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8

2003.06.12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코끝이 ‘찡’

  • 입력2003-06-05 1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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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코끝이 ‘찡’
    이지선씨(25)는 3년 전 교통사고로 전신 55%에 3도 중화상을 입은 3급 장애인이다. 7개월간의 입원, 11차례의 수술. 피부이식 수술을 한 얼굴은 밥 먹을 때 숟가락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도 깜짝 놀랄 만큼 변해버렸다. 양손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여덟 개의 손가락은 한 마디씩 잘라내야 했다. 하지만 이지선씨는 뭉툭하고 짧아진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홀랑 타버린’ 자신의 꿈과 삶을 이야기했다.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던 그의 입에서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말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지선이의 주바라기’(http://www.ezsun.net) 사이트에서 감동을 퍼간 이가 250만명을 넘는다. KBS 인간극장 ‘지선아 사랑해’를 통해 전국을 울렸던 사연(주간동아 382호 게재)이 책으로 나왔다. 책제목 역시 ‘지선아 사랑해’(이레 펴냄)다. 5월5일 세상에 나온 책이 벌써 3만5000부 이상 팔리며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예스24, 알라딘 등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골고루 상위권에 올라 있다.

    사실 언론이 이지선씨의 사연에 주목하기 훨씬 전부터 네티즌들 사이에서 ‘주바라기’ 사이트는 입소문이 나 있었다. ‘지선아 사랑해’를 기획한 이레출판사의 이현정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2002년 여름 한 친구로부터 ‘ezsun.net에 들어가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홈페이지에 올려진 지선씨의 일기를 본 이현정씨가 이를 책으로 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지선씨는 일본에서 어학연수 겸 치료중이었다. 그러나 아직 책을 낼 때가 아니라며 망설이는 지선씨를 설득해 4개월 만에 허락을 받아냈다. 이현정씨는 ‘지선아 사랑해’가 베스트셀러가 된 데 대해 “독자들은 사랑에 목말라 있다”고 설명한다.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백배 만배는 어려웠지만 그렇게 살아나 짧아진 손가락으로 글을 쓰면서도 마음에는 늘 평안이 있고 감사를 잊지 않는, 숨길 수 없는 삶에 대한 그의 사랑이 사람들의 목마름을 달래주고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간 것 같습니다.”

    여기, 또 너무도 솔직 발랄한 모녀가 우리에게 감동을 선물한다. 주인공은 다운증후군에 걸린 딸 은혜와 이혼한 독신모 장차현실씨. 다운증후군인 딸과 엄마가 외출을 하면 으레 “뭐야?” “에구~ 쯧쯧” “쟤 좀 봐라!” 하는 낯설고 불편한 시선이 따라다닌다.

    만화가인 장씨는 이혼 후 홀로 장애인 딸을 키워야 하는 ‘폭폭한’ 자신의 현실을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 먹자’(한겨레신문사 펴냄)에 담았다. 장씨는 경제적인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하는 부담이나 아이에 대한 주위의 편견, 이혼의 기억과 외로움 같은 현실에 주저앉지 않는다. 대신 어느새 열네 살이 되어 “술 먹지 마라” “참한 아줌마가 돼라” 거꾸로 엄마에게 잔소리를 하는 은혜가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 먹자’에는 “은혜야, 네가 있어 정말 고맙다”는 엄마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흘릴 눈물이 아직도 남아 있는 분들에게 ‘엄마, 아파서 미안해!’(씨앗을뿌리는사람 펴냄)를 권한다. 이 책은 세균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희귀 난치병 ‘하이퍼아이지엠신드롬’을 앓고 있는 유리공주 원경이가 태어난 후부터 엄마 문희정씨가 쓴 일기다. 별다른 치료제가 없어 항생제 투입으로 목숨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병으로 제일 오래 산 기록은 열 살에 불과하다. 눈물 대신 따뜻한 웃음으로 써 내려간 ‘엄마, 아파서 미안해.’ 그래도 눈물이 핑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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