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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 ‘걸레’ 되면 인생 책임진다고?

서울산업大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성희롱 발언에 ‘파면투쟁’ … K교수 “진의 왜곡”

  •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5년만 ‘걸레’ 되면 인생 책임진다고?

5년만 ‘걸레’ 되면 인생 책임진다고?
국립 서울산업대(서울 공릉동) 시각디자인학과가 집단 수업거부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4월26일로 30일째. 기간도 긴 데다 개별 학과 단위의 수업거부는 극히 드문 사례. 300여명의 이 학과 학생들은 왜 강의실을 뛰쳐나왔을까.

사태의 표면적 계기는 한 직원의 인사발령을 둘러싼 교수와 학생 간 대립. 대학측은 지난 3월 12년간 시각디자인학과 행정업무를 맡아온 윤모씨를 대학본부로 발령냈다. 성실한 업무로 학생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온 그가 갑작스럽게 타 부서로 이동하자 학생들은 원직 복귀를 요구했고, 이에 반대하는 교수들과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태는 수업거부로까지 발전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 학과 K교수(50)의 성희롱과 인격비하 발언 문제가 불거져 사태가 끝간 데 없이 확대된 점.

성추행 의혹·강의 부실 지적도

“내 밑에서 5년만 걸레 되면 인생 책임진다.” 같은 학과 한 여학생이 3월 중순 K교수에게 듣고 모멸감을 느꼈다는 말이다. 이 학생은 K교수의 전화 연락을 받고 그의 사적인 술자리에 참석했다. 이 학생은 “K교수가 자기 친구를 남자친구로 소개해 주겠다는 제의까지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학생들이 주장하는 ‘문제 발언’은 많다.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 맛” “(강의중 두 여학생이 떠든다며) 저 계집애들이 미쳤구나. 수업 못해먹겠네” “네가 졸업준비위원장 하면 돈은 나랑 반띵하자(반씩 나누자)” “(사태 이후 학생회 간부에게) 내가 200명 못 모을 것 같아? 목포파 조직도 있고 안기부(국정원의 이전 명칭)도 있어” 등이다. 또 실명을 거론하며 “×××는 대학원 떨어진 이유가 있다” “멀리 보고 줄 잘 서” 등의 발언까지 했다는 것.

성추행 의혹도 제기됐다. ‘걸레 발언’이 표면화되자 시각디자인학과 인터넷 카페엔 익명의 글이 올라왔다. 한 여학생이 K교수가 불러 수차례 식사와 술자리를 함께 하면서 강제애무를 당했고 애인 하자는 제의를 받았다는 내용. 이 학과 김성호 학생회장(27)은 “당사자가 노출을 극도로 꺼리지만, 필요한 경우 증인으로 삼겠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교수 자질을 의심해 볼 사안. 그러나 K교수는 “일부 발언은 사실이나 진의가 왜곡됐다. 일부는 학생들이 지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추행 사실도 극구 부인했다. 그는 “내가 좀 말을 거침없이 한다. ‘걸레’란 표현은 내가 교수가 되려고 걸레처럼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는 뜻으로, 학업에 정진하란 의미다. 술을 따르게 한 것도 스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권한 행동”이라 답했다.

그럼에도 해명의 설득력은 약하다. 사회통념상 ‘걸레’란 표현은 여성에 대한 성적 비하로 받아들여진다. K교수가 국립대 교수로 공무원 신분인 만큼 오해 소지의 발언을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욱이 그는 자신이 학과장이던 1992년 당시 학장(당시는 종합대 승격 전)에게 각서를 쓴 바 있다. 각서에는 ‘학점을 통한 부당한 피해 발생, 폭언이나 부당한 대우’ 등의 근절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강의도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학과 내 교수 8명 중 중견인 K교수가 지난해 맡은 3∼4학년 전공과목 4개 모두 15주가 아닌 8주 만에 사실상 종료했고, 이런 현상이 매년 반복된다는 것. 남은 기간엔 교수연구실에서 실기과제 지도를 하지만, 한두 번만 참석해도 A학점 이상 받는 학생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K교수는 “수강 인원이 많아 반을 나눠 연구실에서 강의했다. 지난 몇 년간 후한 학점을 준 건 상대평가 도입 전이었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학생들은 4월9일 대학측과 마라톤 면담을 가졌지만 사태 해결은 답보 상태. 문제는 이미 외부로 확산됐다. 김찬오 서울산업대 교무처장은 “학과 정상화를 위해 진상 파악 후 결과를 보고하란 교육부 지시가 있었다. K교수의 말 스타일이 ‘독특’해 몇 번 주의를 준 적도 있었다. 조사 후 강의 부실이 드러나면 문책하겠다”면서도 “성희롱 부분은 입증이 어려운 만큼 당사자끼리 해결할 문제”라고 못박았다.

K교수가 파면될 때까지 수업을 거부하고, 소송도 불사한다는 학생들. “무고하다”며 학생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려는 K교수. 법정으로 치달을 위기에 놓인 사제관계. 진실은 무엇인가.



주간동아 333호 (p38~38)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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