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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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 승리 위한 활력제 될 터”

유석춘 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위원장 “당 안팎서 도덕성 회복과 자강운동 추진”

  • 송문홍 기자 songmh@donga.com

    입력2006-10-11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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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대선 승리 위한 활력제 될 터”
    연세대 유석춘(51·사회학) 교수는 그동안 줄기차게 ‘보수(保守)의 가치’를 설파해온 인물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는 대열의 선봉에 서왔다. 신문 칼럼 등 주로 지식인들이 쓰는 수단을 통해서였다.

    그러던 그가 이번엔 현실정치에 뛰어들었다. 9월25일 ‘뉴라이트 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 목사) 공동대표 자격으로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위원장에 임명된 것. 이를 놓고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의 혁신’을 강조하는 뉴라이트와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한나라당의 실험이 시작됐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이다.

    정치무대에서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꾸는 보수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것인가. 그 답은 2007년 12월 대선이 끝나면 자연히 나올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대선이 1년 이상 남은 현 상황에서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한국 정치는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불투명한 상황에서, 학교라는 안전지대에 머물던 논객을 거친 싸움터로 이끌어낸 배경은 무엇일까? 이따금 쓰는 신문 글만으로는, 뉴라이트 진영의 일원으로서 진보 정부의 실정(失政)을 꾸짖는 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9월25일 유 교수를 만났다.

    “공약 재정비, 대선 후보 정책 제안도 가능”



    - 뉴라이트 전국연합과 한나라당이 연대한 계기는?

    “강재섭 대표가 취임 이후 당을 이끌어갈 이런저런 방안을 모색해온 것으로 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외부 인사들을 접촉했고, 우리 쪽의 김진홍 목사와 합의가 된 것이다.”

    - 참정치운동본부는 무슨 일을 하게 되나.

    “참정치운동본부는 당헌, 당규에 규정돼 있지 않은 임시기구다. 일종의 당내 NGO(비정부기구)라고 보면 된다. 구성원을 당 안팎에서 절반씩 나눠 조직한 뒤 도덕성 회복 및 자강운동을 펼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할 것이다.”

    - 경우에 따라선 애매하게 들릴 수 있는데….

    “실제로 애매하다. 이 기구에서 나온 의견이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이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단지 권고를 할 뿐이고, 당이 그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그럼에도 유 교수가 이 자리를 받아들인 배경은?

    “그동안 밖에서 한나라당을 볼 때 안타까운 점이 많았다. 마침 이런 기회가 왔을 때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결정했다.”

    - 당내 활동을 통해 유 교수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나라당의 도덕성을 높이고 이념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일에 일조하고자 한다. 그런 다음엔 중구난방인 공약을 재정비하고, 대선 후보를 위한 정책 제안도 가능하다고 본다.”

    - 뉴라이트 운동의 또 다른 축인 자유주의연대 측에선 이번 일에 매우 비판적이던데….

    “한나라당에서 그쪽에도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 그쪽에선 지금은 적기(適期)가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 우리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해보자는 취지이고…. 어느 쪽이 맞는지는 나중에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현재 뉴라이트 진영은 대략 3, 4 갈래로 나뉜다. 유 교수가 참여한 뉴라이트 전국연합과 신지호·홍진표·한기흥 씨 등 이른바 ‘전향 좌파’들이 주도하는 자유주의연대(대표 신지호), 박세일 전 의원이 주축이 돼 9월 말 창립된 한반도선진화재단 등이다. 이 가운데 전국연합이 대중운동 쪽에 무게를 두어왔다면, 자유주의연대는 사상투쟁 위주의 엘리트운동에 치중한다는 방법론상의 차이를 보여왔다. 이른바 ‘올드라이트’에 대한 입장에서도 전국연합 측은 이들이 건국과 산업화에 기여한 면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인 데 비해, 자유주의연대 측은 이들을 주로 ‘극복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미묘하게 다르다. 한나라당과의 연대를 둘러싸고 드러난 이번 논란은 양측의 이런 차이를 배경에 깔고 있는 셈이다.

    - 한국 사회에서 대중운동은 주로 좌파가 애용해온 방법론이다. 우파적 가치를 확산시킨다는 뉴라이트의 목표가 대중운동이라는 방법론과 화학적으로 잘 섞일 수 있다고 보는가.

    “운동의 방법과 양태를 찾아내면 가능하다고 본다. 한국 사회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겪으면서 급격하게 좌파 세상으로 바뀌었다. 이젠 우파가 좌파를 상대로 시민운동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컨대 좌파 쪽의 복지 논리에 대응해 세금 덜 내자는 운동, 좌파 쪽의 인권 논리에 대응해 가정을 지키자는 운동은 국민에게 큰 호소력을가질 수 있다.”

    - 하지만 일방적으로 보수 우파의 가치를 내세우면 이념적으로 중간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지 않겠나.

    “그동안 우파라는 용어가 부정적으로 비친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 보수파 공화당을 이념적으로 지탱하는 수단으로 가족, 자유시장경제, 작은 정부, 강력한 안보 등 4가지 가치를 끊임없이 강조했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

    - 한나라당이 안고 있는 문제가 뭐라고 보나.

    “먼저 도덕적으로 긴장감이 없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이념적 정체성 문제도 심각하다. 이건 내가 당에 가서 꼭 하고 싶은 말인데, 한나라당 내에는 우리 사회에서 다수인 이념적 중도를 차지하기 위해 좌(左)클릭 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이념구도 자체가 움직였다는 점을 간과한 주장이다. 다시 말해 10년 전, 20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전체 판이 왼쪽으로 이동해 있다. 그렇다 보니 과거 중도보수였던 사람이 지금은 강경 우파로 비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이념구도상의 중앙을 차지하려는 노력을 하는 한편, 강경우파 입장에서 좌파와 싸우는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판 전체가 왼쪽으로 끌려가는 것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에 가서 이 부분을 역설하려고 한다.”

    - 지식인의 현실참여라는 문제와 관련해 고민이 없지 않았을 것 같은데….

    “내가 그 문제에서 비판적이라는 증거가 얼마 전에 낸 ‘참여연대 보고서’라는 책이다. 참여연대 임원 중 3분의 1이 청와대에 들어간 경력이 있다는 조사 결과는 개인 차원을 떠나 참여연대와 현 정부가 얼마나 유착돼 있는지 보여준다.

    개인 차원에서는, 지식인의 현실 참여가 그 개인을 타락시키거나 좌절시킬 수 있고, 혹은 성공적인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다고 본다. 내가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한번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시도가 실패했을 경우 유 교수 개인은 학교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뉴라이트 진영 전체로 보면 심각한 타격이 될 수도 있다.

    “맞다. 뉴라이트의 정치 참여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이 많지만, 어쨌든 우리는 지금이 기회라고 판단해서 나선 것이다. 개인적으론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겪으면서 ‘우리가 선진화된 조국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강한 의구심을 가져왔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실정을 거듭하는 것을 보면서 나라도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파 운동에 나서게 됐다. 그러다가 정치권 문턱까지 오게 됐는데, 결국 내가 선택한 일이니 책임도 오로지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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