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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직원은 채무 해결사?

무형문화재 대상자와 제3자 간 분쟁 중재 나서 … 자기 계좌로 5000만원 받았다가 반환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문화재청 직원은 채무 해결사?

문화재청 직원은 채무 해결사?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의 동생 문재숙 교수(이화여대)의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과 관련해 정치권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이 이번에는 ‘채무 해결사’ 논쟁에 휘말렸다.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서를 받기 위해 문화재청을 방문한 Y 씨에게 문화재청 M 과장 등 간부들이 “K 씨에게서 빌린 돈 5000만원과 부동산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며 서너 시간 동안 Y 씨를 ‘설득’한 사실이 밝혀진 것. 이와 관련해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4월7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나중에 보고를 받았다”며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선정된 뒤 잘못된 부분이 드러나면 좋지 않다”며 사인(私人) 간 채무 해결에 공직자들이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3월13일 문화재청 관계자에게서 채무이행을 요구받은 Y 씨는 폰뱅킹으로 5000만원을 M과장 계좌로 송금했다. 그 직후 문화재청은 Y 씨에게 인정서를 수여했다. 그러나 M 과장은 다음 날 문화재청 고위간부의 지적을 받고 이 돈을 Y 씨에게 돌려주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손봉숙 의원 측은 “무형문화재 인정서를 받으러 온 국악인에게 인정서 대신 채무 문제를 먼저 해결하라고 한 것은 문화재청 공무원이 채무 해결사 노릇을 한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인정서 수여 직전 채무이행 권유

‘청렴과 도덕성을 강조해온 공직사회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이 사건은 2006년 3월13일 오후에 시작되었다. “제23호 가야금산조 부문 무형문화재로 선정됐으니 문화재청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은 Y 씨와 그의 남편 N 씨가 대전 문화재청에 도착한 것은 13일 오후 2시5분경. Y 씨 부부는 궂은 날씨로 인해 행사 시간보다 5분여 늦게 도착했다.

행사장에 도착한 Y 씨 부부는 이후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M 과장은 늦게 도착한 것을 이유로 Y 씨 부부를 행사장이 아닌 문화유산국장실로 안내했고, 이후 또 다른 간부 L 씨의 방으로 이들을 안내했다. Y 씨 부부는 L 씨에게서 사인 간 채무 문제와 관련해 중재 제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N 씨의 설명이다.



“평소 우리 부부에게 5000만원의 부채를 갚으라고 요구해온 K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아침에 L 씨를 찾아와 민원을 제기했다고 했다. L 씨는 그 민원을 거론하며 우리 부부에게 K 씨의 부채 5000만원을 갚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다.”

M 과장도 행사 당일 K 씨가 L 씨의 방을 방문했다고 확인했다.

K 씨는 1990년을 전후해 Y 씨 부부와 돈거래를 하다가 92년과 93년에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던 지인. Y 씨 부부는 이 소송에서 이겨 금전 문제는 깨끗이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N 씨는 L 씨에게 전말을 설명하고 “사인 간 문제인 만큼 알아서 풀겠다”며 “K 씨와는 채무관계가 없다.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서를 달라. 인정서를 받은 뒤라도 (부채 등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면 깨끗이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직원은 채무 해결사?

3월13일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무형문화재 인정서를 전달한 뒤 담소하고 있다.

그렇지만 L 씨는 N 씨의 제의를 외면했다. Y 씨가 “이런 법이 어딨느냐”며 거칠게 항의했지만 문화재청 직원들은 귀담아듣지 않고 계속 합의를 종용했다. 견디다 못한 Y 씨는 남편 N 씨와 상의해 돈을 주기로 결정하고 “5000만원을 전달한 뒤 어떠한 경우에도 서로 간의 예술적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M 과장은 팩시밀리를 통해 이 합의서를 K 씨에게 전달하는 등 합의서 작성을 도왔다. 최종 합의서에는 5000만원 문제와 부동산 문제 등 3가지 사안에 대해 양측의 입장이 정리돼 있다.

Y 씨가 합의서 작성을 마친 시간은 오후 5시 전후. 그 후 Y 씨는 폰뱅킹으로 5000만원을 M 과장의 계좌로 송금했다. 공직자로서 사인 간의 채무 해결에 나선 것도 시빗거리지만 자신의 통장에 송금하라고 한 행위도 구설을 면키 어려운 부분이다. 이에 대해 M 과장은 Y 씨의 입장을 배려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그의 말이다.

“Y 씨가 돈을 준 흔적을 남기려는 것 같아 내 통장번호를 불러주었을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

M 과장 계좌로 5000만원을 송금한 Y 씨 부부는 6시40분쯤 9층 유홍준 청장실로 올라가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서 수여식에 참석했다.

공무원까지 나서 ‘해결책’을 모색했던 Y 씨와 K 씨 간 분쟁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Y 씨의 남편 N 씨는 4월7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K 씨에게 돈을 빌린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K 씨는 같은 날 전화통화에서 “당연히 받을 돈을 받으려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셈인데, Y 씨는 돈을 빌린 적이 없다면서 왜 5000만원을 송금했으며 부동산 등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했을까.

“과거에도 수시로 제기됐던 문제라 또 거론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나서서 그렇게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문제를 제기해도 인정서를 받고 난 뒤 할 줄 알았다. 그런데 합의서를 쓰지 않으면 (무형문화재 인정서 수여를) 보류하려는 분위기였다. 간부 방을 왔다갔다하며 합의 얘기를 꺼내고…. 설사 채무관계가 있더라도 개인끼리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오해 살 수 있다” 상사 지시로 돈 돌려줘

Y 씨의 이런 항변에도 돈 문제 해결에 나선 M 과장은 4월6일 오전 ‘주간동아’ 편집실을 방문해 “공직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상자기사 참조).

“문화재청 공무원은 국악인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무형문화재 선정과 관련해 이런저런 잡음이 많은데 그들의 민원을 파악해 적절하게 해결해야 한다. 민원이 제기됐는데 어떻게 인정서를 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가 나서 해결했을 뿐이다. 공직자로서 소신껏 일한 것이다.”

유 청장도 7일 통화에서 비슷한 요지의 입장을 밝혔다. 유 청장은 “무형문화재 선정과 관련, 남을 해코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들의 사생활 문제도 잘못된 쪽으로 흘러가면 우리에게 화살이 돌아온다. 담당 과장이 해결사 노릇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문화재청은 사인 간 돈 문제에 개입한 공직자의 처신을 ‘소신’으로 보지 않는 듯했다. 3월13일 ‘Y 씨가 5000만원을 M 과장 계좌로 넣었다’는 보고를 받은 문화재청 고위 관계자는 M 과장에게 “돈을 되돌려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M 과장이 설명하는 당시 상황이다.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5000만원을 내 통장에 넣었다는 얘기를 상사에게 전했다. 그러자 그 상사가 오해를 살 수 있으니 돌려주라고 해 다음 날 10시30분에 곧바로 Y 씨의 은행 계좌로 5000만원을 송금했다.”

이번 일에 대해 문화재청 측은 한결같이 민원 해결 차원의 중재였다고 주장하지만 공무원의 직무 범위에 해당하는지, 적절한 조치였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손봉숙 의원 측은 13일 대정부 질문을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할 예정이다.

[인터뷰] 해결사 의혹 문화재청 과장

“만약의 잡음 우려 민원 해결하려 했을 뿐”


3월6일 만난 C 과장은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자인 Y 씨의 돈 문제에 개입한 사실에 대해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 작업을 추진하다가 생긴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사인 간 돈 문제에 공직자가 나선 이유는.

“무형문화재 선정을 둘러싸고 각종 민원이 많은데, 그런 문제를 해결한 뒤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서를 줘야 잡음이 없다.”

-Y 씨 부부는 K 씨에게 돈을 빌린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과거 부동산 등과 관련해 두 사람 사이에 돈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렇더라도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서를 앞에 놓고 채무를 해결하라고 한 것은 당사자의 약점을 이용한 문제해결 방법이 아닌가.

“K 씨에게 돈을 주겠다고 하고 인정서를 받은 후 ‘나 몰라라’ 하면 어떻게 하나. 민원을 해결해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 행사를 무난하게 끝내려고 했을 뿐 다른 의도는 추호도 없다.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아 곧바로 돈을 돌려주었다. 당시 억압적인 분위기는 결코 아니었다.”

-왜 개인통장으로 돈을 받았나.

“Y 씨가 돈을 준 근거를 남기려 하는 것 같아 내 통장번호를 불러줬다. Y 씨와 K 씨의 채무관계를 사인 간 문제라고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주간동아 531호 (p16~17)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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