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8

2003.06.12

뿌리치기 힘든 ‘미술의 유혹’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3-06-05 1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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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에는 독특한 예술세계를 지향하는 작가들의 전시회가 열려 관심을 모은다.
    • ‘나쁜 엄마들’ 땅에 발붙이다, 예술을 위한 디자인, Relation이 바로 그것. 전시회 제목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고 어느 정도의 감동을 선사할까.
    뿌리치기 힘든 ‘미술의 유혹’

    ▲ 백미현, 나쁜 엄마들 옷 입히기, 2003.

    ‘나쁜 엄마들’ 땅에 발붙이다▶ 5월30일~6월16일 한국문예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 1전시실(02-760-4605)

    전시에 참여한 김미경 백미현 성경화 오귀원 윤현옥 다섯 명은 작가이자 엄마다. 작가로서 10년 이상 활동했고 나름대로 스타일이 있으며, 서로의 작업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 엄마로서도 10년 가까이 육아 경험을 가진 이들 중 세 사람은 스스로를 나쁜 엄마라고 평가했으며 두 사람은 좋은 엄마일 거라고 나쁜 엄마들이 평가해줬다. 좋은 엄마들은 아이들과의 교류가 작업에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믿으며 나쁜 엄마들은 임신과 육아가 자신들을 ‘땅에 발붙이게 했다’고 생각한다. 어느 경우든 육아가 작가의 작업에 다른 차원의 현실을 만들어준 것이다. 개인작업과 공동작품을 통해 엄마로서의 정체성과 작가로서의 그것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관람객들이 직접 경험하도록 연출한 전시다.

    뿌리치기 힘든 ‘미술의 유혹’

    ▼ 고강철, 연극 햄릿머쉰을 위한 포스터.

    예술을 위한 디자인▶ 6월14일까지 아티누스(02-323-9247)

    말 그대로 이 전시는 공연 포스터와 입장권, 전시 카탈로그 등을 만들어온 디자이너 고강철의 첫번째 개인전이다. 고강철은 큐피드의 화살처럼 긴 초대장, 옛날 두루마리 서한을 닮은 헝겊엽서, 나무판을 이용한 포스터, 가로등을 둘러싸는 일련의 입체 포스터, 음양을 넣어 빛이 새어 나가게 한 엽서, 투명 플라스틱을 이용한 다층 이미지 포스터 등을 만들어 공연과 전시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화제가 됐다. 포스터는 포스터라는 생각, 즉 ‘시간과 장소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적은 종이’라는 관점을 가진 클라이언트라면 그의 디자인이 매우 불만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그가 포스터 혹은 브로셔를 만드는 목적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동을 주어 사람들을 공연장과 전시장으로 유혹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디자인은 매우 ‘실제적’일 수 있다. 이번 전시 도록이 증명하듯, 그의 작업은 예술작품을 알리는 목적을 가진 디자인이 또 다른 ‘예술작품’으로서 사람들을 어떻게 감동시키는지를 잘 보여준다.

    뿌리치기 힘든 ‘미술의 유혹’

    ▲ 권보선, 아기 가방, 2003.

    Relation▶ 6월16일까지 멀티스페이스 키친(02-338-4020)



    서울 홍익대 앞에 새로 문을 연 멀티스페이스 키친은 카페와 갤러리가 결합된 문화공간이다. 개관전은 대중과 새로운 공간이 관계 맺기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Relation’으로 정했다. 사람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 물건, 혹은 공간을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개입함으로써 수많은 관계를 맺는다.

    그러므로 관계란 삶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삶은 관계 맺기라는 씨실에 소통에 대한 욕망이라는 화려한 날실을 엮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영상과 회화, 조각이라는 세 가지 매체의 개성을 통해 이 같은 관계를 해석하고자 한다. 영상에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관계에 주목한 작품이 선보이고, 회화에서는 한 가지 사건이 달리 표현되는 상황의 관계를 다룬다. 조각에서는 감정에 유사성이 있는 다른 작가들의 작업이 소개된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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