구리와 붕어)의 대결

-외래종의 득세가 토종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라지만, 사실은 외래종의 침범

-토종을 지키기 위해서는 외래종을 도입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책

(→ 논리적 모순 발생)

2. 우리말을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보고 있다.

-경쟁력 있는 우리말의 현실은 무시하고 영어에 살아남기 위한 정도로만 인식

3. 사실상 영어 공용화 찬성 - 국제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영어의 필요성을 거론

4. 국어 교과서의 본질에 어긋남 - 국어 교과서는 어디까지나 자국어의 우수성을 가르쳐야 함.



주간동아 558호 (p94~94)

최진규 충남 서령고등학교 국어 교사·‘교과서로 배우는 통합논술’ 저자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93

제 1293호

2021.06.11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