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TV를 실시간으로 수신할 수 있는 휴대전화가 등장했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비싼 무선인터넷 요금을 뒤로 감춘 채 달콤한 말로 유혹하는 차세대 멀티미디어 이동통신 서비스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집에서 사용하는 텔레비전 수상기처럼 기기 값과 전기료만 들여 이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가 등장했다. TV 한 대 없는 자취방에 서광이 비치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더 이상 무료하지 않게 되었다.
요즘 휴대전화 배터리가 말썽이다. 통화를 많이 했다 싶은 날에는 하루도 채 못 가 방전돼버린다. 언제부터 휴대전화를 써왔다고 이러나 싶을 정도로 초조해져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급속충전이라도 해야 마음이 놓인다. 휴대전화가 방전돼 연락이 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쉽게 “휴대전화 좀 바꿔”라고 말한다. 어쩌면 사용한 지 1년이 다 된 휴대전화는 제 수명을 다한 것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최신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사람을 으쓱하게 만드는 것 같다. 휴대전화라는 것이 사용자에 따라서는 트렌드에 매우 민감한 물건이기도 하고, 작은 크기에 비해 값이 매우 비싼 탓도 있을 것이다. 20인치 컬러 TV 가격이, 비록 평범한 브라운관이라고 해도, 20만원 정도라고 했을 때 2인치가 안 되는 휴대전화 가격이 최소 20만원이라고 생각하면 가끔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휴대전화는 TV와 메커니즘이 완전히 다른 기기라 이런 식의 단순비교는 곤란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대단한’ 기기는 때론 소형 김치냉장고 가격과 맞먹을 만큼 가격이 치솟기도 한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며 ‘무조건 튼튼하고 저렴한’ 것을 사겠다던 친구는 당시 시중에 판매되는 휴대전화 중 가장 비싼 것을 골랐다. 저렴하거나 튼튼하거나 둘 중 하나만 목표로 삼아도 사기 어려울 판에 친구는 ‘액정화면의 밝기와 선명도’까지 조건에 포함시켰다. 튼튼하고 저렴하고, 화면도 밝고 선명한 기기는 없다. 아니, 있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구매자는 브랜드와 디자인, 이미지 등의 기준을 다 동원해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합당한지를 판단한다.
무선인터넷 요금 걱정 이젠 ‘끝’
대부분의 충동구매가 그렇듯, 친구도 구매 직후엔 공연한 일을 저질렀다며 우울해했다. 하지만 정작 우울해할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친구가 산 휴대전화는 카메라가 내장돼 있고 VOD(주문형 비디오 시스템) 기능을 지원하는 단말기였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제공하는 동영상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휴대전화로 영화 예고편이며 뮤직 비디오, TV 등의 동영상을 보는 데 재미를 들인 친구 앞으로 감당하기 힘든 사용요금 고지서가 날아왔다는 사실이다.
휴대전화로 TV 보기를 집에서 텔레비전 보듯 하면 기가 막힐 일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무선인터넷 이용요금이 비싸다는 사실을 그저 막연하게만 알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무선인터넷에 별 관심이 없고 그 조그만 기기에 이용하고 싶은 콘텐츠가 들어 있으리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TV는 다르다. SK텔레콤이나 KTF는 차세대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준과 핌에서 실시간 TV 보기가 ‘킬러’ 콘텐츠로 떠오를 것을 기대했다.
실제로 준과 핌의 실시간 TV 보기는 킬러 콘텐츠다. 잘못 이용하면 사람 잡는다. 한 달 동안 휴대전화로 TV 보면 집 한 채가 날아간다는 보도도 있었다.
물론 친구도 비싼 무선인터넷 요금에 대해서는 들어서 알고 있다. 그리고 집 한 채를 날린 것도 아니다. 실제로 휴대전화로 TV 보다가 집 한 채 날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없다. 하지만 친구가 받은 사용요금 고지서에 찍힌 수십만원의 요금을 보며 단지 최신, 최고의 휴대전화를 갖겠다는 욕심에 ‘오버’한 대가로는 너무 혹독한 것 아닌가 싶었다.
TV는 바보상자라는 모욕을 듣고 있음에도 현존하는 대중매체 중 가장 막강한 위력을 갖고 있는 미디어임이 틀림없다. 자취방에 TV를 들여놓지 않아 그 미디어로부터 완전히 소외된 삶을 살고 있는 처지로서 TV가 휴대전화 속으로 들어왔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기뻤다. 사실은 TV드라마 좋아하는 평범한 소시민이기에. 하지만 그 기쁨은 무선인터넷 요금제의 현실을 깨닫는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졌고 ‘로또 복권’이 당첨되기 전에는 아마도 휴대전화로 TV 볼 일은 없을 것이라는 체념으로 이어졌다.
준, 핌은 ‘가라 가라 가라’
휴대전화를 좇는 최근의 사회 풍토와 오랫동안 말 많았던 비싼 무선인터넷 요금에 대해 계속 떠든 이유는 새로운 TV 휴대전화의 등장이 그만큼 놀랍고 감격적이기 때문이다. 1년도 못 가 휴대전화를 바꾸는 세태를 조소하다가 마침 바꾸고 싶은 휴대전화를 만났으니 말이다.
휴대전화와 디지털 멀티미디어 기기들의 통합은 하나의 도도한 흐름이다. 휴대전화에 디지털 카메라를 내장하는 것은 인기 휴대전화의 필수조건이 됐고 캠코더와 통합한 캠코더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뮤직폰 등이 인기 휴대전화 반열에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TV 수신기를 내장한 휴대전화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가 두 번째로 출시한 TV폰 애니콜 SCH-X820이 그 주인공이다.
애니콜 SCH-X820은 TV 튜너가 내장돼 있어 공중파를 수신한다. UHF(극초단파, 14~83채널까지), VHF(초단파, 2~13채널까지) 대역의 수신을 지원하며 준, 핌, 네이트나 매직엔 같은 이동통신 사업자의 무선인터넷 서비스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원하는 방송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물론 전기료는 든다. TV를 시청하면 평소(대기상태나 통화)보다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하므로 이 단말기로 TV를 시청하려면 여분의 배터리를 갖고 다니는 것이 좋다.
TV 수신 감도는 택시나 야외에서 흔히 이용하는 소형 TV 감도 정도는 된다. 이동 단말기라서 전파를 감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휴대전화는 일반 안테나와 로드 안테나 두 종류를 제공한다. 로드 안테나는 회전하는 안테나로 이를 잘 돌려 전파 방향을 잡으면 된다.
화면은 가로보기와 세로보기 중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TV를 시청하다 마음에 드는 화면을 저장하고 휴대전화 배경화면으로 장식하는 기능은 TV폰만의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단말기 가격은 60만원대로 TV 수신 기능이 없는 휴대전화들에 비해 평균 20만~30만원 정도 비싸다. 휴대전화로 TV를 본다는 사실이 그만한 값을 치를 가치가 있는지는 소비자가 판단할 문제다.
TV를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TV를 켜놓은 채 잠든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애국가가 흐르고 모든 프로그램이 다 방영되었음을 알리는 무지개색 화면조정 화면이 나오고 ‘치지직’ 소리가 들려올 때 부시시 잠에서 깨어나 TV를 끄던 기억. 휴대전화라면 방송이 끝나기 전에 방전될지 모르지만, 충전기 위에 얹어두고 TV를 보면 쓸쓸한 자취방에도 조금은 온기가 돌지 않을까.
요즘 휴대전화 배터리가 말썽이다. 통화를 많이 했다 싶은 날에는 하루도 채 못 가 방전돼버린다. 언제부터 휴대전화를 써왔다고 이러나 싶을 정도로 초조해져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급속충전이라도 해야 마음이 놓인다. 휴대전화가 방전돼 연락이 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쉽게 “휴대전화 좀 바꿔”라고 말한다. 어쩌면 사용한 지 1년이 다 된 휴대전화는 제 수명을 다한 것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최신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사람을 으쓱하게 만드는 것 같다. 휴대전화라는 것이 사용자에 따라서는 트렌드에 매우 민감한 물건이기도 하고, 작은 크기에 비해 값이 매우 비싼 탓도 있을 것이다. 20인치 컬러 TV 가격이, 비록 평범한 브라운관이라고 해도, 20만원 정도라고 했을 때 2인치가 안 되는 휴대전화 가격이 최소 20만원이라고 생각하면 가끔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휴대전화는 TV와 메커니즘이 완전히 다른 기기라 이런 식의 단순비교는 곤란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대단한’ 기기는 때론 소형 김치냉장고 가격과 맞먹을 만큼 가격이 치솟기도 한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며 ‘무조건 튼튼하고 저렴한’ 것을 사겠다던 친구는 당시 시중에 판매되는 휴대전화 중 가장 비싼 것을 골랐다. 저렴하거나 튼튼하거나 둘 중 하나만 목표로 삼아도 사기 어려울 판에 친구는 ‘액정화면의 밝기와 선명도’까지 조건에 포함시켰다. 튼튼하고 저렴하고, 화면도 밝고 선명한 기기는 없다. 아니, 있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구매자는 브랜드와 디자인, 이미지 등의 기준을 다 동원해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합당한지를 판단한다.
무선인터넷 요금 걱정 이젠 ‘끝’
대부분의 충동구매가 그렇듯, 친구도 구매 직후엔 공연한 일을 저질렀다며 우울해했다. 하지만 정작 우울해할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친구가 산 휴대전화는 카메라가 내장돼 있고 VOD(주문형 비디오 시스템) 기능을 지원하는 단말기였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제공하는 동영상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휴대전화로 영화 예고편이며 뮤직 비디오, TV 등의 동영상을 보는 데 재미를 들인 친구 앞으로 감당하기 힘든 사용요금 고지서가 날아왔다는 사실이다.
휴대전화로 TV 보기를 집에서 텔레비전 보듯 하면 기가 막힐 일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무선인터넷 이용요금이 비싸다는 사실을 그저 막연하게만 알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무선인터넷에 별 관심이 없고 그 조그만 기기에 이용하고 싶은 콘텐츠가 들어 있으리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TV는 다르다. SK텔레콤이나 KTF는 차세대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준과 핌에서 실시간 TV 보기가 ‘킬러’ 콘텐츠로 떠오를 것을 기대했다.
실제로 준과 핌의 실시간 TV 보기는 킬러 콘텐츠다. 잘못 이용하면 사람 잡는다. 한 달 동안 휴대전화로 TV 보면 집 한 채가 날아간다는 보도도 있었다.
물론 친구도 비싼 무선인터넷 요금에 대해서는 들어서 알고 있다. 그리고 집 한 채를 날린 것도 아니다. 실제로 휴대전화로 TV 보다가 집 한 채 날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없다. 하지만 친구가 받은 사용요금 고지서에 찍힌 수십만원의 요금을 보며 단지 최신, 최고의 휴대전화를 갖겠다는 욕심에 ‘오버’한 대가로는 너무 혹독한 것 아닌가 싶었다.
TV는 바보상자라는 모욕을 듣고 있음에도 현존하는 대중매체 중 가장 막강한 위력을 갖고 있는 미디어임이 틀림없다. 자취방에 TV를 들여놓지 않아 그 미디어로부터 완전히 소외된 삶을 살고 있는 처지로서 TV가 휴대전화 속으로 들어왔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기뻤다. 사실은 TV드라마 좋아하는 평범한 소시민이기에. 하지만 그 기쁨은 무선인터넷 요금제의 현실을 깨닫는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졌고 ‘로또 복권’이 당첨되기 전에는 아마도 휴대전화로 TV 볼 일은 없을 것이라는 체념으로 이어졌다.
준, 핌은 ‘가라 가라 가라’
휴대전화를 좇는 최근의 사회 풍토와 오랫동안 말 많았던 비싼 무선인터넷 요금에 대해 계속 떠든 이유는 새로운 TV 휴대전화의 등장이 그만큼 놀랍고 감격적이기 때문이다. 1년도 못 가 휴대전화를 바꾸는 세태를 조소하다가 마침 바꾸고 싶은 휴대전화를 만났으니 말이다.
휴대전화와 디지털 멀티미디어 기기들의 통합은 하나의 도도한 흐름이다. 휴대전화에 디지털 카메라를 내장하는 것은 인기 휴대전화의 필수조건이 됐고 캠코더와 통합한 캠코더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뮤직폰 등이 인기 휴대전화 반열에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TV 수신기를 내장한 휴대전화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가 두 번째로 출시한 TV폰 애니콜 SCH-X820이 그 주인공이다.
애니콜 SCH-X820은 TV 튜너가 내장돼 있어 공중파를 수신한다. UHF(극초단파, 14~83채널까지), VHF(초단파, 2~13채널까지) 대역의 수신을 지원하며 준, 핌, 네이트나 매직엔 같은 이동통신 사업자의 무선인터넷 서비스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원하는 방송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물론 전기료는 든다. TV를 시청하면 평소(대기상태나 통화)보다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하므로 이 단말기로 TV를 시청하려면 여분의 배터리를 갖고 다니는 것이 좋다.
TV 수신 감도는 택시나 야외에서 흔히 이용하는 소형 TV 감도 정도는 된다. 이동 단말기라서 전파를 감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휴대전화는 일반 안테나와 로드 안테나 두 종류를 제공한다. 로드 안테나는 회전하는 안테나로 이를 잘 돌려 전파 방향을 잡으면 된다.
화면은 가로보기와 세로보기 중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TV를 시청하다 마음에 드는 화면을 저장하고 휴대전화 배경화면으로 장식하는 기능은 TV폰만의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단말기 가격은 60만원대로 TV 수신 기능이 없는 휴대전화들에 비해 평균 20만~30만원 정도 비싸다. 휴대전화로 TV를 본다는 사실이 그만한 값을 치를 가치가 있는지는 소비자가 판단할 문제다.
TV를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TV를 켜놓은 채 잠든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애국가가 흐르고 모든 프로그램이 다 방영되었음을 알리는 무지개색 화면조정 화면이 나오고 ‘치지직’ 소리가 들려올 때 부시시 잠에서 깨어나 TV를 끄던 기억. 휴대전화라면 방송이 끝나기 전에 방전될지 모르지만, 충전기 위에 얹어두고 TV를 보면 쓸쓸한 자취방에도 조금은 온기가 돌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