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6

2006.10.17

기능하는 비(非)소리, 새로운 언어

  • 이병희 미술평론가

    입력2006-10-16 1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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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하는 비(非)소리, 새로운 언어
    우리가 소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때는 언제일까. 공포영화를 볼 때? 크게 음악 틀어놓고 혼자 운전할 때? 생각해보면, 공포영화에서 우리를 가장 자극하는 것은 비명 소리가 아니라, 비명 직전의 고요다. 그리고 운전할 때 음악의 볼륨을 높이는 이유는 음악을 잘 듣기 위해서라기보다 차의 소음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 반응하는 소리는 소리 이전의 소리, 음악 외의 소리가 아닐까?

    이런 소리들은 우리 일상에서 어떤 영역에도, 어떤 사전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은 소리다. 그렇지만 이런 소리 아닌 소리, 즉 비(非)소리는 새로운 언어의 맹아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서울 종로구 원서동의 인사미술공간에서는 이런 비(非)소리들을 전시한다. 작가 김영은의 프로젝트는 일명 ‘Landscape Music project’다. 그의 프로젝트에는 권병준, 김남윤, 김재권, 전자양, 시도레, 아메바, 엄인성, 이윤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어떤 소리들을 조합해서 또 다른 어떤 소리나 음악을 만들었다. 물 끓는 소리, 전화벨 소리, 기차 소리, 미디어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유명 작곡가의 음악 등 그들이 만든 음악에 사용된 소리는 각양각색이다. 전시장에는 CD 플레이어와 앰프들이 작품처럼 놓여 있고 각기 제목이 달려 있다. ‘잠이 안 올 때 듣는 음악’ ‘배고플 때 듣는 음악’ ‘잔소리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음악’ 같은 것이다.

    이런 음악이 과연 우리의 삶에 ‘기능하는’ 음악일까? 물론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주변에 이미 기능하는 어떤 소리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그런 소리들은 따분한 우리의 현실에 새로운 차원을 보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보충은 우리의 삶에 작은 재미를 선사할 수도 있지만, 그런 영역은 다른 한편으로 불쾌하거나 심지어 들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영은과 뮤지션들은 왜 이런 음악을 만들었을까. 우리에게 평소 관심을 두지 않는 소리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일까? 그것도 일종의 언어임을 주장하기 위해서일까? 우리가 잘 모르는 영역, 음역의 소리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닐는지. 10월15일까지, 인사미술공간, 02-760-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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