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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당원協 편법 운영 사무실 널렸다

연구소·포럼 간판 내걸고 버젓이 사무소 활용 … 예전 지구당 사무실과 큰 차이 없어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지역당원協 편법 운영 사무실 널렸다

지역당원協 편법 운영 사무실 널렸다

2004년 3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지역 당원들이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M상가 5층에는 ‘○○포럼’이라는 간판이 걸린 사무실이 있다. 내부 분위기를 보면 영락없는 한나라당 J 전 의원 사무실이다.

6월22일 사무실은 이삿짐을 싸느라 어수선했다. 같은 상가 옆동으로 사무실을 확장해 옮기는 중이었다. 옮겨가는 사무실의 넓이가 기존 사무실에 비해 족히 두 배 이상은 돼 보였다. 단순한 포럼 운영 사무실로 보기에는 규모가 너무 컸다.

현재 동대문구갑 지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인 J 전 의원은 개인적으로 사무실을 둘 수 없다. 정당법에 ‘누구든지 시·도당 하부조직의 운영을 위해 당원협의회 등의 사무소를 둘 수 없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

사연인즉 이랬다.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J 전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고모 씨가 이 지역 시의원에, 그리고 지역사무실 사무장이 구의원에 당선되면서 공식적으로 사무실을 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현행법상 시의원과 구의원 당선자는 지역의 민원을 수렴하기 위해 ‘연합사무실’을 둘 수 있다.

친척과 지인 사무실 빌려 운영하기도



고 씨에 따르면, 그동안 사용했던 포럼 사무실은 고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전통문화예술원’ 사무소로 등재돼 있었다. 그리고 포럼은 매월 강사를 초빙해 세미나를 개최하고 지속적으로 자료집도 발간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는 것이 고 씨의 설명이다.

고 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현행 법규상 사무실을 열 수 있는 범위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개인사무실을 낼 수 없지만 법인사무실과 포럼 등 연구소 사무실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다만 포럼은 지속적인 성과물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회원들에게 매월 수강료 10만원씩을 받고 강의와 자료집을 내왔다”고 밝혔다.

고 씨는 그러나 현재의 사무실이 본질적으로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사라진 과거 ‘지구당사무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시인했다.

“개정된 정치자금법과 정당법은 의원 후보들을 모두 예비 범죄자로 만들어놓았다. 솔직히 요즘도 옛날로 치면 지구당위원장이 없는 지역이 없다. 이름만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으로 바뀌었을 뿐, 없으면 중앙당에서 사고 지구당으로 처리한다. 다들 이리저리 법망을 피해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사무실을 운영하지 않으면 나중에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새로 이사한 사무실의 대외 명칭은 시의원과 구의원 연합사무실로 붙여졌다. 이곳에는 포럼과 산악회는 물론 민원센터, J 전 의원의 개인공간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건물에는 ‘○○○ 정책포럼’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이 포럼의 회장은 열린우리당 영등포구갑 당원협의회 중앙위원장 겸 모 공기업 상임감사 K 씨다. K 씨는 이 건물의 주인이기도 하다. 정책포럼 사무실을 관리하는 사무국장 C 씨는 당원협의회 간사를 겸하고 있다.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포럼 회장이고, 당원협의회 간사가 포럼 사무국장인 셈이다. 사무실은 여직원 혼자서 지키고 있었다. K 씨는 공기업 감사 자격으로 해외출장 중이었다.

인근 지역 주민들은 이 포럼 사무실에 대해 K 씨가 서울시의회 의원 시절부터 개인사무실로 사용해오던 것을 간판만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무실 여직원도 “선거 기간 전인 올해 초에는 일주일에 여러 차례 당원협의회 회의를 했다”며 일정 부분 당원협의회 사무실 용도로 사용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지역당원協 편법 운영 사무실 널렸다

서울 지역 열린우리당 한 당원협의회 중앙위원장이 회장으로 있는 정책포럼 사무실 간판(위)과 한나라당 한 당원협의회 중앙위원장 사무실로 쓰이는 쭛쭛포럼 사무실 입구.

그러나 사무국장은 “사무실은 포럼을 위한 공간일 뿐 당원협의회와는 무관하다. 또 K 위원장 개인사무실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올해 포럼 활동은 선거 때문에 거의 못했으며, 올해 초 독도 규탄대회를 연 것이 전부”라는 게 사무국장의 부연 설명. 이 포럼 사무실은 이번 지방선거 때 열린우리당 지역선거 사무실로 사용된 바 있다.

각 정당 원외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가운데 이처럼 포럼이나 연구소 간판을 내걸고 개인사무실 또는 사실상 당원협의회 사무실로 운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개인이 운영하는 회사 사무실이나 친척, 지인의 사무실을 빌려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

일부 연락사무소, 당원·조직 관리에 이용

이는 표면상 당원협의회 사무소가 아니기 때문에 현행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편법으로 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앙선관위 김철 사무관은 “포럼이나 각종 연구소 이름을 내걸고 개인사무실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지만, 순수한 연구 목적인지 아니면 사전 선거활동을 위한 목적인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불법 사실을 적발하기 위해서는 사전 정보를 입수해 얼마만큼 지속적이고 계획적으로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는지를 조사해야 하며, 불법 여부는 그 조사 결과를 토대로 판가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법률상 허용되고 있는 지역 연락사무소도 일정 부분 편법 또는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관위의 연락사무소 관련 운영 규정이 애매모호해 지역선관위마다 해석이 다른 것도 일정 부분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연락사무소는 의원 개인의 의정 활동이나 주민과의 접촉은 가능하지만, 과거 지구당사무소의 주요 기능이었던 정당 활동은 금지돼 있다. 정당 활동이란 중앙당과 당원들 간의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연락체계 유지를 통해 지역조직을 관리하는 것. 따라서 과거에 있었던 청년조직, 부녀자조직 등 성별 또는 연령별 조직 담당자나 지역 상공인조직 등 분야별 조직 담당자를 둘 수 없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연락사무소는 아직까지 지역 내 당원 및 조직 관리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조직위원장이 아닌 특보 또는 보좌관이라는 명함뿐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활동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정당 활동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 또한 분명하지 않다는 것. 호남 지역 중진의원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과거 지구당사무소보다 연락사무소가 운영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차이가 그리 크지는 않다. 공식적인 조직 운영과 비공식적인 조직 운영 비용의 차이 정도다. 방법상 차이가 조금 있을 뿐 업무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연락사무소는 과거 지구당사무소를 축소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관계자는 “연락사무소 운영과 관련해 지역선관위마다 해석이 달라 어떤 지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어떤 지역에서는 불법으로 검찰에 고발당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정치자금법이나 정당법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법 개정으로 지구당사무실이 사라진 지 올해로 3년째. 의원들의 지구당 경상운영비가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애매모호한 법 규정과 단속의 어려움 등으로 각종 편법과 불법이 이뤄지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나타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그동안 드러난 부정적인 측면을 줄이기 위한 법 개정 등 현실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6.07.04 542호 (p14~15)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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