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2

2003.09.25

손바람 과속 이창호 전복 “아차차”

이창호 9단(흑) : 미무라 9단(백)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입력2003-09-18 17: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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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바람 과속 이창호 전복  “아차차”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손’을 뽑는 속기대회에서 이창호 9단이 무명의 일본 기사에게 한 방 먹는 이변이 발생했다.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는 한·중·일 TV속기전을 주최하는 한국의 KBS, 중국의 CCTV, 일본의 NHK가 각국의 우승자와 준우승자를 내세워 세계 최고의 속기왕을 가리는 대회. 한국은 2000년 12회 때부터 3년 연속 우승하면서 속기전에서도 한국 바둑이 세계 최강임을 과시해왔다.

    이 대회 지난해 우승자인 이창호 9단은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후보 0순위로 거론됐다. 더군다나 속기에 강한 일본의 요다 9단과 한국의 조훈현 9단이 국내 선발 과정에서 탈락해 마땅히 대적할 만한 상대도 없어 보여 이창호 9단의 우승은 떼어논 당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였다. 이창호 9단이 국제무대에서 무명이나 다름없는 일본의 신인왕 출신 미무라 도모야스(三村智保) 9단에게 덜미를 잡힌 것.

    손바람 과속 이창호 전복  “아차차”
    의 시점까지는 흑의 필승지세였다.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허공에 뜬 백△를 적당히 위협하면서 우하변을 집으로 굳힌 뒤 흑A로 가일수해 백◎의 맥을 완전히 끊어놓으면 백으로서는 더 이상 해볼 도리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흑1의 방향은 좋았다. 그런데 어쩌나, 착점이 틀렸다. 백2가 날카로운 역습. 흑1로 이을 수가 없다. 백6까지의 수단이 있는 것이다. 할 수 없이 흑3으로 받았으나 백이 B의 이득을 남겨놓고 4에서부터 수습의 실마리를 찾은 뒤 여기서 선수를 잡아 백C로 거의 죽어 있던 대마를 살리니 눈 깜짝할 사이에 형세가 역전돼버렸다.

    흑1은 D가 규정속도였다. 아무리 속기전이라 하지만 과속은 사고의 원인. ‘느림’의 대명사인 이창호 9단이 ‘손바람’을 내다 전복된 것이다. 한국은 이상훈 7단과 장주주(江鑄久) 9단마저 첫판에서 패해, 3명 모두 탈락했다. 176수 끝, 백 불계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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