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2

2006.07.04

그 채널에 그 프로그램 … 다양성 상실의 시대

  • 배국남 마이데일리 대중문화 전문기자knbae@hanmail.net

    입력2006-07-03 09:5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그 채널에 그 프로그램 … 다양성 상실의 시대

    ‘하늘이시여’, ‘소문난 칠공주’, ‘해피 선데이’, ‘일요일 일요일 밤에’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언제나’ 방송은 말한다. 문화의 발전은 다양성에서 오는 것이라고. 그러나 그렇게 말한 방송은 ‘언제나’ 몸소 보여준다. 획일화된 문화의 진수를. 획일적인 방송의 그림자는 아나운서 머리 모양에서부터 드라마의 캐릭터, 오락 프로그램 포맷에 이르기까지 브라운관 전체에 짙게 깔려 있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할 것 없이 KBS, SBS, MBC 등 방송 3사의 수많은 프로그램은 이름만 다를 뿐 내용과 형식이 매우 흡사하다.

    먼저 드라마를 보자. 시청률 1,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로 불리는 SBS 주말극 ‘하늘이시여’와 KBS 주말극 ‘소문난 칠공주’, 주중에 방영하는 트렌디 드라마 ‘어느 멋진 날’(MBC), ‘미스터 굿바이’(KBS) 등은 출생의 비밀로 작용하는 입양이라는 소재부터 갈등 기제, 캐릭터까지 매우 유사해 비슷한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자신의 딸을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설정(하늘이시여), 근친상간을 연상케 하는 장면(어느 멋진 날), 자신의 아내 앞에서 접대부와 놀아나는 내용(소문난 칠공주) 등 그야말로 자극성과 선정성을 확대 재생산해 논란을 일으키는 기법도 비슷하기는 매한가지다.

    방송 3사의 오락 프로그램도 ‘체육복 프로그램’ ‘연예인 잡담 프로그램’으로 명명될 정도로 획일적이다. ‘해피 선데이’(KBS), ‘무한도전’(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MBC) ,‘일요일이 좋다’(SBS) 등 주말 오락 프로그램들은 출연자들이 체육복을 입고 경기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방식을 취하는 등 공통점이 많다. 또 남녀 출연자가 나와 경기나 게임, 퀴즈 형식을 통해 대결을 벌이는 포맷은 전형적인 한국 오락 프로그램의 형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게임 내용과 출연자만 바뀔 뿐 비슷한 형식과 방식으로 진행되는 획일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오락 프로그램의 획일성의 극치는 이번 월드컵 특집에서 잘 나타났다. 방송 3사의 월드컵 특집 오락 프로그램 대부분은 ‘경기장 응원 프로그램’의 원조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코너‘이경규가 간다’의 아류로 채워졌다.

    아침 시간대 주부 대상의 교양 프로그램으로 명명되는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SBS)과 ‘야심만만’(KBS)은 ‘연예인의 사생활 전시장’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연예인의 결혼과 이혼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형식과 내용으로 명성(?)을 날리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매년 시청자단체로부터 폐지 요구에 시달리는 등 유사점이 많다. 앵커의 진행방식, 여자 앵커의 머리 모양부터 남녀 앵커의 자리 배치까지 뉴스 프로그램도 ‘획일적’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우리 지상파 방송의 프로그램은 확실히 다양성과 독창성, 신선함보다는 획일성에 무게중심이 가 있다. 세상은 다양화와 세분화로 치닫는데 프로그램은 획일화의 그림만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5년 전보다 방송 3사의 평균 시청률이 10%포인트 추락하고 지상파 방송의 위기론이 대두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뉴미디어의 등장, 다매체 다채널 시대의 개막 등 환경적 요인뿐만 아니라 방송사의 안이한 프로그램 제작에도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방송사는 이제 장르를 불문하고 프로그램 전반에 드리워진 획일성의 그림자를 거둬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실험성과 독창성, 신선함으로 채워야 한다. 그래야만 케이블 방송으로, 인터넷으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다시 안방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