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6

2002.03.21

스위스가 야구 종주국?

  • < 김성원/ 스포츠투데이 야구부 기자 > rough@sportstoday.co.kr

    입력2004-10-21 1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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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가 야구 종주국?
    이러다 보면 야구의 기원은 스위스가 아니냐는 오해도 일어나게 생겼다. 야구 불모지인 유럽 중부 내륙의 스위스에서 100여년 전 야구가 성행했다는 것.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의 스위스 국민들은 야구가 무슨 운동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들에게 컬링 규칙에 대해 물어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세계야구연맹(IBAF) 웹사이트(www.baseball.ch) 최근 뉴스에 따르면 스위스는 이미 1870년 6월에 야구 경기를 처음 치렀다고 한다. 당시 스위스의 취리히 지방을 여행하던 세 명의 미국 젊은이가 취리히 청년들과 함께 팀을 조직하고, 규칙과 기술 등을 전파했다는 것. 취리히 사람들은 처음 보는 ‘신종 게임’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급기야 경기가 열릴 때마다 수많은 관중을 몰고 다녔다고 세계야구연맹은 전한다.

    1870년이면 미국의 아메리칸리그가 결성된 1901년보다 무려 30년이나 빠르다. 미국의 경우 1858년 ‘전미국인야구협회’가 설립된 후 관중이 입장료를 지불하는 등 본격적 스포츠로 자리잡은 시점이 1870년대였으니, 스위스의 야구 역사는 미국과 비교해도 조금도 손색 없는 셈이다.

    당시의 스위스 야구가 단순한 취미 차원을 넘어 상당히 조직적으로 진행됐음을 입증하는 자료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최근 스위스의 한 일간 신문은 취리히에서 열린 첫 경기의 박스 스코어 사진을 발굴해 게재하기도 했다. 자료에 따르면 데커팀이 브레타워팀을 35대 13으로 눌렀으며 6이닝까지 경기가 진행됐다. 사진 속의 스위스 야구는 영연방 국가들의 크리켓과는 확연히 다른 근대야구의 형태를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야구에 대한 관심은 취리히를 넘어 스위스 전체로 전파됐다. ‘3인의 야구 선각자’들에게 다른 도시 관계자들이 편지를 보내 인스트럭터를 맡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그러나 어떤 이유로 스위스 야구가 갑작스레 소멸하게 됐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우선은 날씨 탓일 가능성이 높고,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스위스에 야구를 전파한 세 청년의 신상도 전해지지 않기는 마찬가지. 전설로만 남은 이 ‘선각자들’이 역사의 무덤에서 나오는 날,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은 이들을 헌액할지도 모를 일이다.



    유럽에서의 야구는 이탈리아 등 세미 프로리그가 있는 곳을 제외하곤 대개 클럽 차원의 레포츠로 여겨진다. 홍크볼(honk ball)이라는 명칭으로 야구를 즐기는 네덜란드만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끝으로 재미있는 우연 하나. 묘하게도 세계야구의 정책 결정은 야구 불모지인 스위스에서 이뤄진다. 스위스 로잔에 세계야구연맹 본부가 있는 것. 한 세기 전의 인연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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