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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붉은 6월! 그대들 있어 행복했노라

독일에 뜬 샛별들 “베컴 인기 안 부러워”

루니·포돌스키·호날두·메시 등 실력 짱·외모 짱 … 가는 곳마다 구름 관중

  • 하노버=정윤수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독일에 뜬 샛별들 “베컴 인기 안 부러워”

조별리그가 마무리되고 토너먼트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006 독일월드컵은 10년 넘게 세계 축구를 호령해온 스타들이 하나 둘씩 스러진 대회다. 10여 년 동안 세계 축구를 주름잡아온 스타들의 자리를 넘보는 20대 초반의 단단한 신예들이 그라운드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 루니, 포돌스키, 호날두, 토레스, 메시….

아쉽게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선수는 아직 없다. 포지션 플레이가 축구의 정석임을 일깨워준 1960년대의 펠레, 중원을 선점하는 것이 90분을 장악하는 것임을 증명한 70년대의 크루이프, 축구의 모든 요소를 분해하면 결국 개인기가 남는다는 사실을 예술적으로 실천한 80년대의 마라도나, 상대방의 혈맥을 꽉 잡고 경기를 리드미컬하게 주물러야 한다는 것을 입증한 90년대의 지단.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잉글랜드의 타블로이드판 일간지와 유력 스포츠지들은 베컴의 X-레이 사진을 자주 1면에 실었다.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베컴은 큰 부상을 입었는데 다행히 호전되어 동아시아로 날아왔다. 하지만 대회에서는 최고 전성기의 실력을 맘껏 발휘하지 못했다.

루니, 잠깐 뛰고도 크라우치보다 더 주목받아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잉글랜드 신문들은 한 스타의 병상 일기를 전송했다. 웨인 루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영건으로 잉글랜드 축구팬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루니는 발목 부상 때문에 첫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두 번째 경기에서 루니가 깜짝 출전했을 때 독일 현지의 팬들이 환호한 것은 물론이고 잉글랜드에서도 ‘루니의 첫 월드컵’이라는 제호의 호들갑스런 보도가 이어졌다.



그런데 악재는 멈추질 않는 듯하다. 잉글랜드는 안전하게 16강에 진출했지만 루니의 부상은 온전하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월드컵은 어쩌면 4년 뒤로 미뤄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90분 내내 그라운드에서 뛴 선수들보다, 심지어 잉글랜드를 16강으로 끌어올린 일등공신 크라우치보다 더 많은 팬과 언론의 주목을 받는 루니. 그는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을 출전하고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신예로 기억될 것이다.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쾰른 등 독일의 대표적 도시들은 세계 곳곳에서 모인 축구팬들로 북적인다. 마치 SF 영화 ‘스타워즈’의 한 장면처럼 우주의 수많은 인종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맥주를 마시거나 노래를 부르고 함성을 지르며 브란덴부르크 광장과 쾰른 대성당 앞을 오간다.

독일에서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개최국 독일 선수단. 전통의 분데스리가를 주축으로 월드컵을 1년 내내 치러도 될 만큼 탄탄한 인프라와 풍부한 콘텐츠를 자랑하는 이곳 독일에서 팬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선수는 신예 루카스 포돌스키다.

물론 발라크가 있고 클로제도 있다. 그 둘의 합작으로 독일은 조별리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럼에도 수많은 팬들은, 특히 젊은 팬들은 압도적으로 포돌스키를 성원한다. 그는 FC쾰른에서 뛰고 있는데, 독일의 젊은 팬들은 십중팔구 포돌스키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중앙역 광장과 대성당 앞에서 고함을 지른다.

스페인 토레스, 라울 뒤이을 특급 골잡이로 부상

포돌스키는 클린스만 이후 독일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된다. 독일 팀이 좌우에서 크로스를 올리고 공중볼 다툼을 벌이는 단조로운 플레이로 일관하기 때문에 마지막 골은 클로제가 잡아내고 있지만, 분데스리가 2부리그 득점왕 출신으로 상대 문전에서 쉴 새 없이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간을 침투해가는 그의 능력은 16강 토너먼트의 혼전 양상에서 더욱 열렬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현재 독일 땅에서는 세 명의 호나우두(Ronaldo)가 뛰고 있다. 두 명은 브라질 선수. 그중 한 명은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호나우두라는 이름으로 최고의 골 감각을 보여주며 불세출의 스타 반열에 올랐다. 또 다른 한 명은 위대한 선배 때문에 호나우두라는 이름을 버리고 호나우지뉴라는 별칭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그리고 또 한 명.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나는 호날두의 경기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에 앉아 포르투갈에서 온 수많은 팬들과 함께 보았는데, 그가 볼을 잡을 때마다 팬들의 함성은 전혀 다른 질감으로 울려 퍼졌다. 그것은 무대에 오른 록스타를 향한 절규이며 은막의 배우를 향한 구애의 신호였다. 여성 팬들은 호날두의 일거수에 전율하고 일투족에 기절했다. 그 순간엔 호날두가 별 중의 별이며 최고의 섹시 가이였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끝인가. 호날두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뛰어난 선배들인 피구와 파울레타의 도움을 받아 조별리그 전체 경기를 통틀어 가장 멋진 드리블과 슛으로 포르투갈 팀을 토너먼트로 끌어올렸다. 아마도 포르투갈의 여성 팬들은 호날두와 더불어 꽤 오랫동안 독일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10여 년 동안 현대 축구가 커다란 변화 없이 상향 평준화하는 과정에서 치러진 월드컵인 터라 이번 대회에선 큰 이변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독일, 이탈리아, 잉글랜드, 브라질,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등 강팀들은 자신이 강호임을 입증하며 안전하게 16강에 올라갔다.

여기에 영원한 우승후보이면서도 빅매치 징크스에 신음해온 스페인이 합류했다. 스페인은 아르헨티나와 함께 라틴 축구의 진수를 보여주며 조별리그에서 매혹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특급 골잡이 라울이 어느덧 팀 전체의 리더가 되어 있는 이 팀에서도 놀라운 신예가 등장했다.

페르난도 토레스. 그는 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11경기에 모조리 출전하면서 일찌감치 스페인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스타로 인정받았다. 2000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했지만, 스타들이 즐비한 스페인의 전력 때문에 이번 대회가 월드컵 데뷔 무대다.

그럼에도 그는 벌써부터 ‘라울의 세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렇다고 라울이 노쇠한 것도 아니다. 토레스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앞으로 스페인과 맞붙을 상대들이 반드시 이 선수부터 체크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지역예선에서 7골을 터뜨린 기세를 독일에서도 여전히 살려가고 있는 토레스는 축구 교본에 나와 있는 모든 슈팅 방법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준비된 신예다.

아르헨티나가 운명의 라이벌인 네덜란드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펼치던 날, 나는 뮌헨에서 이미 탈락이 확정된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 코트디부아르의 경기를 보고 있었다. 탈락이 확정된 두 팀의 경기는 그러나 결승전이라도 되는 듯 쉴 새 없는 공방전으로 아름다웠다. 나중에 녹화방송을 보니,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경기는 16강뿐 아니라 4강 이후까지 염두에 둔 안전한 플레이로 인해 조금은 맥이 빠졌다.

이튿날 우연히 뮌헨역에서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은 축구팬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는 “최고의 신예는 누가 뭐래도 메시”라고 말했다. 나는 이번 대회에서 떠오른 몇 명의 신예들을 거론했다. 루니, 포돌스키, 토레스…. 그는 내가 언급한 선수들 모두 뛰어난 선수라고 인정하면서도 메시는 차원이 다른 ‘아티스트’라고 말했다.

리오넬 메시.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메시는 저 눈부셨던 80년대 아티스트의 계승자다. 메시 이전에 누가 있었던가. 리켈메? 크레스포? 아티스트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이들은 조금 부족하다. 그들의 마음속에 깊은 영광으로 자리잡고 있는 마라도나만큼은 돼야 한다. 그렇다면 메시는 마라도나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까. 지금부터 두고 볼 일이다. 아르헨티나의 16강 진출에는 리켈메의 공이 컸다. 그들이 우승컵까지 가져간다면 아무래도 메시의 ‘예술’이 필요할 것이다. 만일 아르헨티나 팀과 메시가 예술의 경지로 그러한 결과를 성취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메시가 마라도나의 계승자임을 승인할 것이다.

그리고 또 어떤 선수들이 있는가. 일찌감치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토고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선수다. 토고의 최고 장점은 아데바요르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기 때문이며 또한 그것이 토고의 취약점이 되었다. 이번 대회의 거의 유일한 ‘이변’을 일으킨 가나의 마이클 에시엔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에시엔의 경기력은 적어도 한두 차례는 더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새로운 흐름 속에 한국의 박주영과 김동진, 백지훈과 이호라는 신예들이 세계 팬들의 주목을 받기를 또한 기대한다.

2006 독일월드컵의 지는 별들

지단·피구·칸 등 세월 탓 ‘마지막 무대’


독일에 뜬 샛별들 “베컴 인기 안 부러워”
빛이 있으면 반드시 그림자가 있듯이,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선수들도 있다. 2006 독일월드컵을 끝으로 다시는 월드컵 무대에 설 수 없는 각국의 스타플레이어들이 축구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지네딘 지단은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세계축구의 제왕 브라질의 심장에 칼을 꽂았던 주인공이다. 브라질과의 결승전에서 2골을 작렬시켜 프랑스가 브라질에 3대 0 완승을 거두고 첫 우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단은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세계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으나, 이번 독일월드컵에선 예전만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마지막 무대에 서 있다.

이란의 살아 있는 전설 알리 다에이는 189cm의 큰 키에도 재치 있는 볼 트래핑과 패스워크, 그리고 헤딩 능력으로 아시아 축구계뿐 아니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정상의 선수로 활약했다. 그가 A매치에서 터뜨린 골은 109골로 세계 기록이다. 그 가운데에는 1996년 아시안컵 한국 팀과의 경기에서 터뜨린 4골도 포함돼 있다. 그는 유난히 한국 팀과의 경기에 강했다. 그러나 마지막 월드컵은 우울했다. 그의 조국 이란은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일찌감치 보따리를 싸야 했다.

지단과 다에이가 소속팀의 주전 선수로 끼어 월드컵 무대에서의 최후(?)를 맞이했다면, 독일의 올리버 칸은 벤치에서 마지막을 장식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칸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골키퍼로는 이례적으로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을 수상했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요,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그동안 자신의 그늘에 가려 있던 서른일곱 동갑내기 옌스 레만에 주전자리를 내주었다. 한때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불리던 선수가 후배도 아닌 동기에게 밀려난 것이다. 골키퍼는 한번 주전을 꿰차면 웬만해서는 다른 선수에게 빼앗기지 않는 포지션임을 감안하면 칸과 레만의 횡적 교체는 이채롭다.

포르투갈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루이스 피구, 네덜란드 멀티플레이어의 대명사 필립 코쿠, 브라질의 붙박이 수비수 카푸,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영웅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인 드와이트 요크, 대한민국의 젊은 오빠 최진철 등에게도 독일월드컵은 투혼을 불사르는 마지막 무대가 될 것이다.

■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younglo54@yahoo.co.kr




주간동아 2006.07.04 542호 (p28~30)

하노버=정윤수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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