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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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구 내 외국인학교 벌써 논란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3-09-18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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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특구 내 외국인학교 벌써 논란

    경제특구 내에 설치될 외국인학교는 내국인 입학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

    교육계에 때 아닌 ‘귀족학교’ 논란이 일고 있다. 주인공은 경제자유구역(경제특구) 내에 설치될 외국인학교(초·중·고)다. 기존 외국인학교와 달리 내국인 입학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03년 현재 외국인학교의 연평균 교육비는 약 1000만원. 경제특구 내 외국인학교도 비슷한 선으로 볼 때 그야말로 ‘부잣집 자제들’만을 위한 ‘아주 특별한 학교’가 탄생하는 셈이다.

    일을 밀어붙인 곳은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 지난해 12월30일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특구법)을 제정하면서 ‘국가는 국민이 경제자유구역에 있는 외국교육기관과 … 외국인학교에 입학하고자 하는 경우 외국 거주 요건 등을 이유로 입학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된다’(제22조 5항)는 조항을 집어넣었다. 기존 외국인학교가 ‘5년 이상 해외 거주’ 요건을 갖춰야만 입학이 가능함과 비교할 때 매우 파격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시장 개방은 신중을 기해야 하며, 특구 내 외국인학교가 특권층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법률 제정에 반대했다. 그러나 재경부의 ‘힘’과 ‘의지’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재경부가 내세운 가장 큰 명분은 “그래야만 외국인학교 운영의 수지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 외국인 학생자원만으로는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까닭이다. 두 번째는 외국인 스스로가 한국인과 함께 수업받길 원한다는 것. 재경부 관계자는 “특구를 일종의 ‘게토(ghetto)’로 오해하는 외국인들이 있다. 분리가 아닌 융화를 목적으로 한 제도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가 참여정부 들어 유독 강조하고 있는 ‘달러 유출 방지론’이다. 해외유학 등으로 지출하는 돈이 한 해 1조5000억원에 이르는 만큼 특구에 외국교육기관을 유치하고 외국인학교에 내국인 입학을 허용할 경우 그만큼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계와 일부 경제계 인사들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처사”, “경제 논리에도 맞지 않는 억지 명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교육학)는 “재경부가 내국인 입학에 집착하는 모습에서는 일종의 ‘광기’마저 느껴진다. 외국기업을 유치한다 해서 학령아동을 대동한 생산직 근로자가 대거 이주하는 것은 아니다. 소수 관리자 자녀의 ‘수요’에 적정한 학교가 ‘공급’되면 그만”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1일 특구법 시행에 이어 8월5일에는 인천 송도가 최초의 경제특구로 선정됐다. 그러나 외국인학교 설립 추진은 지지부진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워낙 첨예한 문제라 충분한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국인 입학 허용’은 법률로 정해진 만큼 전교조 등 교육단체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문제 많은 우리 교육 현실에 또 하나의 ‘폭탄’이 던져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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