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3

2006.09.19

열 안 받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인간은 스트레스와 동행해야 할 운명 … 괴로움보다는 극복과 즐기는 대상으로 삼아야

  • 김동구 연세대 의대 교수·4840포럼 회장 dgkimpharm@yumc.yonsei.ac.kr

    입력2006-09-13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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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안 받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Q 스트레스란 무엇인가?

    A 스트레스라는 말은 원래 공학에서 사용되던 용어로, 물리적인 힘의 작용을 의미한다. 생물학에서는 어떤 상황, 또는 이에 대한 생물체의 반응을 뜻한다. 여기서 ‘상황’은 물리적·정신적인 것을 모두 포함하며, 생명체의 안팎에서 조성된다. 엄밀히 말해 생명체에 반응을 일으키는 상황은 모두 스트레스이며, 스트레스가 아닌 상황이란 없다. 즉,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잉태되는 순간부터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Q ‘좋은’ 스트레스, ‘나쁜’ 스트레스가 따로 있나?

    A 스트레스의 원천인 환경 자극은 두 종류로 구분된다. 즉, 조절 가능한(긍정적인) 스트레스와 조절 불가능한(부정적인) 스트레스다. 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먼저 그것이 조절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결정한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반응이 진행되는데, 여기에 관계하는 것이 교감신경-부신수질계,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계다.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코티졸이 분비돼 갖가지 신체 반응을 유도한다.

    조절 가능한 스트레스가 반복적으로 계속되면 뇌의 기능, 즉 신경회로가 점차 강화된다. 즉 신체에 유익하고, 이후 비슷한 스트레스에 적응을 잘하게 된다.



    반면 조절 불가능한 환경적, 또는 정신사회적 스트레스는 치명적이고 비적응적인 반응을 유발한다. 컴퓨터의 경우, 어려운 문제를 끝내 풀지 못하면 작동을 멈춰버린다. 그러나 사람의 뇌는 컴퓨터와 달리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전(機轉)이 발달돼 있다. 뇌는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적용해도 스트레스가 해결되지 않으면, 문제풀이에 소용없는 회로를 없애버리고 새 프로그램을 만들어 스트레스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이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어쨌든 스트레스의 종류에 따라 신체에 도움이 되거나 병을 부르게 되는데, 조절 불가능한 스트레스의 경우 뇌를 잘라보면 뇌세포가 이상하게 변해 있거나 죽어 있는 경우도 많다. 이때 뇌세포의 상태는 노화됐을 때와 동일하다. 즉,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된 사람은 몸은 젊어도 뇌는 이미 늙어버린 상태인 것이다.

    Q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버릇이 되는지?

    A 조절 가능, 혹은 조절 불가능한 스트레스는 뇌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사람의 뇌는 다른 동물의 뇌와 달라서 가소성(可塑性)이 풍부하다. 가소성이란 변형된다는 의미로, 어떤 사건을 경험하고 난 뒤 뇌가 변형돼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것이 학습되고 기억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아동은 특히 뇌의 가소성이 강하다. 뇌가 변하기 쉽고, 한번 변화된 뇌 반응은 평생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초등학생이 시험을 망쳐서 선생님에게 야단맞고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도 혼났는데 늦게 귀가한 아버지에게 또 꾸중을 들으면, 아이가 갈 곳은 아파트 옥상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한 아이는 후에 성인이 돼 회사가 부도나면 한강다리로 달려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어릴 때 정신사회적 스트레스에 대한 성공적인 대처전략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스트레스 수치는 어느 정도?

    대부분 설문으로 진단 … 심박동 변이도 측정 병행


    자기 몸 안에 쌓인 스트레스를 혈액검사나 방사선 검사로 단번에 알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그런 방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스트레스의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되는 방법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학계에서 공인된 것은 없다. 따라서 현재 대부분의 스트레스 진단은 설문에 의존한다.

    의학에서 스트레스 정도를 추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으로는 심박동 변이도(HRV ; Heart Rate Variability) 측정법이 있다. 인간의 심박동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박동 간의 미세한 변화는 자율신경계(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체내 조절능력을 나타낸다. 건강한 사람은 혈압, 체온, 혈중 산소 등의 변화에 심박동이 민감하게 반응해 빠른 시간 안에 생리적 균형을 이룬다. 그러나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빠른 조절능력을 보이지 못한다. 즉, 심박동 간의 간격이 미세하게 변화하지 못하고 반응이 늦다. 이러한 현상을 기계적으로 분석해 스트레스 정도를 추정할 수 있다.

    스트레스성 질환에 걸릴 위험도 자가 측정법 아래 사건 목록에서 지난 1년간 발생한 횟수와 각 사건의 평균값을 곱한 것을 점수란에 적고(발생 횟수가 4회 이상이라도 최대 4로 적는다), 이 점수의 합계를 총합계로 한다. 총점이 300 이상인 사람은 80% 정도가 다음 해에 질병에 걸리며, 200~199는 50%, 150~199는 30% 정도가 다음 해에 질병에 걸린다고 한다. 150 미만은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

    (출처 : Holmes-Rahe Social Readjustment Scale)
    사건 횟수 X 평균값 점수
    1. 배우자의 죽음 100  
    2. 이혼 73  
    3. 배우자와 별거 65  
    4. 배우자를 제외한 가족의 죽음 63  
    5. 감옥이나 수용소에 구류 63  
    6. 개인적 부상이나 질병 53  
    7. 결혼 50  
    8. 직장에서 해고 47  
    9. 직장에서 은퇴 45  
    10. 부부간의 화해 45  
    11. 가족원의 건강이나 행동의 큰 변화 44  
    12. 임신 40  
    13. 성(性)적인 곤란 39  
    14. 새로운 가족원이 생김

    (출산, 양자나 노부모 모심)
    39  
    15. 기업의 구조조정

    (합병, 재조직, 은행 파산 등)
    39  
    16. 재정 상태의 변화

    (더욱 악화됐거나 혹은 개선됐거나)
    38  
    17. 절친한 친구의 죽음 37  
    18. 직장에서 다른 부서로 이동 36  
    19. 배우자와의 논쟁 횟수의 주요 변화

    (육아문제, 개인적 습성, 또는 기타

    문제에 대해 평소보다 더 많이 변화)
    35  
    20. 집을 사거나 회사를 위해 은행에서

    돈을 융자받거나 담보대출을 받음
    31  
    21. 저당물의 반환권 상실 31  
    22. 친척들 간의 문제 29  
    23. 아들이나 딸이 집을 떠남(결혼, 대학 입학 등) 29  
    사건 횟수 X 평균값 점수
    24. 직장에서 책임감의 중요 변화

    (승진, 강등, 좌천 등)
    29  
    25. 개인의 두드러진 성취 28  
    26. 배우자가 가정 밖에서 사업을

    새로 시작하거나 폐업함
    26  
    27. 공식적 학교교육의 시작이나 마침 26  
    28. 생활조건의 중요 변화(새 집을 짓거나

    리모델링, 또는 이웃과의 관계 악화)
    25  
    29. 개인 습관의 변화(의복, 매너, 교제 등) 24  
    30. 크든 작든 상사와의 다툼 23  
    31. 주거 변화 20  
    32. 작업시간과 작업조건의 중요 변화 20  
    33. 새로운 학교로 전학 20  
    34. 레크리에이션의 평소 유형이나 중요 변화 19  
    35. 교회, 성당, 사찰에서의 중요 활동의 변화

    (평소보다 더 많거나 더 적게 참여)
    19  
    36. 사회활동(클럽활동, 춤, 영화, 외출 등)의

    중요 변화
    18  
    37. 자동차나 TV, 또는 냉장고를
    사기 위해 돈을 융자받음
    17  
    38. 수면 습관의 중요 변화
    (수면 시간이나 낮잠 시간)
    16  
    39. 식사 습관의 중요 변화

    ((식사 양이나 식사 시간)
    15  
    40. 가족모임 횟수의 변화

    (평소보다 더 많거나 적거나)
    15  
    41. 방학 13  
    42. 가벼운 법률 위반

    (교통법규 위반으로 스티커 발부)
    11  


    Q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 반응에는 어떤 것이 있나?

    A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만났을 때 두 가지로 대응한다. 즉, 싸우거나 도망간다. 이 과정에서 갖가지 신체 증상이 발생한다. 실제로 우리 몸에 나타나는 모든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흔하게 느낄 수 있는 신체적 증상에는 피로, 두통, 불면증, 근육통 및 경직, 심계항진, 복부통증, 사지냉감, 안면홍조, 땀 흘림 등이 있고 정신적 증상으로는 집중력과 기억력 감퇴, 결정 못함, 혼동, 텅 빈 느낌 등이 있으며 감정적인 증상으로는 불안, 신경과민, 분노, 좌절감, 근심, 걱정 등이 있고 행동적인 증상으로는 안절부절못함, 손톱 깨물기, 발 떨기, 울기, 흡연, 욕설, 폭력 등이 있다.

    Q 스트레스가 초래하는 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나?

    열 안 받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A 조절 불가능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스트레스성 질환이 발생한다. 증상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스트레스에 의해 선호되는 증상이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즉, 골격근의 반응성이 높은 사람은 근육긴장과 피로가, 심혈관계의 반응성이 높은 사람은 고혈압이나 편두통이, 소화기계의 반응성이 높은 사람은 소화성궤양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성욕 감퇴와 더불어 화병(분노가 심해 열불이 나고 마음에 응어리로 남는다. 숨이 갑갑하고, 온몸이 쑤시고, 정신이 없는 것 같고, 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다), 정신신체장애(신경성 소화장애, 두통, 불면 등), 면역저하(감염, 암 발생 증가, 자가면역질환 악화)와 각종 정신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악화되는 질환
    정신질환 성욕 감퇴, 화병, 우울증, 불면, 긴장성 두통, 편두통, 공황장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적응장애

    신체질환

    .심혈관계 : 고혈압, 동맥경화, 협심증, 부정맥, 돌연심장사

    .호흡기계 : 감기, 천식

    .소화기계 : 목 안에 덩어리 감각, 역류성 식도염, 소화불량, 소화성궤양, 과민성대장증후군

    .내분비계 : 당뇨병, 갑상샘기능 항진 또는 저하증, 골다공증, 거식증, 대식증

    .비뇨기계 : 여성요도증후군, 남성 발기부전, 만성전립선염

    .근골격계 : 근육긴장, 근막동통증후군, 섬유성근통증후군, 관절염

    .산부인과 : 월경불순, 기능성 자궁출혈, 월경전증후군, 임신중 스트레스, 산후우울증

    .피부과 : 다한증, 안면홍조증, 두드러기, 습진, 건선, 남성 항문소양증, 여성 외음부소양증, 탈모증

    .치과 : 구내염, 치은염, 이갈이, 악관절장애

    .기타 : 암, 만성통증, 감염, 자가면역질환


    Q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일차적인 처방은?

    A 조절 가능한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이로우므로 오히려 권장 대상이다. 문제는 조절 불가능한 스트레스인데, 이는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다. 무작정 피하라는 것이 아니라 피해 있는 동안 신체 에너지를 보충하고 돌아와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한다.

    열 안 받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신체 에너지를 보충하는 방법은 잠, 운동, 영양 등 크게 세 가지다.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그러나 수면 부족은 신체 기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의학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그 자체로서 스트레스 반응성을 감소시키고 우울, 불안을 호전시키는 작용을 한다. 적절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심인성 스트레스는 활성산소로 인한 산화성 스트레스를 악화시키므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음식 또는 약물을 섭취해 만병의 원인인 산화성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Q 근본적인 스트레스 치유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

    A 스트레스란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며, 뇌 실질(實質)을 변화시킴으로써 영구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따라서 혼자서 대처하기가 어려울 때는 외부 도움을 받아서라도 빨리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적극적인 스트레스 대처법은 크게 신체적 접근과 인지적 접근으로 나눌 수 있다. 신체적 접근은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의 과도한 각성수치를 감소시키며, 인지적 접근은 스트레스에 대한 사고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신체적 접근은 이를테면 응급처치에 해당하는데,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비정상적인 신체 반응을 풀어줘 당장의 괴로움을 덜어준다. 점진적 근육이완법과 바이오피드백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에 비해 인지적 접근은 원인 치료에 해당하는데 자율이완법, 명상, 인지·정서·행동법, 뉴로피드백 등이 있다.

    스트레스 상황(인자)을 없애는 것이 궁극적인 원인 치료가 되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똑같은 스트레스라도 사람에 따라 조절 가능한 스트레스, 조절 불가능한 스트레스로 다르게 인지된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타고난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격은 이를테면 그 사람이 쓰는 선글라스의 색깔과 같다. 선글라스 색깔에 따라 같은 풍경을 다른 색깔로 받아들이듯, 성격에 따라 같은 사건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개개인의 성격에 따라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계획을 다르게 수립해야 한다.

    적극적인 스트레스 대처법 중 성격 파악은 타고난 성격을 먼저 파악하는 방법이며 점진적 근육이완법, 자율이완법, 명상, 인지·정서·행동법은 본인의 훈련으로, 바이오피드백, 뉴로피드백은 현대과학의 도움을 받아서 훈련하는 방법이다.

    스트레스 관리 방법
    1. 신체에너지 보충 잠, 운동, 영양

    2. 생활양식 변경 행동 바꿈, 생각 바꿈, 상황처리기술 습득

    3. 적극적 스트레스 대처법

    .성격 파악 : 에니어그램, MBTI

    .신체적 접근 : 점진적 근육이완법, 바이오피드백

    .인지적 접근 : 자율이완법, 명상, 인지·정서·행동법, 뉴로피드백


    Q 스트레스를 어떻게 봐야 하나?

    A 인간은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 그렇다면 스트레스 상황을 아예 겪지 않는 것이 자연적이고 좋은 상태일까? 그렇지 않다. 관건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조절 가능한 스트레스로 만드는 것이며 그럴 경우 오히려 신체적·정신적으로 도움이 된다.

    모든 환경자극, 즉 스트레스는 성격과 사전 경험이 내장된 우리의 뇌가 인식해야만 스트레스로서 기능한다. 따라서 쓸데없는 일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적극적인 스트레스 대처법을 통해 스트레스의 본질을 이해한다. 신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스트레스는 괴로움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 즐기는 대상이다.

    스트레스의 역사

    수백 년 전부터 암 발생 연관 기록…성인병의 주요인


    스트레스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초기 인류사회에서는 동물적인 생존 관련 스트레스가 주(主)였고, 산업과 문화가 발달하면서 점점 스트레스의 질과 양이 변화돼왔다.

    스트레스란 용어가 공식 도입되기 이전에도 스트레스로 인정되는 연구 기록들이 많았다. 특히 암 발생과 스트레스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수백 년 전부터 기록이 내려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우울한 여자가 쾌활한 여자보다 유방암에 더 많이 걸린다는 내용이다. 1893년 런던 암병원 보고에는 250명의 입원환자 중 62%가 발병 전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왕조실록’에 선조가 격무 때문에 ‘화병’에 걸렸으며, 이를 치료하려면 직무를 줄이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기록이 나온다.

    스트레스라는 용어를 학문(생리학)에 공식적으로 도입한 사람은 1930년대 캐나다 맥길대학의 한스 세예(Hans Selye) 교수다. 그는 사람이 어떤 원인으로든 아플 때는 항상 동일한 심리적, 생리적 반응이 생긴다고 갈파했다. 즉 부신피질이 활성화해 커지고 흉선과 림프절은 위축되며 위궤양이 생기는 등의 변화가 생기는데, 그는 이것을 ‘일반적응 증후군(General Adaptation Syndrome, GAS)’ 또는 ‘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 불렀다.

    그는 또 긍정적인 스트레스(Eustress)와 부정적인 스트레스(Distress) 모두가 같은 생리 반응을 일으킨다고 했고, 이를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 HPA axis)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이 HPA 개념은 지금도 스트레스 과학의 기본 개념이 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의 홈스(Holmes)와 라예(Rahe)는 생활 사건들을 정리해 질병과 관련된 연구를 했고, 생활사건 스트레스를 정량화하는 시도로서 사회 재적응 척도(Social Readjustment Rating Scale)를 개발했다. 이는 스트레스 진단에 지금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한편 제2차 세계대전 후 심리학 분야에서도 스트레스 개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전쟁 피로, 전쟁신경증 등에 관한 논문이 다수 발표됐다.

    세계 최초로 정부 차원에서 스트레스가 중요함을 법으로 선언한 나라는 스웨덴이다. 1985년 스웨덴 공중보건법안은 “우리의 건강은 생활조건과 생활습관에 의해 중대한 영향을 받는다”고 선언하고, 이 중 심리적·사회적 스트레스가 중요함을 명시하고 있다. 한편 WHO(세계보건기구)는 1990년 스트레스를 포함해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오는 질환이 선진국 조기사망 원인의 70~80%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스트레스는 단순히 심리의 문제가 아니라 질병, 특히 성인병의 주요인이라는 점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지 오래다. 스트레스는 적극적인 관리 대상인 것이다.

    변광호 가톨릭의대 교수·통합의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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