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8

2003.06.12

정액은 칼로리 1% ‘비영양체’

  • 최승해/ 부산토마스 의원 남성클리닉 원장 www.thomasclinic.com

    입력2003-06-05 11:1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정액은 칼로리 1% ‘비영양체’
    “정액이 피부와 건강에도 좋다던데….”

    요즘 인터넷 성인 사이트에서 여성이 남성의 정액을 먹거나 피부에 바르는 것이 유행하는 모양이다. 환자들 중에 성인 사이트에서 봤다며 이런 질문을 해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질문을 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소변까지 먹더니 이제 별짓을 다 하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성의학자로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식을 두고 볼 수는 없는 터. 결론부터 말하면 정액은 절대 영양식이나 화장품이 될 수 없다.

    일단 정액은 칼로리가 별로 높지 않은 ‘비영양체’다. 1티스푼 분량의 정액에서 나오는 칼로리는 대략 5~7kcal 정도. 1티스푼의 정액에는 2억~5억개 정도의 정자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은 정액 전체로 따지면 1%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99%는 과당, 물, 비타민C, 구연산, 효소, 단백질, 인산염, 아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쌀뜨물처럼 생기고 풀 냄새가 난다고 해서 고단백질 식품이나 피부에 도움이 되는 물질이라고 보는 것은 역시 ‘성인 사이트다운’ 발상일 뿐이다. 물론 매일 정액을 몇 사발씩 먹는다면야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더욱이 상대 남성이 헤르페스(포진)나 성병, 에이즈 환자일 경우는 상황이 심각해진다. 질병 전파의 통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액에 대해 잘못 알려진 또 다른 상식은 정액의 농도와 성기능의 관계다. 많은 사람들이 정액의 농도가 옅어지면 정력이 약해졌거나 성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정액의 농도와 성기능은 전혀 관계가 없다. 정액의 농도를 결정하는 것은 정자 숫자가 아닌 까닭. 정액이 물처럼 변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일반적인 원인은 식습관이 변했거나 운동을 할 경우, 그리고 성기 주변이 꽉 끼는 옷을 입었을 경우다. 운동과 꽉 끼는 옷은 음낭(고환)의 온도를 증가시켜 정액의 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요도에 통증이 있다면 성병 감염도 의심해볼 수 있지만 정액의 농도에만 변화가 있다면 비정상적이거나 위험한 것은 아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