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승짱 불붙은 방망이…100kg 몸짱의 힘

센트럴리그 홈런 1위 … 겨우내 체력 훈련 집중, 체중 늘리고 파워 업그레이드 ‘적중’

  • 김성원 중앙일보 JES 기자 rough1975@jesnews.co.kr

승짱 불붙은 방망이…100kg 몸짱의 힘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30)이 터뜨리는 홈런에 속이 다 후련하다. ‘딱’ 소리와 함께 여지없이 넘어가는 타구는 답답한 가슴, 복잡한 머리에 더없는 청량제요, 해열제다. 이승엽의 홈런포에 일본 열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승엽은 6월23일 현재 24홈런으로 일본 센트럴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일본 대표팀의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는 “앞으로 30년간 일본을 이길 수 없다고 느끼게 해주겠다”고 큰소리쳤다. 이 말은 이치로의 입을 통해 나왔을 뿐 한국 야구를 한 수 아래로 보는 일본 야구계 전체의 시각이기도 했다.

이승엽은 WBC에서 5홈런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승엽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끝낸 일본 야구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였다. 이승엽이 개막전부터 맹타를 터뜨리자 일본 투수들은 예상대로 심한 견제를 하기 시작했다. 위협구에 가까운 몸쪽 직구로 괴롭히면서 떨어지는 변화구로 이승엽을 잡아내는 패턴이었다.

이승엽은 극심한 견제를 뚫고 4월에 5홈런, 5월에 8홈런을 때려냈다. 이는 이승엽이 반격을 준비하는 과정일 뿐이었다. 이승엽은 몸쪽 공을 골라내거나 커트했고, 약점이었던 변화구를 신나게 받아치고 있다. 이승엽은 5월17일 경기에서 10호 홈런을 쳐내며 홈런 단독 1위로 치고 올라갔다.

日 투수들 견제도 허사 … 이 추세면 50홈런도 가능



김인식 한화 감독은 이승엽이 홈런 2~3위권에 있을 때부터 “승엽이가 결국 센트럴리그 홈런왕을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전망했다. 이승엽이 WBC에서부터 워낙 날카로운 배팅을 하고 있어 시즌 초부터 충분한 견제를 받아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또한 김 감독은 “이승엽과 홈런 부문에서 경쟁하고 있는 무라타(요코하마 베이스타스)는 특별한 견제 없이 20홈런에 도달했지만 투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자 홈런 페이스가 주춤한 상태다. 게다가 무라타는 데뷔 후 30홈런 이상을 때린 적도 없다”고 말했다.

도대체 이승엽의 홈런에는 어떤 비결이 숨겨져 있을까. 한 수 높은 일본에서 뛰면서 한국 홈런 1위인 호세(롯데 자이언츠)보다 2배의 홈런을 때리고 있는 이유는 뭘까. 2004년 14홈런 이후 2005년 30홈런, 올해는 50홈런도 가능해 보이는 상승세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전문가들은 각자의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이승엽을 전담 지도한 김성근 지바 롯데 코치는 “육체적, 정신적 노력의 산물이다. 이승엽은 한국에서 뛸 때는 어려움 없이 최고 자리에 올랐지만 일본에서는 그저 그런 타자였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위기감을 느꼈다. 지난해부터 손바닥이 부르트도록 늦은 밤까지 훈련했다. 올 시즌 성적이 올라가면서 예전의 자신감을 찾은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조범현 SK 감독은 “이승엽은 타구에 힘을 싣는 재주를 타고났다. 방망이에 공을 맞히는 순간 절묘하게 체중 이동이 이뤄지면서 홈런을 뿜어내는데, 그만한 타자는 일본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삼성 배터리 코치 시절부터 WBC에서까지 이승엽을 오랫동안 봐온 스승이다.

삼성 시절 이승엽과 한솥밥을 먹은 양준혁은 “이승엽은 공의 밑부분을 때려 감아올리는 듯한 스윙 궤적을 보인다. 이때 공 밑부분에 스핀이 강하게 걸리고, 배트와 공이 많이 붙어나가면서 힘이 제대로 실린다. 그게 타구가 떴다 하면 홈런이 되는 이유다”라고 평가했다.

장종훈, 이승엽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 통산 3번째로 300홈런을 기록한 양준혁은 공의 정면을 때리는 자신을 교타자로, 공을 휘감아 올리는 이승엽을 홈런타자로 분류하기도 했다.

이승엽이 타고난 재능만을 가지고 홈런 쇼를 펼치는 것은 아니다. 이승엽은 2004년 일본 야구를 쉽게 봤다가 낭패를 당했다. 한국 최고의 홈런 타자가 2군에 내려가는 등 온갖 수모를 겪었다. 30홈런을 때렸던 지난해에도 왼손 투수가 나오면 라인업에서 빠지는 설움을 맛봤다

지난해까지 일본 투수들은 이승엽의 홈런을 경계하기는 했지만 실투만 아니면 얻어맞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승엽은 지난해 “다시 야구를 시작한다는 각오로 방망이를 잡았다. 예전에는 야구장을 떠나면 훈련하는 법이 없었는데 이제는 하루라도 개인훈련을 거르면 불안하기까지 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2년간의 좌절과 갈등 ‘지금은 보약’

이승엽은 지난 두 번의 겨울 동안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지독한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이두근을 키우는 덤벨과 하체 강화를 위한 스쿼트를 들어올리는 무게 및 횟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역기를 올리다 토악질을 한 것도 수차례.

이승엽은 일본 투수들의 까다로운 변화구와 정확한 컨트롤에 고전했다. 예리하고 변화무쌍한 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가벼운 스윙이 필수인데, 이를 위해서는 툭 쳐도 홈런이 될 만큼의 파워가 필요했다. 이승엽은 피눈물 나는 하드웨어 강화를 통해 한 단계 진화했다.

일본 진출 첫해 80kg대 중반이던 그의 체중은 현재 100kg에 육박한다. 물론 순발력과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파워를 극대화하는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한 결과다.

한국에서 뛰던 시절 이승엽은 홈런만 친 것이 아니었다. 그의 홈런에는 감동이 스며 있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마쓰자카 다이스케(세이부 라이온스)를 두들기며 동메달을 따내는 데 앞장섰고, 2002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 때는 6차전에서 거짓말 같은 동점 3점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의 홈런 스토리는 헤아리기도 힘들 만큼 많다.

이승엽은 감동이 가득한 ‘그 시절 그 홈런’을 일본에서 때려내고 있다. 지난 2년간 그의 좌절과 갈등, 그리고 도전을 지켜봤던 일본인들에게 이승엽의 홈런은 그만큼 특별하게 다가간다. 도전자의 혼이 담겨 있고, 감동을 자아내는 이승엽의 홈런은 야구의 한류(韓流)나 다름없다.

2006 이승엽 홈런 하이라이트 5선

연패 끊은 홈런에서 도둑맞은 홈런까지 ‘감동과 화제’


# WBC 1라운드 일본전 결승 홈런
3월5일 일본 도쿄돔 1라운드 일본전. 이승엽은 1대 2이던 8회 특급 마무리 이시이한테서 역전 2점 홈런을 뽑아냈다. 2라운드 진출로 만족하는 듯했던 한국 대표팀은 이 한 방으로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며 WBC 4강신화의 초석을 놓았다.

# WBC 2라운드 미국전 결승 홈런
3월14일 미국 에인절스타디움 2라운드 미국전. 이승엽은 0대 0이던 1회 지난해 내셔널리그 다승왕 윌리스의 낮은 직구를 통타, 선제 홈런을 때렸다. 야구 종주국 미국의 콧대를 꺾고 세계 속에 한국 야구를 알리는 한 방이었다.

# 일본 센트럴리그 개막전 홈런
3월31일 일본 도쿄돔 요코하마전. 하라 요미우리 감독은 WBC에서 맹활약을 떨친 이승엽에게 요미우리의 70대 4번타자를 맡겼다. 이승엽은 개막전 5회 시원한 홈런포로 화답했다. 그의 화려한 2006 시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 ‘누의 공과’로 도둑맞은 홈런
6월11일 마린스타디움 지바 롯데전. 이승엽은 1대 1이던 3회 와타나베한테서 2점 홈런을 터뜨렸다. 그러나 1루 주자 오제키가 3루를 밟지 않고 그냥 지나쳐 이승엽의 홈런은 단타로 처리됐다. 며칠 후 오심이라는 점이 밝혀져 화제가 됐던 홈런 아닌 홈런.

# 8연패 구한 20, 21호 연타석 포
6월15일 도쿄돔 오릭스전. 이승엽은 4회와 7회 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다. 일본 진출 후 첫 기록. 이승엽은 이날 홈런 2방으로 센트럴리그 홈런 선두로 치고 나갔고, 8연패에 빠졌던 요미우리는 지옥에서 벗어났다.




주간동아 2006.07.04 542호 (p70~71)

김성원 중앙일보 JES 기자 rough1975@jesnews.co.kr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40

제 1240호

2020.05.22

“정의연이 할머니들 대변한다 생각했던 내가 순진했다”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