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쁘거나 슬픈 표정을 짓는 훈련, 걸음걸이 속도조절 훈련 등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동선 안에 제가 못 들어가니까 멀리서 지시해도 복종하는 훈련도 했습니다.”
김 씨는 애견 마니아다. 전남 광주에 사는 그는 달이뿐 아니라 11마리의 셰퍼드도 키우고 있다. 개를 키우기 위해 아파트가 아닌 마당이 있는 일반 주택에 산다. 3년 전에는 사비를 털어 아예 1000평 규모의 개 훈련장을 마련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인데, 그는 국제적인 애견 경기인 세계훈련경기대회에 출전해 50위권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 최근 이 대회 참가자격을 따냈으며, 내년에 첫 출전할 예정. 대표선수는 이 영화에서 두목의 개 ‘베키’로 출연한 네 살짜리 수캐 ‘코마’와 두 살짜리 ‘골프’다. 순수 국내 기술로 훈련시킨 개들로 수상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그는 외국 동영상 등을 참고하면서 독자적인 개 훈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달이의 수상 경력은 화려하다. 각종 도그쇼에서 10회 이상 1위 입상을 거둬 한국챔피언 타이틀을 받았고, 국내 훈련대회에서도 한국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김 씨는 “도그쇼와 훈련대회에서 동시에 한국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한 개를 ‘듀얼 챔피언’이라고 부르는데, 국내에서는 달이가 유일하다”며 자랑을 감추지 않았다. 달이는 생후 두 달 때 김 씨 품에 안겼는데, 여느 개보다 훨씬 똑똑했다고 한다. 밥상만 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난장판을 만드는 다른 개들과 달리 ‘컹컹’ 짖으며 밥 달라는 의사 표시를 하더라는 것.
김 씨는 “아내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처럼 애견 마니아로 활동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김 씨보다 더 개를 좋아하는 그의 아내는 그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16세인 외동아들도 어릴 때부터 개들과 함께 자란 덕분에 개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개 주연의 영화를 제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애견 마니아로서 ‘작품’을 하나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봅니다. 이 영화를 통해 애견 마니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좀더 부드러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주간동아 558호 (p98~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