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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숫자가 끝내준다 해”

중국인들 유별난 숫자 광신 ... 휴대전화·승용차 번호 심지어 교량 길이까지 따져

  • 베이징=하종대 동아일보 특파원 orionha@donga.com

“6·8 숫자가 끝내준다 해”

어느 나라나 숫자에 대한 미신(迷信)이 있다. 이런 미신이 가장 강한 나라는 아마 중국일 것이다. 중국의 숫자 미신은 맹신(盲信)이나 광신(狂信)에 가까울 정도로 유별나다. 숫자는 단순한 호불호(好不好) 차원을 넘어 중국인의 사고와 생활을 지배한다.

올림픽도 8월8일 8시8분에 시작

올해 6월6일은 6이 세 번이나 겹쳤다. ‘666’을 기독교 문명권의 사람들은 ‘악마의 숫자’라고 부르며 불길한 징조로 여긴다. 그러나 중국인은 정반대로 6을 아주 좋아한다. 6(六·류)이 ‘모든 일이 물 흐르듯 순조롭다’는 뜻을 가진 ‘류(流)’와 발음이 비슷한 탓이다. 6이 두 번 겹치는 날은 ‘류류다순(六六大順)’이라고 해서 매우 상서로운 날로 여긴다.

6월6일, 6이 세 번이나 겹치자 중국인들은 ‘대순의 날(大順之日)’이라며 즐거워했다. 베이징(北京)에서는 이날 평소보다 10배 가까운 3100명이 결혼식을 올렸다. 베이징의 19개 혼인등기소엔 이른 아침부터 혼인서류를 접수하려는 신혼부부로 붐볐다. 길일인 이날 1등으로 접수하기 위해 전날부터 날을 샌 신혼부부도 있었다. 가게 성업을 위해 한두 달씩 개업일을 늦췄다가 이날 문을 연 곳도 많았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를 사람 없습니까? 그럼 27만2000위안(약 3264만원)으로 확정합니다.”



골동품이나 미술품 가격이 아니다. 지난달 말 중국 광저우(廣州)의 한 경매회사에서 낙찰된 승용차 번호판의 가격이다. 번호판은 ‘폵AW6666’. ‘위에(폵)’는 광둥(廣東) 지방을 가리키는 약칭이다. 이 번호판이 이처럼 비싸게 팔린 이유는 만사가 순조롭게 잘 이뤄지도록 해줄 것 같은 ‘6’이라는 숫자가 4개나 겹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6이 아니라 8이다. 중국인은 이런 8자 맹신을 ‘바쯔미(8字迷)’라 부른다. ‘8’의 발음이 ‘바’로 ‘돈을 많이 번다’는 ‘파다차이(發大財)’의 ‘파(發)’와 비슷해 재운(財運)을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6월22일 광저우 시가 실시한 번호판 경매에서 ‘폵APC888’은 23만7000위안(약 2844만원)에 팔렸다.

사무실이나 휴대전화의 번호도 이런 식으로 팔린다. 2004년 쓰촨(四川)항공주식회사가 경매로 구입한 사무실 번호 ‘8888-8888’는 261만 위안(약 3억1320만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가장 비싸게 팔린 번호는 상하이(上海)에서 인터넷 경매로 팔린 휴대전화 번호‘135-8585-8585’로 무려 68만 달러(약 6억4178만원)에 팔렸다. ‘5’는 발음이 나를 뜻하는 ‘워(我)’와 비슷해 ‘58’은 ‘나는 돈을 많이 번다’로 해석된다.

중국인의 숫자 미신은 생활 깊숙이 퍼져 있다. 2008년 베이징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은 8월8일 오전 8시8분에 시작된다. 8월 초순은 베이징의 낮 최고기온이 40℃를 웃도는 가장 더운 여름이다. 베이징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의도적으로 잡은 것이라고 말하지 않지만 ‘8’자에 담긴 중국인의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20일 중국 후베이(湖北) 성 이창(宜昌) 시에서 거행된 세계 최대인 ‘산샤(三峽) 댐’의 완공 경축행사는 8분으로 마무리되었다. 5분이나 10분, 30분이 아닌 8분에 맞춘 것이다. 댐 공사를 위해 쌓은 임시제방을 폭파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12.888초였다.





주간동아 2006.07.04 542호 (p58~59)

베이징=하종대 동아일보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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