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3

2006.09.19

케이블·위성 TV 풍성한 가을 밥상

자체 제작 콘텐츠와 외국 유명 시리즈 가득 “입맛대로 골라보세요”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6-09-13 16: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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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위성 TV 풍성한 가을 밥상

    2006년 하반기, 거대자본을 투입한 자체 콘텐츠와 외국 유명 드라마로 무장한 케이블·위성 TV가 안방극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특수수사대 SVU6, 그레이 아나토미2, 썸데이, 위드아웃 어 트레이스4, L워드3.

    #1. 케이블과 위성 방송이 ‘시청자 1600만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지상파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케이블과 위성 채널이 나오지 않는 TV 앞에서 이제 사람들은 “볼 게 없다”며 불만을 늘어놓기 일쑤다.

    #2. 영화가 가장 대표적인 오락 수단이 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괴물’은 1200만 고지도 넘어섰다. 한 영화를 1000만명 이상이 관람하는 나라에서 관객 100만은 그리 많은 숫자도 아니다. 당연히 TV에서 보여주는 철 지난 인기 영화들은 안 본 사람보다 본 사람이 더 많다.

    케이블과 위성 방송이 자체 제작 콘텐츠 및 외국의 유명 시리즈들을 사오는 데 거금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이런 시기적 상황과 맞물려 나온 결과다. 온미디어 PR팀의 이영균 팀장은 “일부 영화는 시청률 면에서만 보면 비용 대비 만족도가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오리지널물(자체 제작 콘텐츠)은 특급 영화나 돼야 나오는 시청률을 항상 유지한다”며 “대중성을 얻자면, 자체 콘텐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온미디어는 2004년 한국 최초의 TV 영화 시리즈 ‘동상이몽’을 내놓으며 다가올 오리지널 콘텐츠 전쟁에 대비했다. 덕분에 온미디어는 2005년과 2006년에 ‘가족연애사’와 ‘알포인트’를 내놓으며 ‘동상이몽’이 갖지 못한 대중성에 한발 다가섰다. 공수창 감독과 미장센 영화제 등에서 재능을 보인 3명의 감독이 함께 만든 호러 시리즈 ‘코마’(2006년 8월 방송)는 시청자 및 평단에서 고른 호평을 얻어냈고, ‘남자셋 여자셋’ ‘세 친구’ 등을 만든 김성덕 감독이 연출한 ‘가족연애사’(2005년 12월 방송)는 지상파 성인 시트콤의 한계로 지적되던 표현 수위의 문제를 적절히 조절한 수작이라는 평을 얻었다. ‘동상이몽’ 제작에 앞서 “TV 영화 제작은 뉴미디어 시대의 한 흐름이 될 것”이라고 했던 온미디어 김의석 국장의 예측이 적중한 것이다.

    지상파 뺨치는 대작 드라마 즐비



    CJ미디어는 오리지널물 제작 확대를 위해 토털 버라이어티 채널 TVN을 10월 개국한다. CJ미디어는 이를 위해 신동엽이 설립한 DY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하는 데 도움을 얻기로 했다. 전 MBC PD 송창의 씨와 TVN의 공동대표를 맡은 CJ미디어의 강석희 씨는 “최근 방송업계에서는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제작해 원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화두”라며 “TVN은 드라마와 버라이어티쇼를 중심으로 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무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케이블·위성 방송사의 양대산맥, 온미디어와 CJ미디어의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은 2006년 하반기에 더욱 화려하다. 온미디어는 홍록기와 최성국이 솔로 탈출 비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러브액션WXY’(수퍼액션, 8월18일 첫 방송)와 ‘시리즈 다세포소녀’(수퍼액션, 8월30일 첫 방송)를 시작으로 ‘가족연애사 시즌2’(수퍼액션, 11월 방송 예정), 16부작 미니시리즈 ‘썸데이’(OCN, 11월 방송 예정) 등을 준비 중이다.

    TVN을 통해 주간 10여 편 이상의 오락물과 연간 7~8개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할 계획이라는 CJ미디어는 김민종, 윤다훈, 소이현 등이 출연하는 드라마 ‘하이에나’를 포함해 DY엔터테인먼트 소속 MC들이 출연하는 초대형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제목 미정), 거액의 상금을 놓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쇼 ‘TVN을 이겨라!’ 등을 편성할 예정이다. 또 8월 말에는 일본에 12억원을 받고 사전 수출해 관심을 모은 5부작 미니시리즈 ‘프리즈’의 판권을 구입하기도 했다.

    이들 라인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대 자본이 투입된 드라마들이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에서 먼저 전파를 탄다는 점이다. ‘썸데이’는 제작비 45억이 투입된 대작으로, 배두나·김민준·오윤아가 주연을 맡았다. ‘실미도’, ‘공공의 적’, ‘한반도’를 쓴 김희재 작가의 극본과 드라마 ‘카이스트’의 김경용 감독의 연출이 만나 진정한 사랑을 찾는 젊은 남녀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OCN은 ‘썸데이’를 시작으로 ‘오리지널 블록’을 신설해 오리지널 시리즈를 계속 제작·방송한다는 계획이다. ‘하이에나’는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남성판 ‘섹스 앤 더 시티’라 불리는 작품으로, 어렸을 때 한 동네에서 살았던 네 명의 30대 미혼남이 주인공이다. 제작비는 약 50억원. ‘프리즈’는 이수영의 ‘아이 빌리브’, GOD의 ‘편지’ 등 뮤직비디오와 CF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정재훈 감독이 연출을 맡은 5부작 드라마다. 뱀파이어와 인간의 시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로, 이서진·박한별·손태영 등이 출연한다.

    ‘썸데이’와 ‘프리즈’를 제작한 옐로우 필름의 오민호 대표는 “다양한 뉴미디어 매체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은 제작자 처지에서도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하고, 다양하고 우수한 콘텐츠를 양산할 수 있는 긍정적 변화이자 기회”라며 “앞으로는 다양한 미디어 가운데 조건이 좋은 곳에 양질의 콘텐츠를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화 콘텐츠도 역대 최고 자랑

    오리지널물을 뒷받침할 외화 콘텐츠도 역대 최고를 자랑한다. 온미디어는 캐치온을 통해 유명 시리즈의 최신 시즌을 방송할 예정이다. ‘라스베가스3’(10월), ‘카니발2’(11월), ‘위드아웃 어 트레이스4’ ‘L워드3’(12월) 등이 그것. 이영균 팀장은 이 중 ‘라스베가스3’를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았다. ‘라스베가스3’는 카지노에서 일어나는 복잡다난한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특수수사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관록의 시리즈 ‘위드아웃 어 트레이스4’도 기대작이다. ‘위드아웃 어 트레이스4’는 FBI의 실종자 전문 수사팀의 활약상을 다룬 프로그램으로, ‘C.S.I’ 등을 만든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또 하나의 인기 시리즈다.

    현재 채널CGV를 통해 ‘로스트 2’와 ‘커맨더 인 치프’ 등의 인기 시리즈를 내보내고 있는 CJ미디어는 ‘특수수사대 SVU6’(9월)와 ‘그레이 아나토미2’(11월)를 비롯해 FBI의 ‘인사이드’, ‘크리미널 마인드’의 새 시즌을 올해 안에 런칭할 계획이다. 이 중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이미 대히트를 기록한 ‘그레이 아나토미2’다. ‘그레이 아나토미2’는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이 주인공인 의학 드라마. 진실된 삶은 흑백논리가 아닌 회색의 그늘 속에 있다는 것을 막 깨닫기 시작한 인턴들의 고달픈 생활상이 담겨져 있다. ‘특수수사대 SVU6’는 뉴욕 경찰 내에서 성범죄를 전담하는 엘리트 수사팀의 활약상을 그린 수사물이며, ‘크리미널 마인드’는 FBI 소속 프로파일러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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