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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홈쇼핑 인수 … 롯데 사면초가

태광 반발 이어 방송위 승인 난망 … 시장 부정적 반응에도 ‘밀어붙이기’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우리홈쇼핑 인수 … 롯데 사면초가

우리홈쇼핑 인수 … 롯데 사면초가

우리홈쇼핑 로고.

‘유통 공룡’ 롯데는 우리홈쇼핑을 인수할 수 있을까. 이 문제가 최근 유통업계의 최대 이슈다.

기존 홈쇼핑 업체와 우리홈쇼핑 2대 주주인 태광산업은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 시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반면 롯데는 국내 최초로 유통 수직계열화 완성을 위해 이번 인수·합병(M·A)만큼은 반드시 성사시키고 말겠다는 각오다. 롯데는 8월2일 우리홈쇼핑 1대 주주인 ㈜경방으로부터 우호지분을 포함해 우리홈쇼핑 지분 53%를 4667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10월 말 이전 결정’ 기대하는 롯데

롯데의 M·A가 성공하기 위해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방송위원회(이하 방송위)로부터 각각 기업결합 승인과 최다 주식 보유자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롯데가 공정위 승인은 무난하게 받을 수 있겠지만, 방송위 승인이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롯데로서는 불행하게도 이런 관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방송위는 방송법상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다만 1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 최종 결정은 사무처 실무 검토를 바탕으로 방송위 전체회의가 하도록 돼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방송위가 10월 말 이전에는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안다”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현재 방송위 전체회의는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와 관련한 안건을 한 번도 논의하지 않은 상태. 8월 말 사무처 관련 부서에서 방송위원들에게 1차 보고를 간단히 했을 뿐이다. 방송위원들은 한 차례 더 중간보고를 받은 다음 이 문제와 관련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10월20일 현재 승인 여부를 어떤 논의 구조를 거쳐 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해진 바가 없다. 경우에 따라선 소위원회를 구성해 깊이 있게 논의한 다음, 그 결과를 토대로 방송위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로선 승인 여부와 관련한 어떤 예상도 힘들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사안이 7월14일 출범한 3기 방송위의 첫 시험대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3기 방송위는 이처럼 이해관계자 간 대립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 의사 결정을 내린 적이 한 번도 없다. 방송위가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의사 결정하지 않는 한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방송위 주변에서 흘러나온 얘기를 종합해 보면, 롯데 측의 기대와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롯데가 방송위 승인이라는 난관을 돌파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다. 롯데 관계자들의 낙관적 전망은 방송위 내부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셈이다.

롯데로선 3기 방송위가 기본 규칙을 개정해 상임위원회 권한을 대폭 축소한 점도 ‘불운’이라고 할 수 있다. 2기 방송위에선 방송사업자 대주주 변경 승인 문제는 상임위원회 소관 사항이었다. 그러나 3기 방송위는 출범과 동시에 기본 규칙을 개정, 이를 전체회의 의결 사항으로 바꿨다. 이는 롯데가 9명의 위원을 일일이 설득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홈쇼핑 인수 … 롯데 사면초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방송위원들은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 승인 여부와 관련해선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사안 자체가 워낙 예민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렵게 전화 통화한 한 방송위원은 “현재로선 그 문제와 관련해 할 말이 전혀 없다”면서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방송위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좀더 구체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방송위의 한 관계자는 “일부 방송위원은 ‘롯데가 대형 M·A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 아니냐. 시간이 걸리더라도 M·A의 장애물은 롯데 스스로 제거한 다음 방송위에 승인을 신청해야지, 그런 노력도 없이 무턱대고 승인을 요청한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의사결정 구조 독점도 한몫

일부 방송위원의 이런 태도는 우리홈쇼핑 1대 주주인 경방이 2004년 방송위에 제출한 각서를 염두에 둔 때문으로 보인다. 경방은 2004년 재승인 심사 때 ‘3년간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방송위에 각서를 제출했다. 우리홈쇼핑 2대 주주인 태광산업의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방송위가 경방의 지분 매각을 승인하는 것은 특혜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물론 경방이 빠져나갈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각서에서 경방은 태광산업 측의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단서를 달아놓았기 때문. 태광산업 측은 그동안 물밑에서 꾸준히 지분을 매집, 현재 우호지분을 포함해 46%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해도 매각 상대가 롯데라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된다. 방송위가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를 승인할 경우 “롯데의 홈쇼핑 사업 ‘우회 진출’을 용인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송위가 1994년과 2001년에 홈쇼핑 사업자를 선정할 때 롯데를 탈락시켰는데, 이제 와서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를 승인한다면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볼 때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방송위 분위기가 롯데에 비(非)우호적으로 흘러가는 데는 일차적으로 롯데에 책임이 있다. 롯데가 우리홈쇼핑 인수작업 과정에서 ‘허점’을 보였기 때문. 롯데가 우리홈쇼핑 인수 발표 직후 태광산업 측의 반발을 산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최대 케이블TV MSO(복수종합유선방송 사업자)인 태광산업 측의 협조를 받아도 시원찮을 판에 분쟁을 벌이고 있으니, 롯데가 홈쇼핑 사업에 대해 뭘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롯데가 태광산업 측의 반발을 산 이유는 사전에 귀띔 한번 없었기 때문. 물론 M·A 속성상 비밀리에 추진해야겠지만 태광산업 측으로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라는 점에서 더욱 격분하고 있다. 태광산업 이호진 회장은 신격호 회장의 조카사위다. 태광산업의 한 관계자는 “롯데는 두 사람이 만나 충분히 협의했다는 식으로 언론에 흘려 상황을 호도했다”고 비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송위 승인이 쉽지 않고 시장의 반응이 부정적이라는 점이 예상됐음에도 롯데가 이를 밀어붙인 게 문제”라며 “이는 신격호 회장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독점하고 임원들은 이를 무조건 받들어야 하는 롯데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지 않는 한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주간동아 558호 (p48~49)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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