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3대 스포츠 잔치로 올림픽과 월드컵축구, F1 자동차 경주를 꼽을 수 있다.
올림픽은 전세계 100여개국 이상이 참가해 각 종목을 섭렵하는 최대 규모의 스포츠축제다. 월드컵은 남미와 유럽의 초특급 프로선수들이 출전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대회가 됐다. F1 경주는 유럽과 남미 중심이기는 하지만 규모면에서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성황을 누린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하고 있는 프로야구에는 이 정도 규모의 국가대항전이 존재하지 않는다.
야구가 축구와 비교해 세계적 보편성을 가지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비용문제다. 축구는 넓은 공터와 공만 있으면 경기가 되지만 야구는 배트와 글러브 및 각종 장비가 필요하다. 자연 세계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발도상국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현재 프로야구가 성행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미국의 영향을 받는 중-남미 국가들, 한국-일본-대만 등 에 그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야구는 ‘동호인 스포츠’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종주국 미국의 주도로 ‘야구월드컵대회’ 설립이 꾸준히 추진돼 눈길이 쏠리고 있다. 대회 추진에 적극 나서는 기관이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사무국이나 구단주들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라는 점이 특이하다. 선수노조가 월드컵대회를 원하는 것은 한마디로 돈 때문이다.
미국 스타들의 국제대회 출전은 그들에게 큰 경제적 이득을 주었다. 바로셀로나올림픽은 NBA가 자신들 의 시장을 전세계로 넓히는 계기가 됐다. 이후 NBA는 엄청난 액수의 중계권료와 각종 로열티를 각 나라로부터 걷어들이면서 선수들의 몸값도 덩달아 폭등,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능가하게 됐다.
야구단 구단주들도 농구의 활황세에 배가 아팠지만 선수들은 더욱 약이 올랐다. ‘도날드 퍼’ 메이저 리그 선수노조위원장은 최근 일본 커미셔너 사무국을 방문에 야구 월드컵 설립에 원칙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그는 늦어도 2002년까지는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야구 월드컵 설립에는 이같은 배경이 있긴 하지만 막상 대회가 열리면 경기내용은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경기를 하나 마나 미국이 우승할 것 같지만 중-남미 국가들의 도전이 거세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메이저리그 현역선수 중 라틴 아메리칸 출신의 비중이 30% 가까이 돼 도미니카나 푸에르토리코, 멕시코, 파나마와 같은 국가들은 메이저리그 선수들만으로도 국가대표 팀을 구성할 수 있다.
최근 AP통신이 선정한 ‘99시즌 메이저리그 올스타선수’ 12명 가운데 중남미 출신이 7명을 차지할 정도로 이들 국가 출신 선수들은 기량도 출중하다. 국가대항전에서 미국이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막상 야구월드컵이 열린다면, 한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드림팀이 아메리카대륙의 강팀들과 겨뤄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다.