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가 유료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띄운 배너광고의 카피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막가파식 발언으로 화제가 된 ‘개구리’(노무현 대통령을 비방하는 별명)를 소재로 2002년 대선 때 나타난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 널리 알려진 대로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선거운동은 지난해 대선 때 후보의 당락을 가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2007년 대선 땐 어떤 새로운 매체가 주목받을까. 아마도 인터넷신문에서 더 진화한 모바일언론과 모바일을 통한 캠페인이 선거에 활용되고, M-폴리틱스에서 우위를 점한 쪽이 선거과정에서 적잖은 긍정적 효과를 누릴 것이다.
9월1일 무선인터넷 망이 개방되면서 ‘진정한 모바일시대’의 막이 올랐다. 유선인터넷이 처음 한국에 상륙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무선인터넷의 활성화는 ‘먼 미래의 일’로 치부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유선인터넷이 아주 조용히 ‘삶의 혁명’을 이룬 것처럼 무선인터넷 역시 수년 내에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망 개방은 그동안 이동통신 3사만 사용할 수 있었던 무선인터넷 망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을 말한다. 이는 국가기간망의 하나인 무선망을 사실상 민간기업에 완전 개방한 것으로, 모바일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조치다.
내년 4조7000억대까지 성장 가능
무선인터넷은 언제 어디서나 휴대전화나 PDA(개인휴대 단말기) 등으로 인터넷 콘텐츠를 열람할 수 있는 서비스다. 통신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이동통신 3사가 직접 제공하는 빈약한 무선인터넷 콘텐츠에 만족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포털 게임업체들의 웹투폰(web to phone) 서비스를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또한 과점 혜택을 누리던 통신업체들과 인터넷에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호시탐탐 무선인터넷 진출을 준비해온 포털업체, 콘텐츠 공급자(CP)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무선인터넷 서비스 시장을 놓고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몇몇 기술적인 문제와 과금 문제 등으로 무선인터넷 포털의 등장이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늦어도 10월 말까지는 소비자들이 비(非)이동통신사의 무선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장관의 특정업체 편들기 논란, 특정업체의 철수 불사 배수진 등 최근 하나로통신을 두고 벌어진 ‘너 죽고 나 살기’식 싸움이 통신 시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지만 소비자들과는 무관한 그들만의 싸움 와중에도 통신 시장의 떡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의 ‘기대 섞인 전망’에 따르면 현재 1조2000억원대인 모바일인터넷 시장은 2004년 4조7000억원대로 4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선 무선인터넷 시장이 가까운 장래에 수십조원대 규모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KTF의 한 관계자는 “음성서비스 시장은 조금씩 정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며, 유·무선 통합기술의 혁신으로 무선데이터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선 포털업체들이 3조원대의 신규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 공세에 나서는 양상이다. 무선인터넷을 이끌어갈 포털의 선두주자는 다음과 NHN이다. 증권 시장에서 인터넷 대장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다음과 NHN은 무선인터넷 시장에 손쉽게 연착륙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기업협회 김성호 실장은 “기존 이동통신사의 서비스가 단말기에서 원클릭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이용할 수 있는 데 반해 접속과정이 다소 불편한 것이 약점이지만 모바일 도메인 격인 윙크가 활성화하고 단말기 기술이 진보하면 그런 문제점이 해소될 것”이라며 “기존의 인터넷 회원을 무선인터넷으로 연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동통신사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이 무선인터넷 플랫폼 해외 진출을 위해 해외 사업자들과 회의하는 모습(왼쪽). KT의 직원들이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의 핫스팟(무선인터넷 가능 지역)에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1조원이 넘는 시장을 과점 형태로 지배해온 이동통신 3사는 모바일인터넷 시장에서 그동안 ‘과점 권력’을 휘둘러왔다. ‘피땀 흘려’ 개발한 중소기업의 콘텐츠를 가져와 ‘봉이 김선달’ 식 수입을 올릴 수 있었던 것. 지금까지 CP들은 상품의 유통망이 이동통신 3사로 한정돼 있어 부당한 조건을 제시해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 유료 콘텐츠 매출의 90%를 CP가, 이동통신 업체는 나머지 10%와 접속시 통신요금을 가져가라는 게 정통부의 권고였지만, 극단적인 갑과 을의 관계인지라 이익금 배분율이 5대 5 수준까지 떨어진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가진 CP가 거꾸로 통신업체나 포털을 고르는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모바일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업을 제안해오는 유명 포털이 꽤 많다”면서 “유명 포털들은 이동통신 3사와 조건 및 대우에서의 차별성을 특히 강조하면서 구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이후엔 휴대 인터넷도 첫선
주가가 부쩍 올라간 CP들은 1위 업체인 SK와 포털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으며, 중소 CP들은 이동통신업체를 버리고 배를 갈아타자니 옛 주인에게 미움을 받지는 않을까 두렵고 그렇다고 모바일 사업에서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은 포털업체의 제의를 뿌리치기도 찜찜한 상황이다. 모바일게임업체 대표 김모씨는 “포털업체에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시장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솔직히 보복이 두렵다”고 말했다. 반면 경쟁력 있는 일부 업체들은 이동통신사와 포털을 모두 배제한 채 독자포털, CP 공동포털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업계의 공격에 맞서 SK텔레콤은 경쟁력 있는 CP들을 SK그룹 계열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의 포털 ‘네이트’로 편입해 강력한 유무선 통합포털을 제공할 계획이다. 인터넷포털, 무선인터넷포털, 유·무선 인터넷게임포털, OK캐시백, SKT콜보너스 등을 한데 묶어 온·오프라인 모바일을 넘나드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KTF와 LG텔레콤이 SK보다 크게 뒤처져 있는 만큼 결국 시장 상황은 SK와 포털업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파이를 늘려가고 KTF와 LG텔레콤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무선인터넷은 모바일시대의 서막에 지나지 않는다. 꿈의 통신이라고 불릴 만한 휴대인터넷(Portable Internet)이 2005년 이후 선보일 예정인 것. 정통부는 상용화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올 연말까지 휴대인터넷의 주파수 할당(사업자 선정) 규정을 손볼 예정이다. 정통부는 2~3개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인데 KT, SK텔레콤, LG 계열의 데이콤ㆍ하나로통신 등이 주파수를 원하고 있다. 유선인터넷은 장소에, 무선인터넷은 용량에 한계가 있는 데 반해 휴대인터넷은 장소 제한 없이 현재 컴퓨터에서 구현되는 인터넷 수준에 버금가는 대용량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작게는 신문 1부, 영화 1편에서 크게는 책 전질을 순식간에 다운로드 받아 이동하며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인터넷을 키운 건 포르노라는 말이 있다. 연예인들이 너도나도 ‘옷을 벗는’ 기현상이 일어난 것은 ‘앞으로 전개될 시장에 비하면 별 볼일 없었던’ 이동통신 3사의 무선인터넷 탓이다. 무선인터넷 콘텐츠 심의가 업계의 ‘자율규제’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라 수백개의 업체가 새로운 시장에 뛰어듦과 동시에 인터넷 성인방송, 음란물 등 부적절한 무선인터넷 콘텐츠가 대거 쏟아질 전망이다. 휴대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될 2007년 대선 즈음엔 ‘휴대용 포르노’가 청소년 문제로 대두되고 ‘대선 후보 룸살롱 몰카’가 휴대인터넷을 타고 삽시간에 퍼질지도 모를 일이다. 다가올 M-폴리틱스 시대, ‘큰 꿈을 꾸고 계신 분’들은 지금부터 조심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