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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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친자소송에 휘말리나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3-06-04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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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S, 친자소송에 휘말리나

    L씨가 친자확인소송을 의뢰한 관련 서류들과 상도동에 보낸 편지.

    “제 아버지가 맞습니까, 아닙니까. 재판장께서 확인해주십시오.”

    41년을 아버지 없이 살아온 한 미혼여성이 김영삼 전 대통령(YS)을 상대로 친생자확인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미 LA에 거주하고 있는 J씨. 1987년과 92년 대선 당시 흑색선전물의 주인공으로, 일본명 ‘가오리(香織·Kaori)’로 알려진 인물이다. 대선 당시 YS와 측근들은 ‘정보기관의 공작’이라며 J씨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 후 가오리의 존재는 베일에 싸인 채 대중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미혼인 J씨가 어둠 속의 41년을 뒤로 하고 ‘뿌리’를 찾아나선 것은 2000년 초. 결혼을 앞둔 그가 “아버지를 찾은 후 결혼하겠다”며 어머니 L씨에게 매달렸고 딸의 간청을 이기지 못한 L씨는 2000년 1월 귀국, 모 법률회사에 친자확인소송을 의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당시 L씨로부터 내용증명을 의뢰받은 변호사는 현정부에서 활동중인 K장관과 청와대 Y비서관. 두 변호사는 2000년 1월 YS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 서류에는 60년 L씨와 YS의 만남, 62년 J씨를 출산한 과정, L씨의 일본 생활 등이 담겨 있다.

    K, Y변호사는 2000년 상도동으로 보낸 내용증명에서 “의뢰인은 ‘J씨가 김 전 대통령의 혈육인 점을 송사를 통해 확인해달라’고 요청하나 법률적 판단 이전에 쌍방의 합의로 해결하는 등의 방법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여 그 취지를 먼저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두 변호사는 이 증명서와 함께 J씨의 어릴 때 사진과 소송 위임장 사본 등을 상도동에 보냈다. 그러나 L씨는 2000년에 제기하려 했던 소송을 2003년 5월 현재까지 미루고 있다. ‘재판보다 대화로 풀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L씨는 지난 1월 남동생이 대필한 편지를 상도동으로 보냈다. 이 편지에서 L씨는 “가시는 곳마다 찾아뵈려 했으나 경호원들이 제지, 멀리서 얼굴만 지켜봤다”며 서운한 감정을 토로했다. L씨는 또 이 편지에서 YS가 청와대에 있을 때 정보기관 고위인사인 K씨를 보내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점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도동측은 L씨와의 대화를 거부한다. 상도동 한 관계자는 6월2일 전화통화에서 “가끔 찾아오는 사람”이라며 부정적 시각을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L씨가 친자확인소송을 준비중인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그쪽(L씨) 반응을 보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상도동 다른 한 관계자도 “(친생자)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L씨는 지난 1월 동생이 대필한 편지에서 J씨 결혼자금과 일본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자금을 요청했다. L씨는 6월2일 서울 광화문 한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J씨가 6월 중 귀국, 상도동을 방문할 계획”이라며 “상도동 반응에 따라 소송 문제를 결정짓겠다”고 말했다. L씨는 현재 허리 디스크와 골다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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