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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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찾아 10년… 지독한 우리 탑 사랑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6-07-14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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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 찾아 10년… 지독한 우리 탑 사랑
    우리나라에 산재해 있는 문화재 중에서 가장 흔한 게 탑이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해발 1400m 고지에 위치한 지리산 법계사 삼층석탑부터 외따로 떨어져 있는 흑산도 진리의 삼층석탑까지 전국에 수없이 많은 탑이 있다. 하지만 이런 탑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서울매트로 신정기지에서 근무하는 송봉주(민방위 중대본부 대리·48) 씨가 주말마다 짬을 내 전국의 탑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내 조상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 뿌리가 궁금해 역사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탑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탑은 부처의 사리를 모시는 곳이라 예부터 공경의 대상이었다. 특히 선조의 정성과 신앙심이 담겨 있다. 그런데 그 탑들을 돌아보니까 틀린 내용도 많고, 관리도 엉망이었다. 그래서 혼자 탑을 찾아다니며 관련 문서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때가 1997년 무렵이다. 송 씨는 2년간 국회도서관은 물론이고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도서관에 보관 중인 사서 및 문화재 책자 가운데 탑과 관련된 문헌을 모조리 찾았다. 그렇게 해서 찾은 문헌이 1100여 건에 달한다.

    송 씨는 그 문헌에 등장하는 탑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하나씩 찾아나섰다. 그 과정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일은 탑이 이미 사라지고 잔해만 남은 경우였다.



    송 씨는 “내가 직접 사라진 것을 확인한 탑만 60~70기가 된다. 하지만 확인하지 못한 탑까지 합하면 정말 많을 것이다. 전남 화순 운주사에는 1000여 기의 탑이 있었다고 전하지만 현재 남은 것은 불과 19기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학자들마다, 문헌마다 다르게 쓰고 있는 탑의 명칭도 문제다. 탑의 맨 아래에 놓인 돌을 어떤 학자는 지대석이라고 하고, 어떤 학자는 하대석 또는 하층기단저석이라고 하는 것.

    탑 이름도 문제다. 예를 들어 ‘광주 춘궁리석탑’이라는 이름은 과거 광주군 춘궁리의 행정구역 이름에서 따왔는데, 행정구역이 하남시 춘궁동으로 바뀌면서 애매모호해진 것. 그렇다고 ‘하남 춘궁동석탑’으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송 씨가 그나마 위안을 삼은 것은 답사과정에서 발견한, 문헌에 나와 있지 않은 새로운 탑들이다. 올해로 10년째 전국을 돌면서 그가 찾아낸 탑은 300여 기나 된다. 송 씨가 이런 과정을 통해 집계한 전국의 탑은 모두 1450여 기에 달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간된 관련 서적 중 가장 많은 탑을 기록해놓은 것이 860기(1963년, 김희정) 정도였는데, 그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송 씨는 “현재 900기 정도 답사를 마쳤으며, 조만간 대학원에 들어가 학문적으로 좀더 보완하고 나머지 탑들에 대한 답사를 끝낸 뒤 도록을 만드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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