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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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혈아 … 비슷한 처지 사람들 돕고 싶다”

  • 김범석/ 일간스포츠 연예부 기자 kbs@dailysports.co.kr

    입력2003-06-05 1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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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혼혈아 … 비슷한 처지 사람들 돕고 싶다”
    탤런트 이유진(26·사진)이 5월28일 밤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고백했다. 1998년 데뷔 초부터 끊임없이 혼혈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유진이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이유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5월4일 보도된 일간스포츠 기사 때문에 공개할 결심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당시 “이유진은 혼혈”이라는 네티즌들의 주장과 이를 부인하는 소속사의 주장을 함께 게재했다.

    그런데 이 기사를 본 SBS TV ‘한밤의 TV연예’ 팀이 인터뷰를 위해 이유진이 녹화하고 있는 현장을 찾아갔고, 이에 당황한 이유진이 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그날 이후 이유진은 담당 기자의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받으며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결국 이유진은 기자회견 하루 전인 27일 “공개해서 득이 될 게 뭐가 있느냐”는 소속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실을 밝힐 결심을 했다. 그는 “혼혈이라는 게 죄가 아니지 않은가. 떳떳이 공개해서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오히려 매니저들을 설득했다.

    1998년 MTV의 VJ였던 이유진을 처음 발굴, 데뷔시켰던 한 영화사 대표 이주영씨는 “활달하고 항상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유진씨다운 태도로 해석된다. 멋지다”고 말했다. 많은 네티즌과 시청자들도 “이유진의 당당한 태도가 보기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유진은 기자회견에서 “1976년 서울 미8군에서 근무한 스페인계 미국인이 나의 친부다. 그러나 내가 세 살 때 아버지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이듬해 부모는 이혼했다. 그동안 나는 외할아버지의 딸로, 어머니의 여동생으로 호적에 올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껏 재혼도 안 하고 날 키워준 엄마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지금도 예쁜 우리 엄마가 결혼해 자신의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어 “아버지가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어머니에게 수차례 합칠 것을 제의했지만 어머니가 ‘외국생활을 잘할 자신이 없다’며 거절했다”며 “나 혼자만 미국으로 갈 뻔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 한국에 남아 지금껏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유진은 그동안 어머니가 외로워하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마음 아팠으며, 학창시절 매년 새 학기 때마다 가족관계란을 채울 때가 가장 곤혹스러웠다고 회고했다. 외할아버지를 아버지라고 적어 내야 했기 때문에 그 서글픔은 더했다고.

    그는 지금껏 혼혈임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혼혈아는 버려진 아이라는 선입견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며 “이런 인식을 없애는 데 일조하고 싶어 공개하기로 했다. 지금 행복하다”고 말했다.

    1998년 슈퍼엘리트모델 선발대회 출전을 계기로 연예계에 발을 디딘 이유진은 그동안 각종 오락 프로그램 MC로 인기를 모았고, 시트콤 형식의 SBS 드라마 ‘여고시절’에서 특유의 매력을 선보였다. 현재 서울여대 생물학과 휴학중이며 SBS ‘도전 1000곡’ MC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항상 한국사람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사고방식도 한국식이다. 혼혈아를 버림받은 잡종, 뭔가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거둬줬으면 좋겠다. 혼혈아라는 사실보다 내가 살아온 과정을 보고 나를 평가해주기 바란다. 지금은 국제결혼도 많이 하고, 외국 스타들 중에도 혼혈아 출신이 많다. 앞으로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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