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8

2006.10.31

견공 영화 데뷔시킨 ‘애견 마니아’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6-10-25 18: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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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공 영화 데뷔시킨 ‘애견 마니아’
    10월26일에 개봉 예정인 영화 ‘마음이…’에는 숨은 주인공이 있다. ‘마음이’를 연기한 네 살짜리 래브라도 리트리버 ‘달이’의 실제 주인인 김종권(43) 씨가 바로 그. 영화가 촬영된 지난 1년 동안 그는 생업을 접고 달이의 연기 훈련과 촬영 지원에 몰두했다.

    “기쁘거나 슬픈 표정을 짓는 훈련, 걸음걸이 속도조절 훈련 등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동선 안에 제가 못 들어가니까 멀리서 지시해도 복종하는 훈련도 했습니다.”

    김 씨는 애견 마니아다. 전남 광주에 사는 그는 달이뿐 아니라 11마리의 셰퍼드도 키우고 있다. 개를 키우기 위해 아파트가 아닌 마당이 있는 일반 주택에 산다. 3년 전에는 사비를 털어 아예 1000평 규모의 개 훈련장을 마련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인데, 그는 국제적인 애견 경기인 세계훈련경기대회에 출전해 50위권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 최근 이 대회 참가자격을 따냈으며, 내년에 첫 출전할 예정. 대표선수는 이 영화에서 두목의 개 ‘베키’로 출연한 네 살짜리 수캐 ‘코마’와 두 살짜리 ‘골프’다. 순수 국내 기술로 훈련시킨 개들로 수상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그는 외국 동영상 등을 참고하면서 독자적인 개 훈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달이의 수상 경력은 화려하다. 각종 도그쇼에서 10회 이상 1위 입상을 거둬 한국챔피언 타이틀을 받았고, 국내 훈련대회에서도 한국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김 씨는 “도그쇼와 훈련대회에서 동시에 한국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한 개를 ‘듀얼 챔피언’이라고 부르는데, 국내에서는 달이가 유일하다”며 자랑을 감추지 않았다. 달이는 생후 두 달 때 김 씨 품에 안겼는데, 여느 개보다 훨씬 똑똑했다고 한다. 밥상만 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난장판을 만드는 다른 개들과 달리 ‘컹컹’ 짖으며 밥 달라는 의사 표시를 하더라는 것.

    김 씨는 “아내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처럼 애견 마니아로 활동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김 씨보다 더 개를 좋아하는 그의 아내는 그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16세인 외동아들도 어릴 때부터 개들과 함께 자란 덕분에 개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개 주연의 영화를 제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애견 마니아로서 ‘작품’을 하나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봅니다. 이 영화를 통해 애견 마니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좀더 부드러워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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