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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반달곰 “비좁아 못 살겠네”

51마리로 늘려 안정적 존속 방안 추진 … 야생 생존 행동면적 확보 ‘발등의 불’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지리산 반달곰 “비좁아 못 살겠네”

지리산 반달곰 “비좁아 못 살겠네”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천연기념물 제329호)의 종(種) 복원을 위해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곰들은 소기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방사된 반달곰은 모두 24마리. 이 중 2001년 시험 방사된 ‘장군’ ‘반돌’ ‘반순’ ‘막내’ 등 4마리는 사람의 손을 타서 회수되거나 주검으로 발견되는 등 야생 적응에 실패했다.

이어 2004년 이후 복원 용도로 세 차례 추가 방사된 연해주 및 북한산 반달곰 20마리의 운명도 순탄하지는 않다. 이 가운데 2마리는 올무에 걸려 희생됐고, 1마리는 실종됐으며, 3마리는 사람에게 먹을 것을 얻어먹거나 따라다니다 회수됐다. 따라서 현재 자연에 적응 중인 곰은 14마리다.

반달곰 복원사업을 전담하는 국립공원연구원 종복원센터(이하 종복원센터)는 지리산의 반달곰 개체를 총 51마리로 늘리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는 100년 후에도 반달곰이 지리산에서 자연증식하면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최소 존속 개체군’. 종복원센터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매년 6마리씩 모두 30마리를 방사하는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자체 시뮬레이션 실시 결과, 30마리의 반달곰이 2012년까지 자체 증식을 통해 51마리 수준으로 늘면 안정적인 존속이 가능하리라고 내다보고 있는 것. 여기엔 지리산국립공원이 반달곰이 살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서식지라는 판단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과연 종복원센터의 이 같은 바람은 ‘장밋빛’일까.

491조각으로 나뉜 서식지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근원적인 의문 하나를 제기해보자. 지리산이 반달곰이 살기에 적합한 서식환경일까 하는 의구심이 그것이다.



지리산국립공원의 면적은 471.95km2. 국립공원으로선 국내 최대 규모다. 하지만 곰은 행동반경이 매우 넓은 대형 동물. 그런데도 51마리라는 최소 존속 개체군의 유지에 필수적인 서식지가 확보돼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도 제대로 조사된 바 없다.

반달곰 복원의 성공을 위해선 최소 존속 개체군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역동 면적’이 서식지로 확보돼야 한다. 이 면적을 알기 위해서는 반달곰의 휴식, 은신, 번식, 양육, 분산에 필요한 행동반경인 ‘행동권’에 대한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리산 반달곰 “비좁아 못 살겠네”

지리산에 방사돼 야생 적응을 하고 있는 반달곰.

이와 관련, 성신여대 강혜순 교수(식물생태학)팀은 지난해 12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강 교수팀은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의 현장 내 복원을 위한 행동권 평가’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2001년 시험 방사된 수컷 반달곰인 ‘장군’과 ‘반돌’의 2002~03년 이동경로를 추적한 결과, 두 곰의 행동권의 중간값이 50.76km2에 달했다”며 “지리산국립공원 면적은 곰 51마리의 행동권을 확보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논문의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강 교수는 2004년부터 2년간 ‘반달가슴곰종복원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최소 역동 면적의 산정에 주요한 요소인 행동권의 크기는 일반적으로 먹이 조건이 좋으면 축소되고 곰의 밀도가 높아지면 먹이, 배우자, 은신처 등에 대한 경쟁이 유발돼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강 교수팀에 따르면, 지리산의 경우 반달곰의 주된 먹이인 도토리를 생산하는 참나무가 전체 삼림 면적의 6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먹이 공급엔 문제점이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국립공원 경계 내의 포장도로, 차량이나 도보로 진입이 가능한 법정 탐방로, 샛길 같은 비법정 탐방로를 반달곰의 이동경로와 비교했을 때 곰들이 포장도로에서 2~3km의 거리를 두고 활동하거나 3km 이상 떨어진 지역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곰이 주로 활동하는 서식지 인근의 포장도로와 법정 탐방로에 사람의 출입을 통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지리산국립공원 면적 471.95 km2를 ‘장군’과 ‘반돌’의 행동권의 중간값인 50.76km2로 나누면 산술적으로 약 9마리의 반달곰이 서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 행동권이 중첩될 경우를 감안하면 최소 존속 개체군인 51마리보다 조금 더 많은 70마리가량이 서식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강 교수는 그러나 “곰 서식지를 보호하려면 국립공원의 유입 차량과 탐방객 수를 제한해야 하며, 특히 과거 곰이 드나들던 (지금처럼 끊기지 않고 연결돼 있던) 백두대간의 면적을 고려할 때 지리산국립공원은 곰 같은 대형 동물의 복원에 충분한 서식지라고 보긴 어려우므로 필요한 지점에선 도로를 복구해 실질적인 역동 면적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5~16마리 살아가기에 적정”

실제로 지리산 탐방객 수는 크게 늘어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탐방객은 2004년 300만1900명, 2005년엔 293만1400명, 올해는 174만2200명(8월 말 현재)에 이른다. 이러니 본격적인 피서철인 올해 8월, 방사된 반달곰이 등산로 주변에서 사람과 마주치는 소동이 일어나 종복원센터 측이 페인트총을 쏘아 곰을 쫓는 일마저 벌어졌다.

한편 성신여대 강혜순, 박경 교수는 지난해 8월 공동집필 논문을 통해 지리산국립공원이 도로에 의해 최대 491조각으로 나뉘어있음을 밝힌 바 있다. 지리산 진입로와 관통 도로는 포장·비포장을 포함해 248.7km. 그런데 여기에다 법정 탐방로를 더하면 국립공원은 57조각으로 나뉘며, 비법정 탐방로까지 포함하면 491조각으로 잘린다. 더욱이 전체 조각의 68.3%는 5km2 이하다.

외부와의 접촉이 철저히 차단돼야 하는 자연보존지구는 더욱 잘게 잘려 있다. 전체 자연환경지구 149.83km2 중 내부 면적이 10km2를 넘는 조각은 5곳에 불과한 것. 국립공원의 거의 모든 보전지역이 도로로 인해 조각화된 현상은 인간의 유입 증가를 비롯, 반달곰 서식지 조건의 악화를 불러온다. 잘린 조각이 많을수록 곰 등 야생동물의 서식 반경이 그만큼 좁아지는 것이다.

지리산 반달곰 “비좁아 못 살겠네”

491조각으로 나뉜 지리산국립공원 내 곰 서식지 조감도.

이는 넓은 행동권을 가진 동물인 곰이 인간 거주지역으로 곧잘 접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지리산 일대 양봉 농가는 줄잡아 400~500곳. 그중 일부는 곰들의 ‘벌통 습격’을 막기 위해 전기 울타리까지 설치했다. 종복원센터 역시 농가 피해에 대비해 보험까지 들었지만, 곰의 출몰을 줄이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지급한 피해 보상금만 4000여 만원에 이른다. 종복원센터에 따르면, 2001년 시험 방사됐다가 결국 회수된 ‘장군’과 ‘반돌’이 이후 재방사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도 ‘민폐’를 끼친 탓이다. 두 곰이 2003년 4월부터 1년간 끼친 양봉 피해액은 8300만원, 흑염소 피해액은 550만원에 달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51마리라는 최소 존속 개체군을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반달곰 복원사업 초기에 참여한 한 동물 전문가는 “지리산국립공원 면적 정도면 최대 15~16마리의 곰이 살아가기에 적정하다는 의견을 낸 적이 있는데, 환경당국이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더라”고 털어놓았다.

지리산 반달곰 “비좁아 못 살겠네”

반달곰의 위치를 무선 위치추적 장비로 확인하고 있는 종복원센터 직원들.

2001년 이래 반달곰은 수많은 언론보도를 통해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장군’과 ‘반돌’의 경우만 해도 400여 회나 언론을 탔다. 그럼에도 반달곰 서식지에 대한 정보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진 적은 없다. 자칫 잘못하면 지리산은 곰 서식지가 아니라 거대한 ‘곰 사육장’으로 변모할 판이다.

종복원센터 한상훈 박사는 “현재 곰의 야생 적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따라서 한계권역을 정해 곰을 국립공원 안쪽으로 들여보내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 중이며, 민가 피해 방지를 위한 지역협력사업 등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553호 (p38~39)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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