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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는 이름, 중국 시장 절반의 성공

잘 지은 브랜드 네이밍 매출과 직결… 발음 편하고 개념 명확한 한자 표기 골머리

  •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튀는 이름, 중국 시장 절반의 성공

튀는 이름, 중국 시장 절반의 성공
‘커린라이(克林萊), 바오쟈스(寶佳士), 이마이더(易買得), 하오리여우(好麗友).’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이들 중국어는 한결같이 국내 소비자들 귀에 익숙한 제품들의 이름이다. 중국 시장을 뚫기 위해 내놓은 중국식 한자어 브랜드. ‘커린라이’는 크린랩, ‘바오쟈스’는 박카스, ‘이마이더’는 이마트, ‘하오리여우’는 오리온의 중국판 브랜드다. 대부분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각광받아 온 브랜드들.

최근 13억 중국 시장을 놓고 국내 기업들이 너도나도 중국행 러시를 이루면서 중국식 브랜드 네이밍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름이 튀어야 매출도 뛴다’는 중국 시장의 특성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국식 이름 짓기에 비상이 걸린 셈. 특히 중국법상 중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제품은 반드시 한자로 표기된 브랜드로 등록하도록 되어 있어 국내 기업들은 중국인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한자식 브랜드 네이밍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일찌감치 사회주의권 진출의 교두보를 놓아 러시아 중국 등에서 성공 사례를 확보한 오리온 초코파이는 ‘오리온은 좋은 친구’(好麗友 好朋友)라는 이미지를 광고에 활용해 중국 시장 기반을 확실히 다진 경우. 톱스타인 임지령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적극적인 전파 홍보를 전개해 왔다. 앞으로 동양제과는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오리온 초코파이’를 ‘코카콜라’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 나간다는 계획이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이런 브랜드 전략과 효과적인 홍보 덕택에 중국 CCTV와 인민일보가 공동 조사한 소비자 조사에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중국식 이름 짓기 국내 업계 비상

튀는 이름, 중국 시장 절반의 성공
LG전자에서 생산하는 컴퓨터 모니터를 포함한 LCD 등 디스플레이 제품에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브랜드인 웨이라이촹(未來窓)은 ‘미래를 내다보는 창’이라는 의미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고. 특히 LG는 중국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홍콩 배우 쩡이지엔(鄭伊建)을 모델로 내세워 중국 시장에 미래창을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 중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마트 상하이점도 브랜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가. 이마이더(易買得)는 ‘쉽게 사고 이득을 얻는다’는 뜻으로 쇼핑센터의 의미와도 맞아떨어진다. 이마트 상하이점 김선민 점장이 들려주는 이마트 브랜딩의 뒷이야기. “97년 2월 이마트 상하이점을 열 때 현지 인력들에게 ‘이’(E)의 의미를 설명해 주고 자체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애초 우리가 설정했던 ‘이’(E)의 의미는 세 가지였다. ‘매일매일 최저 가격에 물건을 공급한다’(Everyday low price) ‘손쉽게 쇼핑할 수 있다’(Easy shopping) ‘경제적으로 쇼핑할 수 있다’(Economic) 등이 그것. 처음에는 첫 글자를 경제적 쇼핑을 의미하는 ‘리’(利)로 하려고 했으나 고민 끝에 한국어 발음과 중국어 발음을 일치시킬 수 있는 ‘이’(易·Easy)를 골랐다. 결과는 역시 대성공이었다.”

튀는 이름, 중국 시장 절반의 성공
김선민 점장은 “발음이 편하고 개념이 명확하다 보니 이제는 상하이 시내에서 ‘이마이더’라고 하면 택시기사들도 알아서 데려다줄 정도가 됐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카스(CAS) 저울은 카이스(凱士)라는 이름으로, 에이스침대는 야쓰(雅思)라는 이름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 눈길을 끌고 있다. LG는 ‘통돌이’ 세탁기를 중국 시장에 내놓으면서 세탁 성능이 탁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시왕’(洗王)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했고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 듀얼폴더 휴대폰을 처음 내놓으면서 ‘솽핀무’(雙屛幕)라는 브랜드를 붙여 호평받기도 했다. ‘두 개’를 뜻하는 ‘솽’(雙)과 ‘스크린’을 뜻하는 ‘핀무’(屛幕)를 절묘하게 결합한 것. 삼성은 또한 TV를 출시하면서 ‘세상 밖의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는 의미를 담아 ‘톈와이톈’(天外天)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신라면(辛辣麵), 롯데껌(樂天), 파파이스(派派思) 등도 비교적 현지화에 성공한 중국식 브랜드로 꼽힌다. 이렇게 잘 조화된 중국식 브랜드는 매출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약발’이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그러나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국내 브랜딩 업계의 중국 관련 네이밍 작업은 아직 부진하다는 평가를 면치 못하고 있다. 브랜드 네이밍 업체인 ‘이름쟁이’ 최기수 대표는 “중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브랜드 이름을 짓기 위해 대부분 주변 조선족들에게 문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선족들은 베이징어, 광둥어 모두 익숙하지 않은 데다 우리말에 대한 이해도 짧기 때문에 여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 내에서 전문적인 브랜드 네이밍 업체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형편.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국내 업체들이 중국 내 브랜드 네이밍 시장을 개척해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업계에서는 한국 제품이 중국에서 성공하기만 하면 엄청나게 많은 유사품이 출현하기 때문에 중국 진출을 꿈꾸는 국내 기업인들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KOTRA 해외조사팀 박한진 과장은 “중국이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미흡한 만큼 당분간은 브랜드 전략을 세울 때부터 유사품 출현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중국의 상표등록 절차는 최장 1년이나 걸릴 정도로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LG경제연구원 배영준 연구위원은 “브랜드 네임을 다 정해 놓고도 중국 내 다른 기업이 이미 상표등록을 해놓는 바람에 낭패 보는 국내 기업도 있는 만큼,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면서 상표등록을 먼저 해놓는 것이 우선”이라고 충고했다.





주간동아 333호 (p18~19)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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