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6

2006.10.17

사업다각화·설비고도화 ‘수익성 1위’ 에너지 리더 꿈

종합에너지 기업 GS칼텍스, 유전 개발·중국 진출 등 내실 행보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6-10-11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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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다각화·설비고도화 ‘수익성 1위’ 에너지 리더 꿈

    GS칼텍스의 전남 여수 알킬레이션 공장.

    최근 GS칼텍스 한 임원은 한 외신기자로부터 “허동수 회장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받았다. 이 임원이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인터뷰하고자 하느냐”고 물었더니 대뜸 기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알 누아이미 석유장관을 현지에서 만났는데 ‘한국에 가면 Dr. 허를 만나보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허 회장의 일정 관계로 인터뷰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 일화는 허 회장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GS칼텍스의 성장 과정 및 경쟁력을 언급할 때 허동수 회장을 빼놓고 얘기하기는 힘들다. 합작 파트너인 셰브론을 설득해 아로마틱스 공장 설립을 주도, GS칼텍스의 석유화학 시대를 연 것도 허 회장이었다. 연산 220만t 규모의 아로마틱스 공장은 경쟁력 세계 1위 설비로, GS칼텍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의 전체 영업이익 8478억원 가운데 석유화학 부문에서 올린 영업이익은 5114억원으로, 절반이 훌쩍 넘는 60.3%다. 반면 석유화학 부문의 매출 규모는 전체 매출 16조2339억원의 15.1%에 불과한 2조4472억원이다. 아로마틱스 부문이 얼마나 수익성이 높은지를 알 수 있다(GS칼텍스의 석유화학 부문에는 아로마틱스와 폴리프로필렌 부문이 있지만 폴리프로필렌 부문은 전체 매출의 2% 수준이다). GS칼텍스는 아로마틱스 공장 규모를 2007년까지 연산 270만t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아로마틱스 공장은 벤젠과 톨루엔, 파라자일렌(PX)을 생산하지만 수요가 많은 PX 생산이 중심이다. PX는 TPA(고순도 테레프탈산)의 기초 원료다. TPA는 우리 생활에 밀접한 폴리에스테르 옷감과 페트병의 원자재다.

    정유업계 최초로 수출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것도 허 회장이었다. 1979년 2차 오일쇼크 때의 일이다. 그 직전에 2억 달러 규모의 신디케이트 론을 얻어 준공한 연산 15만 배럴 규모의 공장은 오일쇼크 여파로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회사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허 회장은 일본 쪽 정유사들과 접촉, 그들의 원유를 대신 정제해주기로 하고 돈을 받았다. 정유업계에 임가공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때 인연을 맺은 일본 정유사들과는 지금도 관계가 돈독하다”고 소개했다.



    합작 파트너인 셰브론도 허 회장의 이런 경영 능력을 높이 산다. 지난해 GS그룹 출범 이후 GS와 셰브론의 사내이사 수를 5대 4로 하는 것을 허용한 점이 이를 증명한다. 여기에는 허 회장에게 중요한 결정까지도 맡긴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GS칼텍스는 GS와 셰브론이 각각 50%씩 투자해 설립된 회사이기 때문에 과거 사내 이사는 동수로 구성했다.

    사업다각화·설비고도화 ‘수익성 1위’ 에너지 리더 꿈

    2006년 2월18일 중국 칭다오 시 주유소 1호점 기공식에 중국 정부 측 인사들과 함께 참석한 허동수 GS칼텍스 회장(가운데).

    허 회장의 목표는 GS칼텍스가 아시아 정유업체 가운데 수익성 1위 업체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허 회장은 원유 정제 규모를 늘리는 ‘양’ 위주 경영보다는 고도화 설비 확충 등 ‘질’ 중심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또 해외유전 개발 및 중국 진출, 액화천연가스(LNG), 전력,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등 사업 다각화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석유·전력 이어 가스사업에도 적극 진출

    GS칼텍스의 하루 원유 정제 규모는 72만2500 배럴. SK㈜의 84만 배럴(SK인천정유 포함할 경우 111만5000배럴)에 이어 국내 2위 수준. 현재 중질유 분해시설 규모는 일일 9만 배럴이지만 지난해부터 1조5000억원을 투자해 2007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루 5만5000배럴 규모의 제2중질유 분해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이런 고도화 설비는 상대적으로 값이 싼 벙커C유 등 중유에서 휘발유, 등·경유 등 값비싼 제품을 만들어내는 시설로 정유사 경쟁력을 결정짓는다.

    지난해 11월에는 최고급 휘발유 제품을 생산하는 알킬레이션 공장도 1400억원을 투자해 완공했다. 알킬레이션 공장은 부탄을 원료로 휘발성 유기물질을 획기적으로 저감한 초저황·고옥탄가의 알킬레이트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알킬레이트는 수질환경 오염 논란이 일고 있는 기존 휘발유 첨가제(MTBE)를 대체하는 친환경 첨가제로, 고급 휘발유 제조에 사용된다.

    GS칼텍스는 LNG 및 도시가스 사업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전통적인 석유·전력사업에 환경친화적인 가스사업이 융합된 종합에너지 사업자로 변신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를 위해 GS칼텍스는 이미 산업자원부로부터 LNG 사업자로 인가를 받았고, LNG 터미널 건설과 LNG 도입 계약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LNG 수요처는 상당 부분 확보된 상태다. 우선 민자발전회사인 GS파워㈜와 GS EPS㈜의 전력 생산용으로 공급한다. GS파워는 2000년 6월 한전으로부터 안양·부천 열병합발전소를 인수한 회사. GS EPS는 LG가 보유하고 있던 국내 최초의 LNG 민자발전사업자인 LG에너지를 인수해 이름을 바꾼 회사다. 현재 가동 중인 50만Kw급 LNG 발전소 1호기에 이어 2008년 3월 완공을 목표로 비슷한 규모의 2호기를 지난해 11월 착공했다.

    GS칼텍스의 자회사인 도시가스 공급업체도 LNG 수요처다. 현재 GS칼텍스는 광주 및 전남 화순지역 도시가스 공급업체 해양도시가스와 경북 경주 및 영천지역 도시가스 공급업체 서라벌도시가스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GS칼텍스는 여수공장의 정제 및 공장 운영에 필요한 연료도 벙커C유에서 청정연료인 LNG로 교체하고 있다. 내년까지 총 3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여서 일부에서는 반대가 많았지만 허 회장은 “앞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은 물론 대기환경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설득했다.

    에너지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 확대를 위해 원유 개발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GS칼텍스는 해외 유전 개발을 통해 하루 정제능력 72만2500 배럴의 10~15%를 자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는 2003년 캄보디아 해상광구 탐사 프로젝트 참여를 시작으로 지난해 10월 러시아 서캄차카 광구의 지분 참여 등 자원개발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사업다각화·설비고도화 ‘수익성 1위’ 에너지 리더 꿈

    GS칼텍스 전남 여수 공장의 폐수처리시설.

    특히 캄보디아 해상광구는 1차 탐사 작업 시 5개 탐사정에서 모두 원유를 발견, 유전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진행 중인 2차 탐사 작업이 끝나는 내년에는 광구의 개발 가능성 및 매장량 규모 등 정확한 경제 규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7월에는 태국 육상 탐사광구인 L 10/43, L 11/43의 지분 30%를 인수했으며, 지난해 러시아 서캄차카 해상 석유개발 사업을 위한 한국 컨소시엄 지분 10%를 인수했다. 서캄차카 광구는 추정 매장량만도 37억 배럴에 달하는 대형 광구로, 한국석유공사를 비롯한 국내 굴지의 에너지 전문기업 7개 회사와 함께 참여했다. GS칼텍스는 이외에도 동남아, 중동, 중앙아시아 등 전략지역에 대한 추가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GS칼텍스는 2월 중국 칭다오에서 주유소 기공식을 개최하며 중국 진출 첫발을 내디뎠다. 올해 말까지 칭다오경제기술개발구 등에 주유소를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2000년 세계 정유업계 최초로 6시그마 운동 시작

    아시아 정유업계 최고의 기업이 목표인 만큼 회사 내부 경영 시스템도 선진적이다. 한 임원은 “허 회장이 미국에서 공부한 탓인지 합리적이고 선진적 제도를 일찍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비상장 법인임에도 독립적인 감사위원회 제도를 통해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임직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주5일 근무제도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다는 것.

    GS칼텍스는 세계 정유업계 최초로 2000년 6시그마 운동을 시작했다. 제품 100만 개 중 불량품 수를 3, 4개 이내로 제한하는 99.99966%의 순결 품질을 의미하는 6시그마 운동은 모든 부문에서 발생하는 결함 원인을 통계적으로 측정, 분석해 원인을 제거하는 혁신 활동이다. 이 부문 고급 과정인 BB(Black Belt) 소지자는 현재 249명이며, 2000억원 이상의 재무성과를 창출했다. 끊임없는 혁신운동이 GS칼텍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천 중 하나인 셈이다.

    미래에너지에도 대비한다

    1989년부터 수소연료전지 개발 투자


    사업다각화·설비고도화 ‘수익성 1위’ 에너지 리더 꿈

    한 가족이 가정용 연료전지의 핵심인 셀스택을 보고 있다.

    “미래에너지를 개발하면 비산유국인 우리나라도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신할 수 있다.”

    허동수 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말이다. 미래에너지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를 말한다.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풍력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는 석유에너지 고갈에 대비해 미래에너지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수소연료전지는 고갈될 위험이 없는 수소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원이어서 각광 받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자동차, 항공기, 휴대전화, 노트북 등 사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GS칼텍스는 이미 1989년부터 미래에너지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투자해왔다. 2000년에는 연료전지 전문 자회사인 GS퓨얼셀을 설립하기도 했다. GS퓨얼셀은 2002년 국내 최초로 대형 건물이나 아파트, 공공건물 등에 활용할 수 있는 50kw급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을 개발해낸 데 이어 지난해에는 1kw급 가정용 연료전지 개발을 완료했다.

    수소연료전지가 상용화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현재의 주유소처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 건설이다. GS칼텍스는 100억원을 투자해 내년까지 서울지역에 첫 수소충전소를 짓기로 했다. GS칼텍스가 일찌감치 수소충전소를 마련하는 것은 다가올 미래에너지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올 11월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신에너지 연구센터를 세운다. 현재 추진 중인 모든 신에너지 관련 연구를 내년부터 이곳에서 통합 추진하기 위해서다. 최첨단 실험장비 및 시험 생산시설이 구축되고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추기 때문에 핵심 연구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GS칼텍스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로 불리는 ‘슈퍼커패시터(고효율 축전지)’용 탄소 소재 개발에도 성공, 올해 말부터 상용화에 들어간다. 슈퍼커패시터는 대용량의 전기를 빠르게 저장하고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저장장치로, 2차 전지보다 100배 이상의 고출력인 데다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의 플래시,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응용 분야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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