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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인권위원장 못 견뎌서?

조영황 돌연 사퇴 미스터리 증폭 … “사무총장과 위원들 자주 대립 스트레스”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동네북’ 인권위원장 못 견뎌서?

‘동네북’ 인권위원장 못 견뎌서?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가운데)이 6월12일 군 형사소송 법안과 난민의 인권보호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전원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장직을 국민이 내린 중차대한 소명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권 전담 국가기구로서의 출범정신과 우리 사회 인권 현실, 새로운 도약기를 맞은 국가인권위의 현 상황 등에 비추어 부족한 사람이 와서 무거운 역할과 책임감을 느낀다.”

지난해 4월4일 국가인권위원회 조영황 신임위원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조 위원장은 이날 “부당한 압력과 간섭을 받지 않고 오로지 친(親)인권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그랬던 그가 1년 5개월여 만인 9월26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위원회 직원에게 사표를 던지고 홀연히 사라졌다. 연락처 하나 남기지 않은 채. 결국 청와대는 그의 사표를 수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위원장 3년 임기 중 절반도 채우지 못한 셈이다.

내부 관계자들 말 아끼며 ‘쉬쉬’

위원회 안팎에선 갑작스런 조 위원장의 사표 제출 배경을 둘러싸고 구구한 억측과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위원회 최고의결기구인 전원위원회 상임(3명) 및 비상임위원(7명) 내부의 갈등 때문이라느니, 위원장과 위원들 간 또는 위원들과 사무처 간의 갈등 때문이라느니 분석도 분분하다. 일부 언론은 위원회 내부에서 진보적인 위원들과 보수적인 위원들 간의 노선 갈등의 결과라는 다소 자극적인 분석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위원회 내부 관계자들이나 상임 및 비상임위원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기자의 질문에 대한 위원회 한 관계자의 답변이다.

- 조 위원장이 사표를 제출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가.

“평소 지병인 고혈압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 무엇이 조 위원장의 혈압을 오르게 했다고 생각하는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뭐라고 답하기 곤란하다.”

위원회는 다만 9월28일 성명서를 통해 “활발한 내부 논의 구조를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 보거나 내분으로 보는 시각은 상당 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원장 사퇴의 원인이 위원회의 내분이나 노선 갈등 때문인 것으로 비춰지는 일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렇다면 갑작스런 조 위원장의 사퇴 배경은 도대체 무엇일까. 위원회 내부 관계자들은 수평적 논의 구조인 전원위원회와 위원장이 직접 지휘하는 사무처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인 충돌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전원위원회가 위원회의 전반적인 운영에까지 관여의 폭을 넓히려 함에 따라 독자적인 업무 처리 영역을 유지하려는 사무처와의 마찰이 불가피했다는 것.

예산과 인사 문제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사무처는 연초 한 해의 예산과 인사 문제를 포함한 업무계획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해 논의를 거치도록 했는데, 그 후 집행은 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사무처에서 직접 처리해왔다. 이에 대해 상당수 위원들이 적지 않은 불만을 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 업무도 위원회에서 일일이 논의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

실제로 2005년 9월 전원위원회에서 사무처가 광주 및 부산 지역 사무소장 등 직원을 채용한 것과 관련해 조 위원장과 이 문제를 제기한 위원들이 한바탕 언쟁을 벌였다. 이때 곽노현 사무총장은 “인사는 위원장의 고유 권한”이라며 위원장을 대신해 응수하기도 했다.

“조율 역할 제대로 못해”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위원장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11명의 위원 중 한 명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독임제 장관처럼 사무처를 운영하는 책임자이기도 하다”면서 “위원회는 이처럼 두 가지 성격이 혼재돼 있는데 때로는 긴장관계로, 때로는 협력관계 형태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이 나쁘게 보면 내분이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생산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좋은 선례가 없어서, 위원회와 사무처 간의 관계가 어느 정도가 적정한 선인지라는 문제로 인해 위원회 초기부터 지금까지 위원장과 위원, 사무처 직원들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조 위원장이 사표를 낼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 위원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려고 노력했어야 옳다. 따라서 조 위원장이 물러난 데는 분명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다.

한 비상임위원은 익명을 전제로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 위원은 좀더 직설적으로 조 위원장의 사퇴 배경을 진단했다.

“위원회의 구조적인 원인과 위원장 개인적인 캐릭터가 맞물린 결과다. 조 위원장은 비정치적이고 서민적인 사람이다. 그만큼 보좌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그런데 이런 위원장을 잘 보좌한 게 아니라 이용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어떤 때는 위원장이 완전히 (곽노현) 사무총장의 들러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위원장은 빠지고 위원들과 사무총장의 대립관계가 자주 만들어졌다. 위원장이 그 중간에서 적절하게 조율했어야 하는데, 위원장의 캐릭터상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이 위원은 또 “위원장은 외부적으로 논쟁이 불거진 사안에 대해서는 깊숙이 개입하지 않으려는 스타일이었다. 위원들 중에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도 있고,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곽 사무총장은 1기 위원회 때 비상임위원으로 일하다가 그만둔 뒤 2기 위원회 때 다시 사무총장으로 합류했다.

다른 비상임위원들도 곽 사무총장과 위원들 간의 갈등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다른 한 비상임위원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대로 위원 내부의 노선 갈등이나 위원장과 위원의 마찰 때문에 위원장이 사퇴한 것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도, 사무총장과 위원들 간의 갈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며 입을 닫았다.

또 다른 비상임위원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곽 사무총장은 그러나 조 위원장의 사퇴와 관련해서는 일절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주간동아 556호 (p22~23)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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